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경제정책 이끌 기본원칙과 실용적 준칙은? (4)(끝)
한 국가가 얼마나 적합한 경제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했는가에 따라 경제의 성쇠가 결정된다는 것은 역사에서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간혹 경제정책의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정책의 효율성과 효과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정책당국이 경제정책을 기획하고 수립할 때 원칙이 불명확한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 본연의 정체성인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고, 경제 재도약을 위해 경제정책의 원칙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경제정책의 원칙은 경제정책의 수립과 실행에 있어서 관제탑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3대 원칙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8개 준칙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범식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지난 3회에 걸쳐 경제정책의 3대 원칙을 바탕으로 한 8개의 실용적인 준칙 중 5개를 소개했었다. 이번 편에서는 나머지 3개 준칙을 살펴보겠다.
• 준칙⑥ 정치적 고려보다는 경제적 논리를 중시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정책일수록 경제적 논리를 중시하면 정책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그러나 민간과 달리 정부는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 비생산적 투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있다. 즉, 기대 수익률이 높은 사업보다 정치적 영향력이 큰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고 경제적 논리와 실익을 추구해야 한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교훈은 경제적 논리를 무시하고 정치적 동기에 매몰된 경제정책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공영호(2017)는 “공공재와 정부실패: 경제학적 접근의 인식론적 한계”라는 논문에서 일부 연구 결과 등을 인용해 정치적 동기에 매몰된 경제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공공재는 수요가 얼마인지, 건설비용은 얼마나 소요되며, 건설 이후에 얼마의 이익이 날 것인지에 대해 정확한 예측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승리를 위해 선심성 정책을 제시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일단 선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 사업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엄격한 조사와 연구는 뒤로 미루고 장밋빛 청사진을 선거공약으로 발표한다. 결과적으로 필요 이상으로 공공재가 과잉 공급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러한 분석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정책 실패를 방지하고 경제적 실익을 도모하려면 정책당국은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할 때 정치적 접근과 관행을 지양하고, 경제적 논리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준칙⑦ 폐쇄보다는 개방을 추구한다.
각 분야에서 개방을 확대하여 경제시스템에서 거래와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개방이 확대될수록 시장은 경쟁적으로 변화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확대된다. 경쟁은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촉진하며 지속적 혁신을 자극하고, 소비자의 후생을 극대화한다.
우리의 장점인 도전정신을 자극하기 위해서도 폐쇄보다는 개방이 바람직하다. 폐쇄 지향적 정책은 그 목적이 설령 국내 산업 보호에 있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거나 거래(교환)를 방해하는 것으로 비생산적이다.
누군가 필요로 하는 것을 효율적인 다른 누군가가 자발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생산적’이라는 말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개방 지향은 비단 시장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혁신에도 적용된다. 과거에는 폐쇄형 혁신(closed innovation)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한계에 부딪히면서 지금은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주목받고 있다.
개방형 혁신은 연구개발의 전 과정을 한 기업이 모두 독점하는 폐쇄형 혁신과 달리 내부와 외부의 아이디어를 모두 활용하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내부와 외부의 시장 경로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다.
• 준칙⑧ 거시경제 정책은 경기조절 기능 수행과 재정 건전성을 추구한다.
정부는 경기 호황기에는 경기가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경기를 조절하고, 경기 침체기에는 소득감소나 실업 등으로 국민이 고통받지 않도록 경기회복을 위해 다양한 거시경제 정책을 수행한다. 거시경제 정책은 대표적으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등을 들 수 있다.
이중 경기조절은 재정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이다. 경기 호황기에는 흑자재정을, 경기 침체기에는 적자재정을 통해 경기 진폭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재정의 완충(buffer)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기 경제전망과 재정수지 예측을 기반으로 하여 선제적으로 경기 대응 능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예산지출 총액의 일정 여유분을 책정해 경기가 침체할 때 완충 및 조정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재정 운용의 효율화를 통한 재정의 건전성 확보도 중요하다. 일단 적자재정이 발생하면, 흑자로 반전시키기 어려운 것이 선진국들의 공통적 경험이다.
미국은 1983년에 재정적자가 GDP의 6%로 당시 정점에 도달한 후 흑자로 반전되는데 무려 15년이 소요되었고, 1998~2001년 흑자를 기록한 이후 불과 4년 만에 적자로 반전되었다.
따라서 재정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예산의 졸속 편성을 제어하고, 예산을 집행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아울러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재정준칙의 법제화도 재정 건전성 제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