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최태원 SK그룹 회장, 노소영에 1.4조 넘기면 그룹 경영권 '휘청'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항소심서 1.38조 재산분할 판결...역대 최대 규모
최 회장 지분가치 2조812억원...보유 지분 절반 팔아야 분할 금액 마련 가능
대법원 상고 이후 판결까지 3년 이상 걸릴 듯...재산분할 아닌 그룹 경쟁력 강화에 속도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세기의 이혼’으로 재계 관심을 모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혼 소송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재판부가 2022년 12월에 열린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 1심에서 SK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이달 30일 항소심에서 SK 주식도 분할 대상이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이라는 거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에서 무려 20배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재산분할 금액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다.
재계는 재산분할에 따른 최 회장의 그룹 장악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 회장 재산 대부분이 SK㈜ 지분이다. 최 회장은 SK㈜에 1297만5472주, 17.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30일 종가 기준으로 2조812억원이다. 사실상 최 회장이 보유 지분의 절반 가까이 팔아야 재산분할 금액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최 회장측 변호인단은 즉각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혀 양측 소송은 대법원 판결까지 갈 전망이다.
■ 1심, 위자료 1억·재산분할 665억 판결…사실상 최태원 회장 ‘勝’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2015년 혼외 자녀 사실을 공개하고 노 관장과의 성격 차이에 따른 이혼 의사를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양측은 2017년 7월 이혼 조정에 들어가 본격적인 법적 절차를 밟았지만 끝내 조정에 실패해 소송전으로 확대됐다.
당초 노 관장은 이혼 의사가 없었지만 2019년 12월 입장을 번복해 맞소송(반소)했다. 처음에는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이 지닌 SK㈜ 1297만5472주 중 42.29%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 재판 과정에서 주식 50%를 지급하라며 청구 취지를 바꿨다. 이는 현재 SK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약 1조3500억원 규모다.
지난해 12월 6일 열린 1심 재판은 사실상 최 회장이 승기를 거머쥐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이혼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연 5%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지연이자로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혼 재산분할 쟁점인 SK㈜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배제됐고 위자료 역시 노 관장이 요구한 재산 규모에 미치지 못했다.
재판부는 “노소영씨가 SK㈜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힘들어 이를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판시했다.
■ '반전의 항소심'…노소영 관장 SK그룹 가치 증가 기여도 인정
노 관장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해 2라운드가 시작됐다. 노 관장은 청구 금액을 주식 절반에서 ‘현금 2조원’으로 바꿨으며 위자료 청구 액수도 30억원으로 올렸다.
2심 재판 쟁점 역시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의 특유재산 여부다.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 사람이 혼인 전부터 확보한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신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 즉 현행법은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에 대해서만 분할 대상으로 인정한다.
최 회장 측은 최 회장 소유 SK㈜ 주식은 부친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에 해당돼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노 관장 측은 1994년 혼인기간 중 사들인 주식이라는 입장이다.
2억8000만원으로 매수한 주식 가치가 최 회장 경영 활동으로 3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는데 이 과정에서 내조와 가사 노동을 통해 협력했다는 게 노 관장 측 주장이다.
30일 열린 항소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1심과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보다 위자료 금액을 대폭 늘리고 SK㈜ 주식은 분할 대상이라고 판단해 재산분할 역시 1조원대로 확대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은 노 관장과 별거 후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가액 산정 가능 부분만 219억원 이상을 지출했고 가액 산정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며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산정한 1심 위자료 액수는 매우 적다”고 판시했다.
이어 “노 관장이 SK그룹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에 이바지한 바가 있다고 봐야 하고 최 회장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노 관장 아버지 노태우 전(前)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해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활동에 무형적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판결로 제시한 재산분할 액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재판부가 1심을 뒤집고 SK㈜ 지분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노 관장의 완승으로 비춰진다.
노 관장 측 변호인은 재판 이후 “실체적 진실을 밝히느라 애써주신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혼인 순결과 일부일처제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 주신 훌륭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 재산분할 이뤄지면 최태원 회장 경영권에 '빨간불'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일각에는 최 회장의 경영권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최 회장이 현금 1조원을 서둘러 마련하기가 쉽지 않고 그의 재산 대부분이 SK㈜ 주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결국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3월 말 기준으로 SK㈜ 지분 17.73%(1297만5472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지주회사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SK㈜는 SK텔레콤(30.57%), SK이노베이션(36.22%), SK스퀘어(30.55%), SKC(40.6%)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에는 SK그룹 지배구조가 '최태원 회장→SK C&C→SK㈜→사업회사' 구조였다. 그러나 2015년 SK C&C와 SK㈜가 합병해 '최 회장→SK㈜→사업 자회사'로 단순화됐다.
다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 측 SK㈜ 지분이 25.57%에 불과해 재계 안팎에서는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판부가 재산분할 액수를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해 최 회장이 지분을 쪼개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1조원이 넘는 금액을 마련하는 데 따른 어려움이 크다.
특히 2003년 외국계 운용사 소버린이 SK㈜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리는 등 SK 최대주주로 등장해 최태원 SK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한 이른바 '소버린 사태'를 겪은 최 회장이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할 가능성은 작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당장 재산분할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법원에 상고하고 이에 따른 판결까지 2~3년이 더 걸릴 수 있어 재산분할이 아닌 그룹 경쟁력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 최회장 변호인단, 대법원에 상고키로
한편 최 회장 측은 상고를 예고했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재판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다”며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듯 그간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최 회장 측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재판에 임했고 상대방의 많은 거짓 주장에 일일이 반박 증거를 제출하며 성실히 증명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 관장 측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공개했고 단 하나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편향적으로 판단한 것은 심각한 사실인정의 법리 오류이며 비공개 가사재판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런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가 없다”며 “특히 6共(공)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고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뤄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共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며 “그럼에도 정반대 억측과 오해로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원고는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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