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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이슈 진단 (109)

KADEX의 비상활주로 개최 난제 많아…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문제 봉합하고 킨텍스 전시회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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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04.29 16:31 ㅣ 수정 : 2024.04.29 16:43

비상활주로 장기 점유로 유사시 사용 불가하며 페스티벌과 겹쳐 전시회 성과 창출 어려울 듯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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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의 지상군 페스티벌과 KADEX가 개최될 장소인 계룡대 비상활주로 모습. [지상군 페스티벌 홈페이지 캡처]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2월 12일 육군협회는 ‘DX KOREA 2024’와 같은 기간(9월 25일∼28일)에 KADEX라는 신생 전시회를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DX KOREA 주관기관인 ‘디펜스엑스포(이하 IDK)’와 전시회 개최장소로 킨텍스를 대관하기 위해 경쟁하다가 IDK로 킨텍스 대관이 결정되자 이곳을 전시회 장소로 선택한 것이다. 이후 육군협회는 육군이 매년 이 장소에서 열어온 ‘지상군 페스티벌’과 같은 기간에 KADEX를 개최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계룡대 비상활주로를 활용한 방산 전시회는 2006년에 ‘Defence Asia’란 이름으로 딱 한 번 개최됐다. 당시 육군본부 정책실에서 행사총괄을 담당했던 임모 예비역 중령에 의하면, 이 전시회는 육군이 직접 주최했고, 행사 규모도 350부스에 불과해 활주로를 점유하지 않고 개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무료 행사인 지상군 페스티벌과 같이 열려 입장료는 받지 않았으나 지상군 페스티벌을 보러온 일반 관람객의 전시회 입장은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육군협회, 전시회 개최장소인 비상활주로 사용허가 아직 신청하지 않아

 

이후 비상활주로 전시회는 열리지 않았다. 당시 방산 전시회 통합 분위기가 가장 큰 이유였지만 비상활주로 사용에 따른 전시 여건의 미흡함도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비상활주로는 유사시 사용하기 위해 군이 평시부터 관리하는 시설이다. 따라서 행사에 잠시 활용하더라도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재빨리 활주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비상활주로로 지정된 고속도로가 중간 분리대를 설치하지 않거나 이동 분리대를 설치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데 육군협회가 비상활주로에서 개최하려는 KADEX는 2006년처럼 소규모가 아니다. 육군협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참여를 결정하거나 약속한 기업만 해도 1100부스가 넘고 자체적으로 1600부스 이상을 예상하며, 병렬식으로 대형 고정시설(AL-HALL 텐트 A/B동) 2동을 설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006년 당시의 약 5배의 규모로 육군협회가 제시한 조감도에서도 전시관이 비상활주로를 일부 점유하는 모습이다. 

 

전시공사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육군협회가 밝힌 길이 340m, 넓이 50m, 높이 14m 규모의 전시장은 설치에 3주, 철거에 2주 정도 걸려 전시회 기간까지 고려하면 약 6주 정도 활주로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육군협회는 전시회 개최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비상활주로 사용허가는 아직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투데이가 국방부 공보과에 문의한 결과 “비상활주로 사용은 신청된 바 없다”라는 답변을 25일 받았다.

 

계룡대 활주로 사용해 수익사업 진행하는 최초의 전시회로 법적 검토 필요

 

국방부 소관 국유재산관리훈령 제9조(사용허가)에 따르면, 재산관리관은 ‘행정 목적에 장애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허가를 할 수 있다. 이때 사용부대가 타당성 검토를 해야 하는데 ‘부대임무 수행 여건 저해 여부’를 가장 먼저 검토하게 돼 있다. 또한, 사용허가가 가능한 경우에도 사용료, 사용허가 기간, 사업자 선정방식의 적정성을 검토한 후 사용허가를 해야 한다고 규정에 명시돼 있다. 

 

민간단체인 육군협회가 특정 업체와 함께 수익사업으로 진행하는 방산 전시회를 국방부 소관의 국유재산인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추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국방부 훈령에 따른 타당성 검토부터 수행하고, 사용허가를 하더라도 사용료는 얼마를 징수하며, 사용허가 기간은 얼마나 할지, 사업자 선정방식은 문제가 없는지 적정성까지 검토해야 한다.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에 육군협회가 사용허가를 신청한다면 법령에 따른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방부는 육군협회가 계룡대 비상활주로 사용허가를 신청하지 않았음에도 후원을 승인했고, 국방부가 승인하자 육군과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도 이어서 후원을 승인했다. 전시회 후원 승인 신청 시 전시회 장소와 기간을 명시하면 후원 승인기관은 이를 확인하고 문제가 없는지 검토한 후 승인을 내줘야 함에도 KADEX 승인 과정에서는 이런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듯하다. 

 

게다가 최근 육군은 육군협회에 지상군 페스티벌이 사용하는 면적의 50%만 사용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육군이 비상활주로의 기능을 고려해 이런 주장을 한 것이라면 KADEX의 전시면적은 현재 계획보다 축소될 수 있어 여유 공간 부족에 따른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또 전시회 입장료를 받게 되면 무료 행사인 지상군 페스티벌 관람객과 구분해야 하므로 1.5㎞ 이상 펜스를 둘러야 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장소와 이름 바뀌면 새로운 전시회…10여년 공들여온 전시회 성과 물거품”

 

방산 전시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업체들의 비즈니스 성과이다. 전시회 주최 측은 많은 비용을 들여 업체들이 원하는 국내외 VIP들을 초청하며 전시회의 모든 행사와 구성은 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그런데 지상군 페스티벌은 국민에게 군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이 분야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페스티벌과 전시회는 성격이 전혀 다른 행사임에도 한 장소에서 동시에 열려 전시회가 페스티벌에 묻히는 상황이 발생할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상활주로의 경우 VIP가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서 애로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계룡대 인근은 전시와 관련한 인프라가 거의 없으며, 대전에서 오고 가기에는 먼 거리이다. 해외업체들은 서울 근교에서 개최하던 전시회를 왜 지방의 외딴 활주로에 가서 개최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방산수출 확대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 정부의 흐름과도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한 전시 전문가는 “전시회는 장소와 이름이 바뀌면 새로운 행사”라며 “주최·주관이 달라져도 같은 이름으로 같은 장소에서 개최하면 그 전시회는 국제적으로 계속 인정되며, 제대로 관리되는 산업전시회는 매년 15% 정도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육군협회가 DX KOREA를 실질적으로 대체하고자 KADEX란 이름으로 새롭게 추진하는 것은 10여년 공들여온 전시회 성과를 일거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행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방부가 뒤늦게 문제를 인식하고 전시회 통합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후원신청 당시와 장소·일정이 달라진 육군협회의 후원을 취소하거나 IDK 후원을 승인하지 않으면 문제의 봉합은 어려울 듯하다. 어떤 방식이든 킨텍스에서 DX KOREA란 명칭으로 하나의 전시회가 개최되기를 소망한다. 국가이익과 방위산업 발전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육군협회와 IDK는 ‘DX KOREA 2024’의 성공적 개최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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