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푸드 다이어트가 실패하는 이유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다이어트의 트렌드가 변화하며 유행하는 체중 감량 방법도 수시로 바뀌고 있다. 이 가운데 사과, 바나나, 고구마, 토마토, 포도 등을 이용한 원푸드 다이어트는 특정 식품만 바뀔 뿐이지 매년 꾸준히 유행하고 있다.
원푸드 다이어트란 특정한 음식 한 가지를 정해서 지속적으로 먹으며 칼로리를 제한해 살을 빼는 것이다. 예컨대 활동량이 정상 범위인 체중 60kg의 성인이 필요한 하루 열량은 1800∼2100kcal인데, 원푸드 다이어트를 할 경우 1000∼1200kcal로 감소한다. 얼핏 보면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는 것 같지만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권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근육량이 크게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 에너지양인 기초대사랑은 체중과 비례하는데, 특히 근육량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원푸드 다이어트는 초기에는 지방이 빠질 수 있으나 결국 근육 손실로 이어지게 돼 기초 대사량이 떨어지게 된다.
본래 식습관으로 돌아오면 낮아진 기초 대사량으로 인해 다이어트 전보다 체중이 더 쉽게 증가할 확률이 높아진다. 요요현상이 진행됨으로써 체중 감량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원푸드 다이어트는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어지럼증, 빈혈, 탈모, 면역력 저하 등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특정 영양소만을 과잉 섭취하는 식이요법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가령,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닭 가슴살 같은 고기만 먹게 되면 단백질 과다섭취로 인해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바나나는 심혈관계 합병증을 일으키는 칼륨 과다로 이어질 수 있고, 과일만 많이 섭취하게 되면 당뇨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크게 유행하는 원푸드 다이어트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땅콩버터가 식욕조절에 효과적이라고 소개되면서 한때 품귀현상까지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땅콩버터가 단백질, 지방 함유량이 많아 오랫동안 포만감을 유지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땅콩버터는 열량이 무척 높고 포화지방이 많기 때문에 과다 섭취는 주의해야 한다. 더구나 설탕, 소금, 보존제 같은 첨가물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 의학 전문가들, “한 가지 음식만 먹는 다이어트는 각종 건강 장애 유발” / 조급한 마음보다는 일상을 즐기는 자세로 꾸준한 실천 중요
유행 중인 또 다른 원푸드 다이어트는 애플사이다비네거(사과발효식초)를 활용한 다이어트다. 사과는 자연 발효를 거치며 ‘아세트산’이라는 물질이 생겨나는데, 이러한 아세트산이 탄수화물을 당분으로 만드는 소화 효소를 억제해 혈당 상승을 방지한다는 원리다. 그러나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식초에 들어있는 산이 혈당 조절 및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 등에 일부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식초는 산 성분으로 위장 장애가 생길 수 있어 공복에 먹거나 원액 그대로 섭취하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혈당 변화’를 통해 체중 감량을 하는 방법이 유행하고 있다. 이른바 식사 순서를 바꾸거나 혈당조절 식품을 섭취하면서 살을 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전문가들도 비교적 호의적인 반응은 보이고 있다. 혈당스파이크가 발생하면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고, 인슐린이 분비되는 동안은 지방이 연소되지 않아 살이 빠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가장 먼저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들을 섭취해 인슐린 저항성을 낮춘 다음 단백질을 섭취하고 끝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함으로써 혈당 상승을 천천히 유도한다는 원리다.
이 방법은 보통 당뇨병 환자들에게 권장되는 식이요법인데 일반적인 체중감량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발상이다. 이에 따라 MZ세대들 중에는 연속혈당 측정기(CGM)를 달고 혈당이 크게 오르는 음식과 오르지 않는 음식을 분별하며 자신의 혈당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모습들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박철영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최근 대한비만학회에서는 비만 관리 목적으로 연속 혈당 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은 객관적인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일반 대중에게 과학적으로 입증된 지속 가능한 체중 관리 방법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 관리를 위해 CGM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며, 본인에게 맞는 다른 다이어트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가장 좋은 다이어트 방법은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적절한 운동을 찾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다. 매일 규칙적인 식사로 필수 영양소들을 골고루 섭취하면서 적정 칼로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이어트에 절대 왕도는 없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일상을 즐기는 자세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김연수 프로필 ▶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 학사 / 前 문화일보 의학전문기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 강사 / 저서로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