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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깎고 수수료 없애고'...총선 야당 압승, 은행권 압박 강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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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4.12 08:17 ㅣ 수정 : 2024.04.12 08:17

22대 국회 개원 후 선거 공약 이행 돌입 전망
금융공약은 민생에 초점..금융 부담 절감 지원
은행 영업·경영 관련 규제 강화 방안도 포함돼
은행권, 섣부른 금리·수수료 개입 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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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본점. [사진=뉴스투데이 DB]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선거 기간 제시한 금융 공약 이행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공약 지향점이 ‘민생’에 맞춰진 만큼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대한 금융 지원 활성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출금리와 수수료 등 은행 영업 구조에 대한 변화 요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파생상품 판매 규제 가능성도 제기돼 은행권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정책 실행 전 정치권과 금융권의 충분한 대화·협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민주당의 ‘2024 총선 정책 공약집’에 따르면 금융 관련 공약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비롯한 금융 소비자 부담 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이자 부담을 각종 제도·정책 손질로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먼저 민주당은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시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교육세와 기금출연료 등의 항목을 제외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출금리는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차감해 결정되는데, 가산금리는 은행의 대표적인 마진 창출 부문으로 꼽힌다. 

 

또 대출 잔액을 계약 기간보다 일찍 상환할 경우 부과되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정책금융기관부터 선제 도입한 뒤 가계대출 분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구상이 공약집에 담겼다. 은행의 주기적 금리인하요구권 고시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최근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야기한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에 대해선 금융당국의 사전 승인제를 도입하겠다고 제시했다. 고객 연령과 투자 성향·경험 등에 기반해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규제 방안 도입도 언급했다. 

 

민주당은 또 금융사 재무제표에 중대한 오류 등이 발견되면 일정 기간 경영진의 보수를 환수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내세웠다. 실무자 제재를 넘어 경영진에 보다 강력한 책임을 부과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미국이 2020년 같은 내용의 ‘보수환수제(clawback)’를 시행한 걸 예로 들었다. 

 

이와 함께 △정책금융기관에 대한 금융권 출연요율 상향 △법정 최고금리(연 20%) 초과 계약 이자 무효화 △최저 생계비 이하 금액에 대한 압류 금지 △소상공인·자영업자 특화 장기·분할상환 대출 프로그램 도입 등의 공약도 국회 개원 이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에선 금융 소비자 부담 완화와 상생 확대라는 방향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금리 결정 체계 및 수수료 정책 등에 대해선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의 과도한 시장 개입 논란이 촉발될 수 있는 데다, 자칫 풍선효과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의 가산금리는 매년 국정감사 등에서 나오는 단골 소재로 꼽힌다. 은행이 과도한 가산금리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은 가산금리 산정 기준을 ‘영업 비밀’로 삼고 있기 때문에 외부로 공개하지 않지만, 대출 운용에 꼭 필요한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가산금리는 업무원가와 법적비용이 포함돼 있는데 온전히 은행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건 오래된 오해”라며 “가산금리는 수요 조절의 기능도 있어 (산정 시) 필수 항목이 제외되면 다른 곳으로 채울 수도 있다. 이 경우 그동안 유지돼 온 질서가 어지럽게 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도 해묵은 문제다. 지난해 은행권은 상생금융 일환으로 일부 취약차주 대상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시행했지만 일시적 조치다. 은행권은 중도상환수수료의 경우도 고객과의 ‘약속’인 만큼 전면 면제 시 자금 조달·운용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은행권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익은 연간 약 3000억원대로 추산된다. 

 

파생상품 규제 및 경영진 책임 강화와 관련해선 선제적인 내부통제 장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급격한 신탁 판매 위축과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책무구조도 도입과의 이중 규제 우려에 대해선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의 공약 이행 과정에서 금융당국 및 은행권과의 활발한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고 있고 금융 선진화를 위한 좋은 정책이 나오면 기업 입장에서 경영에 적극 반영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희생보다는 상생의 관점에서 추진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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