벤츠 BMW 테슬라가 중국산 전기차 관세폭탄을 극구 말리는 이유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에 이어 EU(유럽연합)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폭탄을 예고하면서 중국과의 무역전쟁 기운이 미국에서 유럽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BMW와 벤츠 등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폭탄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12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 보조금 조사 잠정 결론을 토대로 17.4∼38.1%포인트의 잠정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같은 계획을 중국 당국은 물론, 전기차 수출 대상 업체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EU는 이미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0%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고 있는데, 추가 상계관세율이 적용되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은 최저 27.4%에서 최대 48.1%까지 올라가게 된다.
추가 상계관세율은 당장 내달부터 부과되며, 올해 하반기 EU 27개 회원국이 승인하면 5년간 시행이 확정된다.
앞서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지난 달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수입관세를 현행 25%에서 100%로, 전기차 배터리 관세는 현행 7.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에 수출되고 있는 중국 전기차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어서 바이든 행정부의 관세폭탄은 11월 대선을 앞둔 립서비스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유럽은 얘기가 다르다.
중국산 전기차 해외 수출 물량은 2020년 약 50만대에서 지난해 처음 100만대를 돌파하며 3년 만에 2배가 됐다. 중국 전기차 1위 BYD(비야디)는 작년 4분기 처음으로 순수 전기차 판매량에서 세계 1위인 테슬라를 제치기도 했다.
중국 전기차 수출물량의 30%는 유럽에서 소화되고 있어 EU의 관세폭탄은 중국산 전기차에 미칠 영향이 미국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유럽에 수출되는 중국 전기차 가운데 실제 중국업체들이 만드는 순수 중국산보다는 테슬라, 르노, BMW 등 미국과 프랑스, 독일산 제조업체들의 물량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유럽운송환경연합(T&E)에 따르면 작년 기준 유럽에 수출된 중국산 전기차 약 30만대 중 약 60%가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생산한 것이었다. 이 가운데 순수 중국산 전기차는 상하이자동차와 비야드(BYD) 등으로, 전체 물량의 30%에 불과하다. 대신 테슬라를 비롯해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폴스타, 프랑스 르노그룹의 다치아 브랜드 제품, 독일 BMW 등의 비중은 6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고율의 추가 상계관세율이 적용되면, 중국에서 생산되는 유럽 전기차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각에선 중국산 전기차들은 고율의 추가 상계관세율을 적용받아도 가격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어서 관세폭탄이 애꿎은 유럽산 전기차 메이커들에게 더 불리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더욱이 중국은 미국의 관세폭탄 발표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EU의 관세폭탄에 대해서는 맞불 성격의 보복관세를 적극 검토하고 나서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을 당황케하고 있다.
중국은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특히 2500cc 이상의 고배기량 휘발유 수입차량이 1차적인 목표물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승용차연합회에 따르면 유럽이 중국에 수출하는 고배기량 승용차 규모는 연간 180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이 지난해 유럽에 수출한 전기차보다 규모면에서 훨씬 크다. 고배기량이면서 고가의 자동차로 꼽히는 벤츠와 BMW 등 유럽 브랜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예상이다.
중국은 자동차에 이어 유럽산 돼지고기, 와인과 꼬냑 등 브랜디에 대해서도 관세폭탄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MW, 폭스바겐, 벤츠 등 독일 자동차 3사가 EU의 관세폭탄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은 중국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폭탄에 대해 “시장을 왜곡하는 조치”라며 강력 반발한 것도 상하이에 테슬라 최대규모 공장을 갖고 있는 자사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