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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밸류업, ESG가 이끈다(上)

건전한 지배구조 ‘기업가치 제고’ 첫발...E·S 자리찾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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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5.16 10:30 ㅣ 수정 : 2024.05.16 10:30

자본시장서 선택받기 위해선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 필수
벤치마킹한 일본은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전개
우리 기업도 ESG 경영 통한 비재무적 지표 개선 필요성

한국 증시 부활을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베일을 벗으면서 시장은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정책 효과로 박스권 장세 탈출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와 단기 모멘텀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밸류업 전면에 나설 ‘선수’인 우리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확보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가운데 ESG 경영의 중요도가 부각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오는 22일 본지 주최로 열리는 ‘대한민국 ESG금융포럼 2024’를 앞두고 두 편에 걸쳐 밸류업에서의 ESG의 역할을 조명하고 시장 과제를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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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융위원회가 국내 기업의 저평가(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밸류업(Value-up)’의 핵심 동력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정책 지향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시장의 선택을 받고 안정적 자금 유입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투자자들의 의사결정 과정에 ESG가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선진 사례에서 기업들의 비(非)재무적 지표 고도화가 기업가치 제고로 직결된 경우도 확인되고 있는 만큼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ESG 경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자리 잡았다. 지배구조 투명화와 윤리경영·환경보호 강화 등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기업이 자본시장 활성화에 앞장 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ESG에 관심 가진 일본 밸류업...증시 우상향 이끌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한국판’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자국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과 중장기 기업가치 향상을 꾀했고 실제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증시 성장이다. 일본 닛케이225는 지난 14일 3만8,356.06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2년 1월 4일 종가인 2만5,716.86 대비 49.1% 상승한 수준이다. 지난 2월 22일 1989년 12월 29일 기록(3만8915)을 경신했으며 3월 4일에는 ‘4만 고지’도 돌파한 바 있다. 

 

코스피는 지난 14일 종가가 2,730.34로 지난해 1월 2일(2,225.67)보다 22.7% 올랐다. 이 기간 닛케이225는 그래프는 꾸준한 우상향을 보였고 코스피는 등락을 거듭하다가 올해 들어 상승 전환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은 ‘기업 성장→투자 확대→증시 부양’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자본시장에서 해외 금융기관들이 일본 기업(상장사)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참조하는 ESG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는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법무법인 세종이 지난 2월 발간한 뉴스레터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속가능 경영에 의한 사회적 평가 등 비재무적 가치를 제고하면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업 ROE가 자본비용을 넘어서면 기업 평가가 높아지고,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인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은 2014년부터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섰다. 일본 공적연금(GPIF)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도쿄증권거래소(TCE)는 지배구조 공시를 의무화했다. 특히 주요 대기업이 편입되는 프라임(Prime) 시장에는 해외 투자자가 요구하는 정보 공시 기준과 기업 관여 요건이 도입됐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제도를 살펴보면 단순히 배당 증액, 자사주 매입이 아닌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으로 지난해 일본 시장에 외국인 투자가 유입이 이뤄졌으며 지난해 일본 증시 강세의 주요 요인이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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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 [사진=연합뉴스]

 


■ 당국 “지배구조, 기업 저평가 원인”...비재무적 지표 개선 유도 


 

우리 정부 역시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축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ESG 요소를 지목했다. 단순한 수익성 극대화 뿐 아니라 비재무적 지표 역시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밸류업 지원 방안 2차 세미나’ 발표 자료를 통해 “국내 증시에서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배구조는 대표적인 비재무적 요소”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투자를 망설이는 문제점을 고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상장사들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연 1회 이상 공시해야 한다. 비재무적 지표의 경우 지배구조와 관련해 일반주주 권익 제고,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을 위한 여러 요소들을 포함하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배구조(G) 뿐 아니라 환경(E)과 사회(E) 등의 분야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할 경우 관련 지표를 선정·공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예를 들어 탄소 배출량이 높다고 평가되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탄소 배출량 감소에 대한 노력을 대외적으로 알리면 시장 참여자들도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관측이다. 

 

다만 환경과 사회 부문에 대해서는 ‘기업의 특성에 따라’라는 전제를 달면서 각 기업 판단에 맡겼다. 밸류업 공시는 이미 발생한 결정이나 성과가 아닌 향후 계획에 초점을 맞춘 만큼 기업들의 의사결정 범위를 ESG 전반으로 넓히도록 유도하는 게 과제로 지목된다. 

 

황정환 삼정KPMG파트너 회계사는 지난 8일 '재무중대성과 지속가능성 공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지금 기업들은 외부 이해관계자 설문조사 방식으로 중요성을 평가하는데, ESG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기업 내부의 임원과 경영진 등 기업 내부사정에 밝고 ESG 지식이 있는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받아서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얼마나 많은 상장사가 기업가치 제고 전면에 ESG 경영을 내세우느냐다. 당장의 주가 상승 같은 단기적 목표를 중심으로 밸류업 공시가 이뤄질 경우 해당 기업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평가 재료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사 등은 투자 의사결정에 여전히 ESG 부분을 크게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기업의 자율성을 부여했는데, 자발적 참여를 늘리기 위해선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기경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궤도에 오르면 기업들의 ESG 경영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ESG 고도화를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에 나섰는데,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리면 투자 확대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까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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