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 1000만 시대의 노인 일자리 '질적 취약성', 해결 방법 있다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우리나라의 어르신 인구가 늘어나면서 정부와 지자체, 기업에서는 노인 일자리 수를 늘리고, 어르신들의 직무 역량을 강화하는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모두의 노력으로 노인 취업자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어르신 일자리의 질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나 노인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통계청이 지난달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지난 2022년 889만명에서 올해 1000만명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할 전망이다. 오는 2042년 고령인구는 172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7%를 차지한다. 국민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인 세계에서 손꼽을만한 초고령 사회가 되는 것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어르신을 부양하는 젊은 층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통계청은 15세에서 64세 사이의 생산연령인구가 지난 2022년 3527만명에서 오는 2042년 2573만명으로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같은 기간 생산연령인구의 비율은 70.5%에서 55%로 급락한다. 이에 따라 20년후 생산연령 10명이 노인 8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시대가 온다. 2022년 생산연령 100명당 41.8명을 부양하던 부양비가 2042년에는 81.8명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급증하는 노인 인구가 스스로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각 지자체와 기업도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데 동참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으로 노인 고용률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13일 발표한 '24년 4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60세 이상 고용보험가입자수는 256만5000명으로 지난해 4월보다 20만명 늘어 1년 사이 8.5% 증가했다.
60세 이상 고용보험가입자수 증가율은 최근 몇 년 동안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60세 이상 노인의 고용보험가입자수는 1년 동안 8.5% 증가한 반면, 50대는 3.6%, 30대는 1.3% 늘어난데 그쳤다. 같은 기간 40대 고용보험 가입자수는 0.9% 줄었고, 29세 이하는 3.5% 급락한 것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노인 고용률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은 36.2%로 같은해 OECD 평균인 15.5%의 두 배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고령인구의 취업률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고용의 질은 동반상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정보원은 지난해 10월 '행정DB를 이용한 고령자 노동시장 특성과 지원 방안' 보고서에서 60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보험 가입자수는 월평균 1만3000명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구직 직종은 돌봄서비스나 청소, 경비 등의 단순 직군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임시직 규모는 70세 이상 전체 취업자 181만1000명 가운데 42.0%를 차지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56만5000명으로 32.2%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상용근로자는 27만8000명으로 15.4%, 무급가족종사자는 9만6000명으로 5.3%를 차지했다.
특히, 임시직에 종사하는 노인의 평균 급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지난해 폐지 수집 노인 실태를 보면 전국에서 약 4만2000명의 노인이 하루 5.4시간씩 주 6일 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15만9000원으로 생계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어르신들의 일자리 질을 향상하고, 경제적인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먼저 청소부, 경비, 택배원, 주유소 종업원 등으로 한정되는 공공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들은 각 직무별로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지만 청년층 구직자는 낮은 급여와 조직 문화 등을 핑계로 취업을 기피한다. 중장년층 이상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분야의 질 높은 일자리를 발굴하고, 취업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실제 많은 중소기업에서는 은퇴한 구직자를 채용하고 싶어 한다. 서울50플러스재단은 HR 기업 ‘올워크’의 자료를 인용해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이 ‘컴퓨터 기초활용’, ‘빅데이터 분석’, ‘온라인 마케팅 교육’ 등을 이수한 중장년 이상 인력이라면 연령과 관계없이 구인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직무 특성을 분석하고 재교육을 통해 어르신의 업무 역량을 향상한다면 질 높은 노인 일자리 창출과 고용에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아직까지 기업에서 중장년 이상의 은퇴한 구직자를 채용하려는 의지가 있어도 구인 정보를 모든 구직자에게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워크넷 등 공공 LMIS(Labor Market Information System‧노동시장정보시스템)를 통해 구직자와 구인 기업이 최대한 많이 접촉하고, 다양한 일자리 정보를 통해 질 높은 일자리를 매칭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간 기업에서도 지역의 노인 일자리 수요를 파악하고, 어르신 일자리 전용관을 운영하는 등 구직 정보가 최대한 노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질 높은 일자리 수를 늘리고, 이를 최대한 공개해 매칭률을 높이는 것만큼, 계속 고용이 이뤄지도록 돕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단기 일자리와 비정규직이 많은 노인 일자리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위해 다양한 공공부조를 지원할 수 있다. 한국형 실업 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의 고령층 지원 강화나 수급 요건 완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년층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지원 정책을 고령층에도 적용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다. 청년도약계좌와 빈 일자리 장려금, 니트 청년 지원, 고립 은둔 청년 지원, 국가기술자격 응시료 할인 등 청년 세대에 고용 창출‧유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사업을 노인에게도 적용해 세대 간 지원의 형평을 맞춰야 한다.
이 같은 노인 일자리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노인 세대 지원이 청년층의 사회적인 부담을 경감해 결과적으로 저출산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여론을 형성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