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용산구청장, '시니어모델 양성 프로젝트' 닻 올려...“평생 이루지 못했던 새로운 꿈 도전하며 눈물 흘려”
한국은 2025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그러나 65세 이상은 과거의 노인과 질적으로 다른 세대이다. 정신과 신체가 건강하고 의욕도 높다. 이런 고령 인구를 ‘신중년’이라고 부른다. 여전히 사회를 이끌어갈 주체로 보기 때문이다. 신중년이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갖고 사회경제적 중추의 역할을 지속할 때 , '저출생-초고령사회'가 된 한국은 역동성을 지속할 수 있다. <뉴스투데이>가 신중년의 연령 범위를 50대~70대로 규정하고, ‘신중년 DECENT JOB’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기획 보도하는 이유이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시니어 세대가 젊어지고 있다.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70세가 넘어도 젊은 세대처럼 생각하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났다.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자리 보다 삶의 의미를 찾고, 노년을 아름답게 가꾸는데 관심을 가지는 어르신이 늘어나면서 은퇴 후의 뉴라이프(새로운 인생)를 위한 가치 창출을 목표로 신중년 일자리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자치구도 생겨났다.
용산구청은 이런 변화에 발맞춰 '뉴라이프, 시니어모델 전문가 양성과정' 프로그램을 개발해 올해 첫 교육 과정을 시작했다. 용산구의 이색적인 과정 개설은 서울시의 자치구 중에서도 초고령 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이태원 등 이색적인 문화가 발달한 지역이 많은 용산구에 은퇴 전과는 다른 색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노인이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관심을 갖고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고령자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용산구의 65세 이상 노인은 3만9747명으로 전체 22만7106명의 17.5%를 차지했다. 서울시의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174만3696명으로 전체 인구인 963만8799명의 18.1%로 나타나 용산구 초고령 어르신 비율이 서울시 전체 평균보다 0.6%포인트 작은 것으로 집계됐다.
용산구는 이 같은 신중년 어르신들의 구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시니어 모델 전문가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며, △모델과정(기초워킹, 워킹과 포즈) △댄스과정(라틴댄스) △인문과정(이미지메이킹, 컬러매칭, 스피치교육) △소셜네트워크(소셜 마케팅 활용)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 임원으로 정년 퇴직한 남자 교육생 B씨, "모델 과정을 시작으로 아이 세대와 소통하고 싶어"
용산구의 시니어모델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아세아항공직업전문학교 관계자는 23일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시니어 모델 전문가 양성 과정 개설 전 이뤄진 면접에서부터 용산 거주 어르신들의 새로운 삶의 가치를 만들기 위한 진심어린 노력이 덧보였다”면서 "모집정원 20명의 3배수를 넘는 65명의 신청자가 지원하다 보니 면접을 통해 총 22명의 교육생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생들의 일화를 말하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자 하는 어르신들의 진실된 모습을 소개했다. 평생을 가족에만 희생해 온 A씨는 “일생을 엄마의 이름으로, 아내의 이름으로 살았는데, 이제는 자신의 이름으로 살고 싶다”면서 "뉴라이프 모델 과정의 교육을 꼭 받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모기업의 임원으로 정년을 맞이한 남자 교육생 B씨는 “모델 과정을 시작으로 아이 세대와 소통하고 싶다”면서 “다가서기 편하고 아름다운 시니어로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고 말해 직장 생활을 통해 잃어버렸던 소통의 삶을 새로 시작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시니어 모델 전문가 과정의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아세아항공직업전문학교의 장보인 교수는 "이번 과정은 7월23일까지 진행된다. 과정 수료 후 수료증을 발급하고, 취업 연계도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이번 과정 수료생 중 최소 16명 이상이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혀 신중년을 위한 교육 과정이 취업과 연계되는 일자리 사업의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교육생 D씨, "경제적 부담으로 엄두 낼 수 없었는데 알토란 같은 사업 해줘서 구민인게 자랑스러워"
2주차에 접어들면서 현장에서의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C씨는 “지금까지 2번의 모델 과정 수업과 소셜네트워크 교육이 진행됐고, 소셜네트워크 계정도 처음 만들어봤다”면서 “혼자서는 시도조차 못했던 일들을 해내면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현장의 경험을 말했다.
중장년 일자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강생들 사이에서는 지자체 사업에 대한 구민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모델 과정에 참여한 D씨는 “유료 과정은 경제적인 부담이 있어서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용산구에서 구민을 위해 이런 알토란 같은 사업을 추진해 줘서 처음으로 구민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주민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뒤늦게 시니어 모델 과정에 참여하려는 어르신들의 발걸음도 한창이다. 장 교수는 "직원들은 과정이 진행 중인데도 참여 문의 전화를 계속 받고 있다. 다음해에도 이 과정을 열었으면 하는 어르신이 많고, 미리 등록을 해두고 싶다"고 말해 용산 어르신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교육 과정의 마지막은 미니 패션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교육생들 모두가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계획이다"면서 "인플루언서, 시니어 모델로 연계될 새로운 시니어 라이프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 용산구, 또래 세대 돕고 싶은 신중년 위한 일자리 양성 / 시스템에어컨 사용하는 공공시설 늘어나는데 따른 신중년 일자리 창출 시도
구청은 또래 세대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에 종사하고 싶은 용산구 어르신들을 위해 '실버프로그램 전문강사 양성과정'을 운영한다. 이번 강사 양성 과정은 또래 어르신 돌봄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용산 구민의 수요와 용산구에 거주하는 고령인구와 단독가구의 증가로 복지시설이 늘어나면서 어르신들의 보살핌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인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운영된다.
교육 내용은 △실버인지미술 직업 전문교육 △실버인지미술치료 사례 및 시연 △실버레크리에이션의 이해 및 실습 △지도법 △강사교안 작성 등이다.
올해 실버프로그램 강사 양성 과정은 용산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신중년 용산구민과 경력단절여성, 40대 구직자 등 총 20명을 모집한다. 용산구는 올해 수료생 중 취업자 16명 이상을 배출한다는 목표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론 교육은 다음달 24일부터 오는 7월26일까지, 실습 교육은 다음달 13일부터 오는 11월30일까지 각각 192시간씩 이뤄진다.
구청은 지역 일자리 수요를 분석해 시스템에어컨 세척관리 전문가를 양성하는 사업도 준비 중이다. 구청은 학교‧병원‧다중이용시설‧병원 등 용산 지역의 공공시설에서 시스템에어컨을 사용하는 수가 많아지면서 에어컨 세척기술 자격취득 과정을 개설했다. 프로그램을 이수한 어르신에게는 취업이나 소자본 창업기회를 제공한다.
교육은 다음달 7일부터 30일까지 16일간 서울시 중부·남부기술교육원 중부캠퍼스에서 용산구 신중년‧경력단절여성 총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교육 내용은 △시스템에어컨 분해세척 △전기안전교육 △세척장비사용 등이다. 구청은 수료생 중 적어도 14명 이상이 취업할 수 있도록 취업 지원에 앞장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