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안 호(號), 410조원 대 해상 SMR 시장 거머쥔다
삼성중공업이 2023년 1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해 2017년 3분기 이후 22개 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이 오랜 기간 적자에 시달렸던 것은 전세계적으로 상선(상업 선박) 발주가 줄어 신(新)조선 가격이 낮아져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저유가 시대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글로벌 선사들의 해양플랜트 수요도 급감해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해양플랜트가 인도되지 않는 등 피하기 힘든 영업환경에 시달렸다. 그러나 2020~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을 뒤흔든 후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글로벌 물류난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선사들의 상선 수요가 급증했다. 이와 함께 고유가 시대를 맞아 해양플랜트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힘입어 삼성중공업은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해양플랜트 등을 수주하며 착실히 먹거리를 확보하고 있다. 위기를 이겨내고 마침대 호황을 맞이한 삼성중공업의 경영전략을 분석하기 위해 기획 시리즈를 두 차례 나눠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절대 강자가 없는 410조원 대 SMR(소형모듈원자로) 시장을 잡아라'
최성안 대표(사진)가 이끄는 삼성중공업이 해상 SMR 사업을 적극 육성해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SMR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MR은 대형원전 설비를 획기적으로 축소시킨 소형원전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원전의 발전용량은 1000㎿ 안팎이다. 이에 비해 SMR은 발전용량이 300㎿ 정도로 작고(Small)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Modular)해 건설하는 원전(Reactor)이다.
SMR은 초기 투자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방사능 유출 등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이 적으며 △대량생산이 가능해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안전 면에서 뛰어나고 설비 구축비용도 적어 SMR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 삼성중공업, 차세대 핵심 에너지원 SMR 사업에서 최강자 노린다
SMR은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
26일 컨설팅 및 회계법인 삼정KPMG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SMR 시장 규모는 2027년 10억4000만달러(약 1조4253억원)에 그쳤지만 해마다 30% 성장해 2040년 3000억달러(411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2년 4월 기준 육상·해상에서 약 80종류에 이르는 SMR이 개발 중이지만 아직 기술 표준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및 플랜트 기업들은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본격 나섰다.
조선업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삼성중공업은 2022년 덴마크 원전 전문기업 시보그(Seaborg)와 ‘부유식 원자력 설비 개발 업무협약(MOU)'를 체결해 '해상 SMR 시장'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해상 SMR은 쉽게 설명하면 '바다 위 소형 원자력발전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삼성중공업의 선박 및 해상구조물 건조 역량과 시보그 SMR 기술의 일종인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를 융합해 해상에서도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부유식 원자로 발전설비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게 삼성중공업과 시보그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MSR은 일반 대형 원자로에 비해 크기가 작아 활용 분야가 다양하고 원자로 내부에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액체용융염(핵연료와 냉각재)이 굳도록 설계돼 안전도가 높은 점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삼성중공업과 시보그가 해상에서 CMSR을 구동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를 위해 시보그는 세계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FLNG)’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삼성중공업과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10여년 동안 전세계에서 발주된 FLNG는 총 8척이며 이 가운데 삼성중공업가 5척을 수주해 해상 부유식 구조물 역량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 삼성중공업-한수원-시보그 손잡고 CMSR 사업화 가속페달
삼성중공업은 차세대 소형 CMSR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채비에 나섰다. 이를 위해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3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시보그와 CMSR를 적용한 부유식 발전설비 제품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시보그와 2022년 MOU를 체결했을 당시에는 CMSR에 대한 연구개발(R&D)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한수원이 추가된 컨소시엄은 사업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컨소시엄 3개 업체는 우선 200MW 규모 발전설비를 상품화하면서 사업화 기반을 다질 방침이다. 이는 삼성중공업과 시보그가 2022년 추진한 800MW 규모 원자로 구조물에 비해 크기가 줄어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로 크기를 작게 하는 데 첨단 기술이 필요하며 SMR, CMSR 등이 이를 위한 첨단 기술"이라며 "당초 800MW보다 크게 줄어든 200MW 발전설비는 그만큼 고성능이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삼성중공업이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품을 사업화 하고 있기 때문에 컨소시엄 3개 업체는 프로젝트를 더욱 신중하게 추진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CMSR은 최첨단 못지 않게 친환경 발전소라는 특징도 지니고 있다.
3개 업체 컨소시엄이 구성할 당시 삼성중공업 대표를 맡았던 정진택 전(前) 대표가 "부유식 원자력 발전설비는 기후 변화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 솔루션”이라며 “이 기술은 부유식 수소, 암모니아 플랜트 등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장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 선박연료공급사업 등 신규 사업 카드도 만지작
삼성중공업은 해상 SMR, CMSR 등 소형 원자로 사업 못지 않게 선박 사업도 강화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사업보고서 정관에 게재된 사업목적에 기존 선박 건조, 수리, 개조, 판매 외에 △선박 임대 △선박연료공급업 △선박용 천연가스사업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선박 활용도를 최대화하는 사업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 진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삼성중공업은 이와 관련해 추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는 삼성중공업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건조에 특화된 역량을 갖춰 향후 선박용 LNG 급유 관련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NG 급유시장 전망은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GII에 따르면 전세계 LNG 급유 시장은 2021년 4억800만달러(약 5600억원)에서 해마다 6.8% 성장해 2028년 6억9161만달러(약 9492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상선(상업 선박) 건조·인도 전문기업을 뛰어넘어 해상 SMR 및 에너지 사업까지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보고서 정관에 새로운 사업목적이 추가됐다고 해서 관련 사업이 바로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세계적 수준의 LNG운반선 건조 역량을 갖추고 있고 △FLNG 건조 역량 세계 1위 △LNG벙커링선(급유선) 건조 역량도 확보해 이번 정관 변경으로 LNG 급유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9년 자체 기술로 건조한 LNG벙커링선을 아시아 선사에 전달해 LNG벙커선 건조 역량을 과시했다. 게다가 이 선박에는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이 장착돼 친환경적인 면모도 뽐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인도된 선박은 기존에 여러 선박에서 연료로 사용해온 고유황유와 비교해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5%, 이산화탄소는 25% 적게 배출됐다"며 "이를 계기로 삼성중공업은 FLNG를 비롯해 LNG운반선, LNG벙커링선, LNG추진선까지 LNG 관련 모든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국내 조선업계 절대 강자로 등장한 삼성중공업은 새로운 사업 개척에 주저하지 않고 있다.
최성안 대표가 올해 신년사에서 "4차 산업혁명 이후 산업,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흡수하고 융화하면서 새로운 결과물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첨단 기술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