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개인 맞춤형 경력 개발로 고용 패러다임 전환 대비해야"
[충북 음성/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최근 산업 구조변화와 고령화의 영향으로 고용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발달하고 디지털 산업 전환이 이뤄지면서 소멸 직업과 신생 직업이 생겨났고, 고령화로 인해 평생 일하는 시대가 왔다. 구직자들은 평생 경력 개발의 차원에서 빠른 취업을 원했던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시장 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력설계에 도움이 되는 고용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세대 간 문화 차이로 인한 고용 환경 변화도 발생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조기 퇴사와 이직이 빈번해지고 있고, 낮은 급여에 만족하지 못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N잡러가 유행이다. 정형화된 일자리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을 추구한다.
이렇듯 산업 구조가 변하고 직업의 가치관이 바뀌면서 전 생애 차원에서의 경력 개발이 중요해졌다. 국가 차원에서의 구직자 경력개발 지원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공공 고용서비스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새로운 변화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이효남 직업경력개발연구실 실장은 16일 <뉴스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은 고용 환경 변화에 따른 고용서비스 패러다임 전환과 경력개발 사업의 새로운 운영 계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효남 실장은 교육심리학 박사로 고용정보원에서 20년째 직업 경력 개발 연구와 관련한 업무를 하고 있다. 생애경력개발연구팀에서 구직자의 특성을 진단하고 구직 역량을 높여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최근 직업경력개발연구실에서 진로‧경력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다음은 이효남 직업경력개발연구실 실장과 일문일답.
Q. 산업‧인구 구조가 변하면서 고용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고용 시장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A: 우리나라의 고용 환경 변화는 언론에서 많이 거론됐다. 산업과 인구 구조의 변화가 핵심이다. 국제화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등에 따른 산업 구조의 변화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기존의 일자리들은 안정성이 낮아지고 있다. 기존의 일자리가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는 노동시장의 재구조화도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플랫폼 일자리가 늘어났다. 플랫폼 경제가 확산되고, 정형화되지 않은 형태의 새로운 일자리도 늘었다. 이처럼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하면서 일자리의 수요나 전망을 예측하는 것이 불확실한 시대가 되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은퇴 이후에도 고용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국민의 수가 늘었다. 이제는 60세에 은퇴하고 나서도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고령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조기 퇴직과 이직이 늘어나고 있고, N잡러, 디지털 노마드족, 1인 기업 등 예전에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Q. 고용 패러다임(Paradigm) 전환에 따른 구직자 개인의 변화 양상은.
A: 고용 환경이 변하면서 구직 역량에 대한 중요도가 변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능력이나 직무 역량도 중요하지만 누가 이런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일을 선택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입사하면 예측되는 경력 개발 방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보장되지 않는다. 지금은 누구나 가는 길을 따라서 걷기보다는 자신이 살고 싶어 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한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인 사비카스(Savickas)는 직업 전망이 불확실하고 진로가 더 다양해지면서 개인은 전 생애에 걸쳐 훨씬 많은 전환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아이덴티티(Identity‧개인정체성) 위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등을 생각하고 개인의 삶의 가치가 충족되는 일을 선택한다. 원래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런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력 개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Q. 고용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춰 한국의 공공 고용 서비스(PES‧Public Employment Services)도 변하고 있나.
A: 고용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춰 공공 고용 서비스도 변하고 있다. 사후적(事後的)인 취업지원 중심에서 예방적(豫防的)인 진로‧경력개발 중심으로 공공 고용 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은 입사서류 컨설팅 등 취업 지원 중심의 고용서비스가 중심을 이뤘고, 빠른 취업과 빠른 직업 매칭(Job Matching)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 공공 고용 서비스는 취업 지원에서 진로‧경력 개발 상담으로 패러다임의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국제노동기구) 등 국제기구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고용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른 커리어 카운슬링(진로 상담)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고용 서비스 연구자들은 단순히 노동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경력 관리에 필요한 새로운 행동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기존의 취업 지원 방식은 구직자의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구직자들은 변화된 환경에서 1대 1 밀착 서비스가 필요하다.
