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10)] 재활치료의 위기를 호기로 극복해야. ⑤최후의 피난처가된 군수기능통합관리과정(하)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4.04.24 16:03 ㅣ 수정 : 2024.04.24 16:03

군수기능통합관리과정, 전략과 기획, 작전 등 모든 직능의 장교들에게도 효율적인 정책과 전략 및 작전 수립과 통합전투력 발휘 위해 필요
군수분야에 문외한(門外漢)이었던 필자가 군수전문가들을 제치고 1등하며 재활위기를 호기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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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줄 중앙의 육군군수관리학교장 이상선 준장과 교관들, 두·세 번째 줄은 ‘군수기능통합관리과정 제95-4기’ 학생장교들(필자는 맨 뒷줄 우측 두번째)이 졸업을 앞두고 기념촬영한 모습 [사진=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필자는 유난히도 ‘37’이라는 숫자와 많은 인연을 갖고있다. 육사 37기로 임관했고, 또 37사단의 대대장 자원으로 부임했으며, 전입후에 자만과 교만에 빠져 과신하며 지팡이를 던져버리고 무리하게 다니다가 불융합에 의한 대퇴부 재골절로 다시 수술을 받고 37일동안 입원했다.

 

바로 전해 4월에 발생한 대형교통사고로 인한 병원치료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을 때 주변 선배들이 재활 치료 기간이 많이 남아있어 바로 대대장 취임은 어려우니 차라리 6개월간의 ‘군사영어반’에 입교하여 교육을 받으며 재활치료를 한후에 대대장으로 취임하라는 제안에 따라 본의 아니게 영어교육을 받는 혜택을 누렸었다.

 

이번에도 퇴원을 앞두고 회복할 수 있는 재활치료 시간이 필요했는데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생각해낸 군수관리학교 8주간의 ‘군수기능통합관리과정 제95-4기’ 교육이 종합행정학교 군사영어반에 이어 최후의 피난처가 되었다. 또한 작전직능의 장교가 군수분야까지 섭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당시에 장교들이 전 직능의 임무를 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한다는 취지에 따라 잠시동안 공통 주특기로 바뀌었지만, 제95-4기과정에 참석한 학생장교들은 대부분이 군수직능 중령급 장교들로 이미 군수참모 직책을 경험했거나 곧 참모로 부임할 자원들이었다.

 

따라서 작전직능으로 군수분야 문외한(門外漢)인 필자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매우 힘들었고 함께 교육받는 선배들과 수호천사 라파엘이었던 동기 이00중령의 도움이 없었다면 무의미하며 고통스럽고 어려운 시간이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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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기능통합관리과정 제95-4기’ 교육 수료증과 상장 [사진=김희철]

 

■ 새롭게 접하는 군수분야 수업에 재미가 붙어 교관들의 농담과 숨소리까지 노트에 모두 적으며 집중

 

8주간의 교육을 받으면서 군수기능통합관리과정은 군수직능의 장교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략과 기획, 작전 등 모든 직능의 장교들도 알고 있어야 정책과 전략 및 작전을 수립할 때 필요하며 효율적인 통합전투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첫주차에 군수소요분야 교육을 받으면서 모든 직능의 장교들도 알아야 한다는 진리를 절실하게 느끼며 우선 확신했고, 그때부터는 새롭게 접하는 군수분야 수업에 재미가 붙어 교관들의 농담과 숨소리까지 노트에 모두 적으며 집중했다.

 

군수기능통합관리과정은 8주간으로 전후방 각지의 원거리 부대에서 참여한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 숙식을 제공했다. 또한 본인이 원하면 수업후에 퇴근도 가능했다. 헌데 학과가 끝나고 대부분의 동료 학생들은 숙소에 남아있지 않고 매일 저녁 시내로 빠져나가 개인 시간을 즐겼다. 

