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는 금리 내려간다' 채권투자 활발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2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0차례 연속 동결이다. 보험업계는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채권투자 비중을 늘리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이 순매수한 채권 규모는 7조4327억원이다. 총 27조7331억원의 채권을 매수하고 20조3665억원을 매도했다. 순매수 규모를 월별로 살펴보면 1월 2조3359억원, 2월 2조1852억원, 3월 2조9116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 1조961억원 순매도, 4분기 2조994억원 순매수와 비교하면 채권투자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채권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은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전망돼 채권투자 매력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하락해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반대로 채권가격이 상승해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 밖에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부동산PF 관련 부실채권이 늘어난 점도 채권투자 비중이 확대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보험업계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2%로 전년 0.60%에 비해 0.42%p 악화됐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의 기업대출 부실채권 비율도 2022년 0.20%에서 지난해 0.91%로 0.71%p 상승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부실채권 비율은 0.29%에서 1.33%로 1.04%p나 급등했다.
보험사들이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소비자가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진다.
보험사는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를 운용해 수익을 거둔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로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인 예정이율이 하락한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가 상승한다.
예를 들어 보험료 1000만원을 운용해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이 3%라고 가정하면 3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런데 금리가 하락해 예상 수익률이 2%로 낮아지면 수익도 20만원으로 감소한다. 예상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어 보험료를 올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통상 예정이율이 0.25%포인트(p) 하락하면 보험료는 5~10% 상승한다.
실제 2021년 4월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예정이율을 2.25%에서 2%로 하향 조정하며 보험료 인상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안이 심화되면서 기준금리가 인하돼 역마진 문제에 부딪혀 예정이율을 인하한 것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동결되며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채권투자 매력이 커졌다"면서 "부동산PF 리스크 우려에 보험사들이 투자매력이 커진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가 상승할 수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는 예정이율에 바로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2022년 고금리 기조에 보험료를 내린 바 있고, 만일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가입자들의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보험사 입장에서도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