Q. 구체적으로 고용정보원은 고용 패러다임 변화에 맞서 어떤 경력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지.
A: 고용정보원의 강점을 활용해 구직자의 경력개발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고용정보원이 가지고 있는 대용량의 데이터(Date)를 활용해 구직자가 필요로 하는 경력개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구직자는 새로운 직업을 구하면서 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임금은 얼마나 받는지’ 등을 궁금해한다. 고용정보원은 직무별로 근로자가 하는 일, 되는 방법, 직업 전망 등의 정보를 모으고 직업 사전을 만들면서 고용 동향을 분석하는 일을 해왔다. 지금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가용해 구직자의 경력 개발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시점이다. 앞으로는 데이터 기반의 정보 제공을 중점적으로 수행하려고 한다.
고용정보원은 빅데이터(Big Data)와 인공지능(AI) 기반의 잡케어(Job Care) 서비스를 개발했다. 잡케어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키워드(Keyword)를 분석해 역량을 진단하고, 구직자에게 맞는 직무와 직종을 추천하고 있다. 고용정보원은 2022년에 상담자용으로 잡케어 서비스를 선보였고, 모든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잡케어를 지난해 공개했다. 전국의 고용센터나 대학일자리센터에서도 잡케어를 활용한 상담을 하고 있는데, 작년 기준으로 잡케어 서비스의 사용은 25만 건에 달했다.
잡케어는 구직자가 구직 정보를 입력하면, 개인 상담사가 1대 1 집중 상담을 하는 만큼의 지원을 하도록 개발돼 있다. 앞으로의 경력 개발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경력개발 로드맵도 제공하고 있다. 구직자가 생성형 AI 등을 통해 진로와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는 있지만 범위는 한정돼 있다. 이와 달리 잡케어는 국가 수준의 직업 정보망을 활용해 방대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어서 민간 서비스들과는 차이가 있다.
잡케어를 사용하는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는 성인 구직자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고, 대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청소년과 중장년까지 아우르는 서비스가 시행된다. 또 잡케어 고도화 작업을 통해 역량 진단과 직종 추천에 대한 정확도나 신뢰성도 높일 것이다.
Q. 앞으로 고용정보원의 경력 개발 지원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A: 예전보다 취업을 하거나 직업을 전환할 때 고용 환경이 너무 많이 변했고, 직업 전환의 경험이 훨씬 더 다양해졌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용 서비스 방식을 특정한 시점의 ‘주요 진로 전환기 지원’이 아니라 ‘전생애 단계에 걸친 생애 경력 개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용정보원 내부에서는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몸의 상태를 확인하듯이 평생고용의 관점에서 경력 관리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또 고용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고용 서비스 지원 방식의 변화를 국가의 정책적인 과제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예전의 이력서 첨삭 서비스나 일자리 정보 제공, 일자리 매칭 서비스보다는 경력 개발과 관련된 상담과 개인화된 밀착 서비스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공공이 들어가야 될 영역이다. 공공고용서비스를 통해 국가에서 국민의 경력개발을 관리하면 인적자원 관리 측면에서 효과적일 것이라고 본다. 민간에서는 경력개발을 위해 코칭(Coaching) 서비스 등을 하고 있다. 고용정보원은 공공에서 경력개발시스템이 현장에 안착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
구직자와 직접 대면하는 현장 전문가들의 역량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수준의 고용 지원 플랫폼(Platform)을 갖추고 있다. IT 기반의 첨단 서비스는 빠른 편이다. 여기에 더해 구직자와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상담사들이 변화하는 고용 패러다임에 맞춘 역량을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는 공공 고용 지원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 중심의 취업 지원 상담과 개인 맞춤형 경력 상담은 수준이 다른 영역이다. 평생 경력 개발 시대에 대비해 우수한 상담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더 먼 미래의 고용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전망하나.
A: 국민은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된 고용 서비스 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경력개발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자기를 잘 분석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계획을 세우고, 잘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경력개발의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시대가 올 것이다. 즉 어떤 사람은 경력개발을 매우 잘할 수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하는 마태효과(Matthew effect)는 경력개발에 있어서 세대‧계층 간의 차이를 더 키울 수도 있다. 현재 청소년 세대는 학교에서 진로 과목을 이수할 수 있고, 대학생도 높은 수준의 경력 개발 서비스를 받고 있다. 하지만 취약 계층과 중장년층은 경력 개발을 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평등의 관점에서 미래 사회가 직면할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 약자에 대한 경력개발 지원이 공공 위주로 강화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