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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은 미국·최태원 회장은 대만행 비행기에 올라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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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6.11 05:00 ㅣ 수정 : 2024.06.11 05:00

두 기업 총수, '노조·소송' 이슈에도 신성장 동력 모색위해 해외 출장
이재용 회장, 일정 30여건...IT·AI·반도체·통신 CEO·정관계 인사와 미팅
이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 HBM3E 납품 문제 논의할 수도
최 회장, 대만 TSMC 만나 차세대 HBM 사업 논의...'AI반도체' 사업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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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 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국내 재계 1·2위 기업이 모두 위기에 맞닥뜨렸다.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첫 노조 파업에,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이혼소송으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두 그룹 총수는 흔들리지 않고 ‘위기 돌파’를 위한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미국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만으로 향했다.

 

이들 총수의 이번 해외출장 화두는 두 그룹이 최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AI(인공지능)', 특히 HBM(고(高)대역폭메모리)이다. 

 

현재 출장 중인 이 회장은 미국 주요 IT(정보기술)·AI·반도체·통신 관련 기업과 만나 주요 고객사와 협력 강화는 물론 신(新)성장 동력 모색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일정을 소화한 최 회장은 대만 IT 업계 주요 인사들과 만나 AI 및 반도체 분야 협업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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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미국 버라이즌 본사를 방문해 한스 베스트베리 CEO(최고경영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이달 중순까지 약 2주에 걸쳐 미국 뉴욕과 워싱턴DC 등 미국 동부는 물론 서부 캘리포니아주(州) 실리콘밸리까지 아우르는 장기 출장길에 올랐다. 

 

이 회장은 출장 기간 동안 매일 분(分) 단위까지 나뉜 빡빡한 일정 30여건을 소화하며 미국 주요 IT·AI·반도체·통신 관련 기업 CEO(최고경영자), 정관계 인사들과 릴레이 미팅을 가질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는 지난달 3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이 끝난 직후 출국해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다.

 

버라이즌은 글로벌 통신 사업자 가운데 삼성전자의 최대 거래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버라이즌은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네트워크 장비 등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회장과 베스트베리 CEO는 이번 만남에서 △AI를 활용한 기술 및 서비스 방안 △차세대 통신기술 전망 △기술혁신을 통한 고객 가치 향상 전략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 확대 협력 △하반기 갤럭시 신제품 판매 확대 협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미국 현지에서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독려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젠슨 황 엔디비아 CEO와 만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미국 실리콘밸리 일식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한 사진이 공개할 만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올해 엔비디아에 5세대 HBM ‘HBM3E’ 납품을 성사시켜야 하는 중대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삼성전자 HBM3E가 발열과 전력소비 문제로 엔비디아 테스트 통과에 실패했다’는 한 외신 보도로 진땀을 흘린 바 있다. 

 

다행히 황 CEO가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 그랜드 하이라이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HBM3E가) 어제까지도 테스트가 진행 중이었다"며 "특별한 뉴스는 없으며 인내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단락 됐다.

 

하지만 HBM3E 승인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HBM 사업을 챙기기 위해 황 CEO와 만날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만일 두 사람 만남이 성사되면  삼성전자 HBM3E의 엔디비아 공급 우려를 잠재우는데 힘이 실릴 전망이다. 

 

대만으로 향한 최태원 SK회장 역시 HBM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6일 대만 출장길에 올라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공식 선임된 웨이저자(魏哲家) 회장과 만났다. 

 

SK하이닉스와 TSMC는 6세대 HBM 'HBM4' 개발과 어드밴스드 패키징(첨단 후공정) 기술 역량을 육성하기 위한 협약을 맺고 있다.

 

최 회장은 TSMC와의 회동에서 “인류에 도움이 되는 AI 시대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고 제안해 AI 반도체, 특히 HBM 분야 협력 강화를 도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지난 4월에도 엔비디아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를 방문해  황 CEO와 만났다. 

 

이에 대해 업계는 최 회장이 황 CEO와 HBM 주요 공급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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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6일(현지시간) 대만 TSMC 본사를 방문해 웨이저자 TSMC 회장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SK그룹]

 

한편 두 총수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노조 파업과 이혼소송 등 리스크를 잠재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4년 임금교섭을 놓고 사측과 수개월째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가  회사 창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해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 파업까지 맞물려 향후 실적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SK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판결에 따른 경영권 위협론(論)이 제기되고 있다.

 

2심 재판부는 지난달말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 1조38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와 같은 거액을 마련하려면 최 회장이 SK㈜ 지분 일부를 처분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은 SK그룹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하며 “SK와 국가경제 모두에 부정적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후 이번 대만 출장에 나섰다. 

 

이처럼 국내 재계 1·2위 그룹이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미래 경쟁력 확보에 묵묵히 속도를 내는 총수들의 행보는 그룹 안팎의 불신과 위기를 해소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재계 총수들의 해외 출장은 특성상 일찍부터 예정된 일정이겠지만 현재 삼성전자와 SK가 처한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위기 상황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총수들의 행보는 관련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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