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복합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上)] 100조원대 폐플라스틱 재활용시장 거머쥔다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5.20 05:00 ㅣ 수정 : 2024.05.20 05:00

정제마진 2025년까지 상승...정유부문 실적 호조 뚜렷
화학·윤활유 사업, 2023년부터 실적 개선세 두드러져
울산 공장에서 ‘카본 투 그린’ 전략 추진해 2050년 '넷제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설비 구축해 100조원 시장 공략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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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사업 중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전세계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유 사업과 배터리 사업을 동시에 펼쳐 눈길을 모은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등 레거시(legacy·전통) 에너지와 친환경 미래 에너지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복합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윤활유 사업이 진행 중인 울산 공장(CLX) 의 설비를 업그레이드해 폐플라스틱 시장까지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사업 청사진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SK이노베이션은 단기적으로 정유 사업 기반으로 실적을 올리면서 울산 공장 설비 투자와 배터리 공장 확장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사업 대혁신을 조명하는 기획 시리즈를 두 차례 나눠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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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및 울산 공장(CLX) 전경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향후 친환경 사업의 최대 먹거리인 100조원대 폐(廢)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을 잡아라'

 

정유·화학·배터리 기업 SK이노베이션이 견조한 정유 사업과 공격적인 친환경 설비 투자로 복합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한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등 레거시(legacy·전통) 에너지와 친환경 미래 에너지 사업을 아우르는 에너지 플랫폼 다변화를 추진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기업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고 있지만 기업 총 매출 가운데 80% 이상이 정유·화학·윤활유 사업에서 이뤄진다.  게다가 기업 영업이익 대부분도 레거시 에너지 사업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정유 사업은 올해 1분기 실적 호조를 거둔 데 이어 향후 영업이익 전망도 밝은 편이다.  화학·윤활유 사업도 지난해부터 호실적을 일궈내고 있다.

 

이에 힘입어 SK이노베이션은 5조원을 친환경 사업 설비 부문에 투자하는 등 기존 에너지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친환경 먹거리 사업 발굴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2년 10월 SK이노베이션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SK이노베이션의 다음 60년은 그 동안 배출해온 탄소에 관한 책임'을 중심에 두고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향후 사업 로드맵이 친환경 기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태원 회장은 같은해 3월 울산 공장(CLX)을 방문해 “울산 공장은 탈(脫)탄소 기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충분한 역량이 있고 앞으로 많은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2023년 9월 열린 '울산 포럼'에 참석해 "모든 플라스틱이 재활용 될 수 있도록 끌고 나가는게 목표"라며 플라스틱 사업의 친환경화(化)를 천명했다.

 

최 회장이 추진하는 이른바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은 폐(廢)플라스틱 재활용 순환경제 구축, 친환경 설비 도입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뜻한다.

 

이를 추진해 SK이노베이션은 향후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서 맹활약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방침이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2년 476억달러(약 65조2000억원)에서 해마다 4.9% 성장해 2030년 736억달러(약 100조8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친환경 미래 사업을 현실화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울산 공장 설비 업그레이드에 총 5조원을 투자한다. 

 

지난 60여년간 대한민국 에너지 사업을 이끈 SK이노베이션이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어떤 기업으로 환골탈태 할 지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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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은 지난해 매분기 흑자와 적자를 거듭한 반면 화학·윤활유 부문은 꾸준히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신한투자증권]

 

■ 높은 정제마진과 견조한 화학·윤활유 사업에 실적 호조 이어질 듯 

 

원유정제를 맡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정유부문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991억원을 기록해 해당 분기 총 영업이익 6247억원의 94%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따라 정유부문이 실질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근간이 되는 사업인 셈이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정유부문의 지난 한 해 영업이익은 8109억원이다.

 

다만 분기별로 살펴보면 이익 창출이 안정적이지 않다. 정유부문은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2748억원 △2분기 영업손실 4112억원 △3분기 영업이익 1조1125억원 △4분기 영업손실 1652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유부문 실적이 안정세를 보이지 못한 데에는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역량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대외 경제·외교 여건의 불확실성이 두드러졌다.

