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5.27 05:00 ㅣ 수정 : 2024.05.27 05:00
미·중 무역 전쟁·중동 정세 불안에 고(高)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 이어져 삼성전자, 6월 글로벌 전략 회의...HBM 기술 초격차 등 경쟁력 강화에 속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SK온 흑자전환 등 경쟁력 강화 방안 논의할 듯 현대차, 글로벌·권역별 경영전략 회의...美외에 인도 동남아 시장 공략 강화 LG그룹, AI와 전장 등 미래먹거리 경쟁력 강화 모색...첨단 '스마트홈'에 집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하반기 경영전략을 수립하자'
2024년 상반기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는 대외환경의 불확실성과 미·중 무역 전쟁, 중동 정세 불안 등 지정학 리스크가 이어지고 고(高)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중고'는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 속에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로 '위기 속 기회'를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이달부터 6월까지 상반기를 마무리하고 하반기를 준비하는 전략 구상에 돌입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6월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연다.
삼성전자는 해마다 6월과 12월 국내외 임원을 모아 부문별 영업 현황을 살펴왔다. 여느 때처럼 각 사업 부문장이 주축이 돼 회의를 진행하고 이를 이재용 회장에게 추후 보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의의 최대 화두는 단연 반도체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사업부는 지난해 기준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내며 악화일로를 걸었지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9100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또 2022년 4분기(2700억원) 이후 5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셈이다.
회복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삼성전자는 AI(인공지능)시대 개막과 함께 기대주로 떠오른 HBM(고(高)대역폭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HBM 영역에서는 삼성전자가 현재 반도체 경쟁업체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제품이 세계 최대 HBM 고객업체 미국 엔디비아가 실시한 제품 테스트에서 아직 통과하지 못해 납품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외신 보도마저 나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HBM 품질과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서둘러 해명했지만 HBM 초격차 기술력 확보는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분위기를 쇄신하고 반도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DS 부문장을 경계현(61) 사장에서 전영현(64)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과거 D램·낸드플래시 개발과 전략 마케팅 업무를 맡고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하는 등 삼성전자가 D램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지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인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을 주축으로 하반기 12단 HBM3E 제품 등 고용량 HBM 수요 선점에 주력할 전망이다.
SK그룹의 상반기 최대 전략 회의 ‘확대경영회의’는 오는 6월에 열릴 전망이다.
이 회의는 SK그룹 최고 경영진이 함께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중요 연례행사다.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 주재로 진행돼 왔다.
올해 확대경영회의는 최태원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우리의 경영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가자’는 기조를 확대·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해현경장은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매다'라는 뜻으로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사회적·정치적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SK그룹은 이번 회의에서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배터리 전문업체 SK온의 재정비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자회사 SK온은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해 ‘K-배터리의 아픈손가락’으로 불린다.
SK온은 올해 1분기 판매 물량 감소와 판매가격 하락으로 매출액 1조6836억원과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수준이며 직전 분기(4분기) 대비 38% 감소했다.
1분기 영업손실은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4분기와 비교해 17배 가량 급증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고객사 물량 공급 확대 △미국 내 판매량 개선 △이에 따른 AMPC(세액공제 혜택)증가 효과 등 호재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번 전략회의에서는 이 같은 호재를 토대로 SK온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는 촘촘한 전략을 마련하는 데 임직원들이 머리를 맞댈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엔무브와 SK온을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SK그룹은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주요수익원)로 떠오른 HBM 사업 전략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의 공세에 맞서 HBM 기술 주도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와 협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 5조2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8년까지 미국 인디애나주(州)에 HBM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R&D)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차세대 HBM 생산과 어드밴스드 패키징(첨단 포장)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적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와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최근 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AI 전용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분야 제조에서 일본 공급망과 협력을 빠뜨릴 수 없다”이라며 “새로운 R&D 시설 설치나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새로운 투자와 협력 확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대차그룹은 6월 정의선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권역본부장이 함께 모이는 회의를 열어 권역별 전략과 글로벌 총괄 전략을 함께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판매량 향상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특히 미국 시장 내 입지 강화를 위한 ‘대미 수출 전략’ 수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 제재를 둘러쌓고 갈등을 빚어 현대차와 기아가 혜택을 보는 시장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부품 수입 등에 무역 제재를 가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반사이익으로 현대차와 기아 수출 실적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HEV) 등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을 앞세워 미국 연간 수출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특히 2023년 1∼11월 친환경차(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의 미국 수출 대수가 13만4000대로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9.5%(약 8만4000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친환경차의 미국 수출물량이 전체 차량에 비해 많지 않지만 친환경차 수출 증가폭이 무려 60%에 이르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인도와 동남아 공략도 강화하는 경영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는 인도에서 차량 60만5000대를 판매했으며 기아도 약 5만대를 팔아 현대차그룹의 인도 진출 5년 만에 약 6배 이상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인도와 동남아는 최근 부진한 러시아와 중국을 대신할 신흥시장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인도와 동남아 시장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상반기 전략회의를 열었다.
LG그룹은 흔히 상반기에 미래 전략을 논의한다. 매해 전략보고회 대상 계열사와 사업본부는 그해 사업 현안과 전략적 중요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계열사는 3년에 1회 이상 회의에 참여한다.
올해는 이달 초부터 2주간 구광모 회장 주재로 LG전자와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와 사업본부의 중장기 전략 방향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화두는 AI와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 등 미래 먹거리다.
LG전자는 AI가 사용자를 더 배려하고 공감해 더욱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뜻에서 AI를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이라고 재정의했다.
이를 기반으로 온디바이스 AI칩과 OS(운영체제) 기반 플랫폼 설계 및 생태계를 구축해 스마트홈으로 확장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하반기에도 공감지능을 전체 가전 라입업(제품군)에 확대 적용해 스마트홈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장은 LG그룹을 대표하는 미래 핵심 사업으로 주목받는 영역이다. 이에 따라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가 모두 전장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지난해 본격 진출한 전기차 충전 솔루션 사업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직류(DC)-DC 컨버터, 라이다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프리미엄 완성차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특히 LG이노텍은 올해 하반기에 국내와 미국 등 북미 고객사에 단거리·중거리 고정형 라이다를 공급해 ‘차량용 센싱 솔루션’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불확실성이 예상돼 기업들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며 “그럴수록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선택하고 집중해 단기적으로는 위기 돌파, 장기적으로는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