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107)]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 딜레마, ‘보잉’과 ‘사브’의 걸림돌 해소가 관건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04.08 11:34 ㅣ 수정 : 2024.04.09 08:34

FMS에서 한국어 번역본 요구는 부적절하고, 외국서 운용 중이면 자료에 의한 평가 가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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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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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이 현재 4대를 운용 중인 미국 보잉의 E-737 ‘피스아이’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비행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공군의 공중감시정찰 능력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항공통제기 2차 사업)이 2차례에 걸친 입찰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최경호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대변인은 지난 1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항공통제기 2차 사업은 지난주에 제안서 평가를 했으며, 일부 업체에서 필수조건 미충족이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방사청은 현재 3차 입찰공고를 진행 중이다.

 

3차에서도 경쟁입찰 어려우면 수의계약 또는 사업 재추진 가능성 제기

 

방사청은 지난달 22일 1차 입찰공고에 따른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고, 미국의 ‘보잉’과 ‘L3해리스’, 스웨덴의 ‘사브’ 등 3개 업체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보잉은 제안서의 한국어 번역본 미제출로, 사브는 실물에 의한 현지 시험평가 계획을 제공하지 않아 탈락했다. 이후 방사청은 2차 입찰공고를 내고 제안서를 접수했으나 이번에도 L3해리스만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이 미충족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안서 평가 중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답변은 제한된다”라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1·2차 제안서 평가 과정에서 L3해리스만 살아남아 3차 입찰공고에서도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으면 L3해리스와 수의계약을 하거나 사업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살펴보면, 보잉은 한국군이 운용 중인 E-737의 차기 모델로 노스롭그루먼의 다목적전자주사배열(MESA) 레이더를 탑재한 ‘E-7A’를, 사브는 캐나다 봄바디어(Bombardier)의 비즈니스 제트기인 G6500에 최신 에리아이(Erieye)-ER 레이더를 탑재한 ‘글로벌아이’를, L3해리스는 사브처럼 G6500에 이스라엘 IAI의 최첨단 레이더를 탑재한 새로운 모델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 계약상 영문에 우선하는 한국어 번역본 요구하면 제출 가능성 없어

 

E-7A와 글로벌아이는 실전 배치돼 운용 중인 기종이지만, L3해리스가 제안한 모델은 항공기와 레이더가 각각 운용된 적은 있으나 통합된 시제품은 없는 상황이다. 구매방법도 E-7A는 미국 정부로부터 우리 정부가 구매하는 FMS(Foreign Military Sales) 방식이고, 나머지 2개 기종은 상업구매(Direct Commercial Sales) 방식이다. 방사청은 이번 제안서 제출 시 영문과 한국어 번역본을 동시 제출하고 구매 시험평가도 실물에 의한 국외시험평가를 요구했다. 

 

FMS 사업의 경우 우리 정부를 대표한 방사청의 계약 상대는 미 국방부이고, 미 국방부는 보잉과 별도 계약을 체결해서 제품을 생산, 관리한 후 완성된 제품을 우리에게 인도한다. 마치 미 국방부가 보잉의 총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고 보잉과 방사청 간 직접 계약은 성립되지 않는다. 전 세계 무기판매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미 국방부는 FMS 사업에서 보안이나 오역 등의 우려로 영어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  

 

FMS 사업에 정통한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장은 “보잉이 미 국방부를 대신해서 공식적인 한국어 번역본을 우리에게 제공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약이 아니라 제안서 평가를 위한 용도로 비공식 번역본을 요구했다면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나, 계약상 영문에 우선하는 한국어 번역본을 요구한다면 보잉은 3차 입찰에서도 제출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라고 설명했다. 

 

사브, 스웨덴공군이 아직 운용하지 않아 시험평가 계획 제출하지 못한 듯

 

국외구매 사업의 시험평가도 2015년 이전에는 외국에서 운용 중인 무기체계의 경우 성능이 검증됐다고 생각해 자료에 의한 시험평가가 원칙이었다. 그런데 방산비리 논란으로 2015년 8월 국방부는 국외구매 사업도 실물 시험평가를 원칙으로 정했다. 이때 외국에서 운용 중인 것은 자료에 의한 시험평가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다. 그런데 2017년 12월 이 단서조항마저 없애 외국에서 운용 중이어도 실물에 의한 시험평가를 원칙으로 변경했다. 

 

사브가 제작한 글로벌아이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돼 운용 중이다. 반면 스웨덴공군에는 2027년까지 납품될 예정이어서 아직 운용하는 장비가 없는 상황이다. 현지에서 실제 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실물 시험평가를 해야 하는데 사브는 시제품조차 없으니 시험평가 계획을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3차 입찰에서도 사브는 방사청의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L3해리스의 경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으니 이번 사업을 통해 완성된 시제품을 최초로 만들어 시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험평가 과정에서 탐지거리 등 작전운용성능과 군 운용 적합성 시험을 무사히 통과할지 장담할 수 없는 데다, 구매비용이 우리 사업예산 범위에 들어오는지도 관건이다. 만일 문제가 생겨 기종 결정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추진전략부터 다시 수립해야 한다. 

 

방사청, 제안요청서에 내세운 조건 중 일부 재검토하면 경쟁 여건 가능 

 

정리해보면 보잉은 공식 한국어 번역본 때문에 제안서 평가 통과가 어렵고, 사브는 실물 시험평가 여건이 안돼 역시 제안서 평가 통과가 힘든 상황이며, L3해리스는 제안서 평가 통과는 가능한데 새로운 모델이라서 앞으로 성능을 검증해야 한다. 따라서 3차 입찰공고에서도 경쟁입찰 여건이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듯하며, 향후 사업 성공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해법은 방사청이 지금이라도 제안요청서에서 내세운 조건 중 일부를 재검토해야 한다. 즉 FMS 구매방식에서는 영문본으로 평가하거나, 제안서 평가를 위한 비공식 한국어 번역본 제출을 요구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하면 국외구매의 취지대로 성능이 검증된 무기체계를 경쟁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나아가 국외구매 사업의 시험평가도 외국에서 운용 중인 무기체계라면 자료에 의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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