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4.11 08:17 ㅣ 수정 : 2024.04.11 08:17
작년 중기 대출 잔액·점유율 은행권 최고 수준 대출자산 증가에도 충당금에 순이익 소폭 줄어 선제적 건전성 관리에 올해 이익 개선 기대감↑ 은행 성장→정책금융 강화..가치금융 효과 톡톡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IBK기업은행이 적극적인 중소기업 금융 확대로 정책금융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과 시장 점유율 모두 은행권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시장 지배력도 키워나가는 모습이다. 특히 시장에선 기업은행이 선제적인 손실 흡수 능력 확보로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제고하는 움직임에 주목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33조7520억원으로 전년 말(220조7170억원) 대비 5.9% 증가했다. 지난해 말 총 대출 잔액(287조960억원)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2년 말 80.8%에서 지난해 말 81.4%로 0.6%포인트(p)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운전자금 120조1950억원, 시설자금 113조557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전년 말과 비교하면 각각 5.7%, 6.1% 증가한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53.2%로 가장 많았고 도소매업(16.2%), 기타(14.3%), 부동산임대업(11.1%)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해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시장 점유율은 23.2%로 은행권 1위를 유지했다. 잔액 기준으로 KB국민은행(136조6071조원)과 하나은행(130조1382억원) 등 대형 시중은행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자금 조달 수요가 늘어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정책금융이 이뤄진 결과다.
다만 이 같은 대출 자산 증가에도 지난해 기업은행의 당기순이익(별도)은 2조4115억원으로 전년(2조4548억원) 대비 1.8% 줄었다. 이자 부문 이익이 2022년 7조407억원에서 지난해 7조4667억원으로 6.1% 증가했지만 비(非)이자 부문 이익 감소와 대손충당금 전입 확대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기업은해의 충당금 전입액은 2조576억원으로 전년 말(1조4853억원) 대비 38.5% 급증했다. 충당금은 잠재 부실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쌓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당장은 회계상 비용으로 잡혀 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중장기적인 건전성 관리를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조치다.
금융권에선 기업은행이 대규모 충당금으로 손실 흡수 능력 확충에 나선 데 대해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불확실성에 대한 조기 대응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올해 기업은행의 실적은 전년 대비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여신 중심 포트폴리오 보유의 태생적 한계에도 건전성은 비교적 안정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며 “선제적 충당금 적립으로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도 갖췄다”고 진단했다.
기업은행의 기초체력이 강화될수록 중소기업 대상 정책금융 동력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은행은 올해 약 17만개 기업에 총 1825억원의 대출이자를 캐시백(환급)하고, 중소법인에 대해 약 2조원 규모의 대출금리 인하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이 외에도 보증료 지원, 저금리 대환 등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금융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1월 내부 출신으로 취임해 2년차를 맞은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대표적 경영 슬로건은 ‘가치금융’이다. 중소기업 금융 마중물이라는 정책금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며 성장하면 직원과 고객, 사회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선순환 체계가 구축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김 행장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25년까지 기업은행의 총자산을 500조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해 총 200조원의 자금 공급 계획도 제시했다.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난 4일 국책은행 최초로 벤처캐피탈(VC) 자회사 ‘IBK벤처투자’도 설립했다. 2025년까지 모험자본 2조5000억원 이상을 공급하는 게 목표다.
김 행장은 “은행은 높아진 가치를 통해 다시 고객의 가치향상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인금융 대전환 및 비이자 부문의 경쟁력 강화라는 균형성장을 통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튼튼한 기반 마련에 힘써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