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103)] ‘비닉 사업’으로 개발해온 국산 미사일, 방산수출 통한 미사일 전력 강화와 수출품목 다변화 추진 필요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01.15 09:09 ㅣ 수정 : 2024.01.15 14:12

현재는 보안 이유로 공개조차 어려워…수출 가능성 있는 비닉 사업 해제 검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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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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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지난 4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우크라이나 북동부 격전지 하르키우에서 북한제로 추정되는 미사일 파편이 발견되고, 이스라엘군이 수거한 미사일 잔해에도 한글이 포함된 제조번호가 적힌 것으로 드러나는 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에 미사일을 공급하는 ‘어둠의 무기상’ 역할을 한다는 추정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4일(현지시각) “러시아가 북한산 탄도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고 밝혔고, 미국의 소리(VOA)는 “하마스와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에 사용한 무기 파편에서 한글로 보이는 식별 표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6일 ‘지난 2일 강타한 여러 미사일 중 시각적·기술적으로 러시아 모델과 다른 것이 발견됐다’는 하르키우 검찰청 대변인의 발표를 전했다. 

 

북한과 달리 미사일 개발이 비닉 사업에 가려져 추진 내용 몰라

 

북한은 그동안 한국을 노려 다종다양한 미사일을 개발하고 수많은 미사일을 시험 목적으로 발사해왔다. 이제는 러시아, 하마스 등을 통해 실제 전쟁에서 미사일을 사용함으로써 실전 성능을 검증하고 보완할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1990년대 이미 중동지역에 미사일을 수출하며 기술력을 향상해온 북한은 이번 기회를 통해 기술적 완성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비해 한국군은 미사일과 관련해 ‘비닉(秘匿) 사업’으로 분류하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발전 기회를 스스로 봉쇄하고 있다. 비닉 사업은 방위사업 관련 법규에 단어만 등장할 뿐 정의나 분류기준 및 관리절차를 확인하기 어렵다. 여러 관련 정보를 종합해 보면 ‘국가안보상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사업’ 정도로 정의할 수 있는데, 국방부 장관과 극소수 인원만 이 사업의 추진 내용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비닉 사업도 이따금 모습을 드러냈다. 2020년 8월 국방과학연구소(ADD) 설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충분한 사거리와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이 좋은 사례다. 당시 언론들은 이 무기체계가 현무-4로, 사거리 800㎞에 2t의 탄두 중량을 갖고 지하 100m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고 대서특필했으나 국방부의 공식 설명은 없었다.  

 

2021년 10월 세계 7번째로 독자개발에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발사시험 현장에 참석하면서 내용이 알려졌지만, 국방부의 브리핑은 없었다. 2022년 국군의 날 행사 영상에 등장한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군이 초정밀(현무-4), 고위력(현무-5) 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을 뿐이다.

 

시험 발사 횟수 부족한 데다 전력화 이후 신뢰성 강화 조치도 미흡

 

미사일 전문가들은 한국군의 미사일 전력이 북한보다 양에서는 열세지만 질에서는 앞서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으나, 러시아·중국에서는 북한보다 수년 이상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비닉 사업으로 관리되고 있어 개발 완료 후 전력화 배치까지 충분한 시험 과정을 제대로 거쳤는지도 알기 어렵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시험 발사 횟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신뢰성 강화를 위해 시험 발사 횟수를 늘리고 전력화 이후에도 저장탄약신뢰성평가(ASRP)를 주기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22년 10월 4일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연합훈련 중 육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비정상 비행 후 강릉 공군기지 내 골프장에 낙탄했던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

 

비닉 무기체계는 ADD가 주관해 방산업체가 시제품을 개발한 후 양산 배치하지만, 국내외 방산전시회에서 홍보하거나 수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규격이나 성능이 공개되지 않아 외국은 수입하고 싶어도 요청할 수 없다. 반면, 일본은 도서방위용 대함유도미사일, 극초음속 순항·요격미사일 등을 방산전시회인 ‘2023 DSEI japan’에서 홍보했고, 중국은 2022년 자국에서 열린 에어쇼에서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공개했다.

 

방산수출 ‘Big 4’ 달성하려면 베일에 가린 ‘비닉 사업’에 관심 필요

 

방산업계에서는 ‘비닉 무기’로 묶여 있는 전체 미사일 사업 중 일부라도 검토해 해제하고 승인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등 수출품목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또한, 미사일 관련 기술 중 신기술을 제외한 일부 범용 기술들은 다른 나라가 먼저 팔기 전에 파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수출을 장려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산 미사일이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수출로 이어진다면 수출품목 다변화로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데다, 시험평가가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부족한 기술력도 보완될 수 있으며, 수출업체가 기술보유기관에 내는 기술료 등을 통해 개발에 참여한 ADD 연구원들의 사기진작도 가능할 것이다.

 

중동지역에는 미사일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있고, 대만·일본·호주 등 도서국들은 안보 긴장감 증대로 지대함미사일에 관심이 많다. 호주는 상대적으로 미사일 전력이 약한 편이라서 ‘레드백’ 장갑차에 이어 수출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만일 수출이 성사되고 수입국이 미사일을 실제 사용할 경우 북한처럼 실전에서 미사일 성능을 직접 검증하는 기회까지 얻는 장점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에 방산수출 ‘Big 4’를 목표로 설정하고 정부가 기업의 영업사원이 되어 사업을 발굴하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동안 보안을 이유로 베일에 가린 ‘비닉 사업’에도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전력화된 미사일 중 수출 가능성이 있는 일부 품목은 해제를 검토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방산수출 확대와 함께 기술력 향상을 통한 미사일 전력 강화까지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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