 

SK이노베이션 I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에 정제 마진 개선으로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 전세계적 경기 둔화로 정제 마진이 하락했다.  그러나 3분기에는 이동 성수기(차량·선박·항공기 등 가동 증가 시기) 개막에 따른 실적 호조를 일궈냈고 4분기에는 OPEC+(주요 산유국 연합체)의 감산 합의 실패와 경기 둔화 우려 등에 따른 정제마진 약세로 실적이 부진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올해는 글로벌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일각에서는 회복 조짐도 있다"며 "이에 따라 정유 수요가 늘어나 정제 마진도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체의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은 지난해 7∼8달러를 유지했으며 오는 2025년 말까지 최대 9달러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정제마진은 일반적으로 손익분기점이 5달러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는 OSP가 낮을수록 원료 확보 비용이 줄어들어 원유 정제를 통해 보다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OSP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의 정부 공시 원유 판매 가격이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 정유부문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341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1분기 대비 소폭 하락한 셈”이라며 “다만 이는 대외적 경제 둔화가 아닌 중국 정유 산업 관련 석유제품 수출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정원 연구원은 “중국 경제 회복이 진행되고 있고 이에 따라 석유제품 수요도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 SK이노베이션 정유부문 영업이익이 올해 3분기  3782억원, 4분기 347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화학사업과 윤활유사업은 정유 공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을 개질(성질 변환), 불순물 제거 등 공정을 거쳐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화학 제품과 엔진 윤활유를 생산·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SK이노베이션 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089억원을 시작으로 △2분기 1703억원 △3분기 2370억원 △4분기 3억원 △올해 1분기 124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윤활유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2592억원 △2분기 2599억원 △3분기 2617억원 △4분기 2170억원 △올해 1분기 2204억원을 기록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 부문과 윤활유 부문은 전세계적으로 공장 설비 증설이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반면 경제가 회복되면서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돼 안정적인 이익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고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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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계열사 SK지오센트릭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부지 공사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 5조원 설비 투자로 친환경 기업으로 자리매김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오는 2027년까지 울산 공장에 총 5조원을 투자하겠자는 사업 계획을 지난 2022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60여년 간 석유화학 중심 사업으로 성장해왔다면 이번에는 ‘카본 투 그린’ 전략에 따라 친환경 중심의 에너지 공급업체로 변모하겠다는 게 '큰 그림'이다.

 

이를 보여주듯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SK이노베이션은 그린 에너지와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가고 있다”며 “그린(Green) 기술 기반의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으로 ‘카본 투 그린’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규 사장은 "우리가 가진 역량을 총 결집해 생존력을 확보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4월 임직원들과의 워크숍에서 "기업경영은 2~3년이 아니라 5~10년 앞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며 "SK그룹 주력 사업이 된 석유·화학도 힘든 시기를 거쳤고 ‘카본 투 그린’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해 현재 직면한 어려움에 너무 소극적이지 말고 패기와 용기를 갖고 돌파하자"고 격려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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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늘어나는 탄소배출량 전망치(BAU)에도 불구 감축 노력을 계속해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 50% 감축, 2050년 넷제로(탄소 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 과정’의 그린화와 ‘생산 제품’의 그린화를 추진한다.

 

총 5조원의 투자금액은 △순환경제 구축 △설비 전환 및 증설을 통한 친환경 제품 확대 분야에 사용된다. 

 

이는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석유제품을 모두 대체할 제품이 없어 중장기적으로 설비를 변경하고 그동안 생산해온 석유화학제품을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을 SK이노베이션이 내놓은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순환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 계열사 SK지오센트릭은 2021년 폐플라스틱을 다시 석유로 만드는 ‘세계 최대 도시 유전 기업’이라는 청사진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하반기까지 울산 공장 내 21만5000㎡(약 6만5000평) 부지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만들고 연간 폐플라스틱 25만t을 재활용하는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장소에는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플라스틱을 원료로 되돌리는 기술) △열분해 등 3대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모두 갖춰 PP, 폴리에틸렌(PE), 페트(PET) 등 다양한 복합소재를 모두 재활용할 수 있다.

 

울산 공장을 친환경 사업장으로 바꾸기 위해 안전·보건·환경 분야 투자와 계획도 진행한다. 

 

이에 따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처리시설 신설, 환경경영개선 마스터플랜 수립 등이 이에 포함된다. 장기적으로는 탈탄소 기조에 따른 연료 수요 구조 변화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투자할 계획이다. 

 

또 전세계 에너지원이 그린 연료로 계속 전환되면 휘발유, 경유 등 기존 화석 연료 소비는 줄어들고 친환경 항공유(SAF) 등과 같은 에너지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수요 변화에 발맞춰 석유 및 화학 제품 생산공정을 전환해 친환경 항공유 생산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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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및 계열사의 SAF 사업 현황 [사진=SK이노베이션]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7월 미국 생활폐기물 기반 합성원유 생산업체 '펄그림 바이오에너지'에 지분을 투자했다. 또한 같은해 8월 울산 공장에서 항공유 생산할 때 발생하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3년 11월 일본 석유회사 에네오스와 '친환경 항공유 및 탄소포집활용(CCUS)'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중장기적으로 탄소를 감축하는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공정효율을 개선하며 저탄소 연료 전환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 부문에서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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