 

하지만 필자는 재수술 치료를 받은지도 얼마되지 않아 행동도 불편하며 목발을 짚고 있어 다른 곳으로 이동이 제한되었다. 그래서 8주간의 교육기간 동안에 평일은 학교에서 제공한 숙소에서 보내며 새롭게 접하며 재미를 느낀 군수분야 수업 내용을 복습하고 예습하는데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어느덧 그해 11월도 하순으로 접어들며 군수관리학교 교육도 마지막 시험까지 치루고 수료가 며칠 안남았는데 학교본부에서는 예기치 않은 실날한 토론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필자도 놀랐다. 그동안의 시험 결과가 군수참모를 역임한 군수전문가들을 제치고 작전직능의 필자가 1등을 하여 평가 성적대로 표창하면 안된다는 논리와 공통 주특기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대로 표창하자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었다.

 

결국 학교장에게까지 보고하면서 결과대로 표창하자는 것으로 결정되어 필자는 뜻하지 않은 교육사령관 표창도 받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군수분야에 문외한(門外漢)이었던 작전직능의 필자가 군수전문가 선배들과 동료들을 제치고 1등한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지만 재활위기를 호기로 만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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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취임에서 사열을 받는 37사단장(김홍배 소장) 모습과 사단에 통보된 군수관리학교장의 개인성적통보 서신, 동작동 국립현충원(장군1묘역 285번)의 수방사 참모장을 역임했던 이영대 장군의 묘비 [사진=김희철]

 

故 이영대 장군, 교통사고에 따른 재활위기를 호기로 만들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 준 은인

 

한편 부대에서는 이상신(갑종197기) 사단장이 필자가 37일간의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하며 부대에 들려 신고도 안하고 임의로 군수학교 교육에 입소하는 것은 소속을 무시한 괘씸한 행동이라며 인사 조치를 못한 인사참모와 군수참모에게 꾸지람을 하며 오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필자는 사단장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수술후에 목발을 짚고 있는 또 모습을 보이는 것이 송구스러웠고 군수참모도 입교일이 다급하니 어느정도 회복되면 빨리 퇴원해서 우선 군수학교로 입교하라는 조언에 그만 무례를 범했다는 용서를 구했다. 

 

또한 과거 수방사에서 사단장은 동원처장으로 필자는 작전장교로 함께 근무했음을 은근하게 표현하여 부드럽게도 만들었다.

 

사실 군수관리학교 교육중 휴일에 주로 찾아간 곳은 김포(현재 성남으로 이전)에 있는 수도통합병원이었다. 그곳에는 필자와 함께 당시 이상신 사단장이 대령 계급으로 동원처장으로 근무했던 수방사의 참모장이자 28사단장을 역임한 고(故) 이영대(학군4기) 장군이 췌장암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故) 이영대 장군은 필자가 수방사에 이어 28사단에서도 사단장으로 모셨다. 헌데 필자의 교통사고 당일에 박기준 장군에게 사단장직을 이임하는 이취임식이 열렸었다. 그는 사고 소식을 듣고는 후임 사단장에게 선처를 부탁한 덕에 이처럼 군수관리학교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 준 은인이었다.([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90~192)] ‘잔인한 4월도 나에게는 축복이었다’참고)

 

이 장군은 육본 감찰실장으로 근무하며 중장 진급이 거의 확정적일 때 췌장암이 발견되어 병원치료를 받고 있었다. 방문 당시에는 악화된 상태로 살이 모두 빠지고 앙상한 몸이었지만 필자의 손을 잡고 여유있게 미소지으며 “희철아, 너는 스트레스를 절대 받지 말고 군생활 잘해라”라고 오히려 목발을 짚고 있는 필자의 건강을 걱정해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얼마 후 먼길로 떠나셨고, 현재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필자에게 미소를 보내며 영면에 들어있다.

 

한편 군수관리학교장 이상선 장군은 입교하는 학생장교들의 학습 독려를 위해 과정 수료와 동시에 개인성적표를 사단으로 보내는 방침을 시행했다. 통보된 서신에는 위의 사진과 같이 필자가 1등하여 교육사령관 표창을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수방사에서 동원처장과 작전장교로 함께 고(故) 이영대 장군을 모시며 근무한 인연도 있었지만, 군수관리학교장이 보낸 서신을 보고받자 사진과 같이 ‘Good’ 표시를 하면서 오해는 풀렸다. 그러나 이상신 사단장은 이 서신을 보고 필자를 군수직능으로 계속 알고 있었다는 또다른 오해는 남아있었다는 후문이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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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프로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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