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고령인력 재고용, 내연기관 생산라인에 최적화된 인력수급 체계 형성
한국은 2025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게 된다. 그러나 65세 이상은 과거의 노인과 질적으로 다른 세대이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의욕적이다. 이런 고령 인구를 ‘신중년’이라고 부른다. 여전히 사회를 이끌어가야할 주체로 보기 때문이다. 신중년이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갖고 사회경제적 중추의 역할을 지속할 때 , '저출생-초고령사회'가 된 한국은 역동성을 지속할 수 있다. <뉴스투데이>가 신중년의 연령 범위를 50대~70대로 규정하고, ‘신중년 DECENT JOB’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기획 보도하는 이유이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7일 산업 간 융합이 고도화되는 빅블러 시대(Big Blur)에 변화와 혁신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로 신규 인력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사업 중 하나로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1만3000명 규모의 고령인력 재고용을 시행한다. 일명 ‘정년퇴직자 계속 고용제도’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9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노사 합의에 의해서 숙련직 위주로 재고용을 진행하며 신중년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있다”면서 “(고령인력 재고용은) 기존에 진행해왔던 내용이고, 향후 3년 간 1만3000명 규모의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년 후에도 고령인력 재고용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 상황에서 2026년 이후 어느 정도 규모로 인력 채용이 진행될 지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안 규정상 직무별로 자세한 재고용자 수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가장 규모가 큰 현대차의 경우 기술직 위주로 재고용이 일어나고, 특히 엔진과 변속기 파트에서 재고용 인원의 약 40%를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의 내연기관 생산라인 고령인력 재고용, '신중년 DECENT JOB'이지만 '한시적'이고 '폐쇄형 노동시장'이라는 특징 가져
일반적인 대기업 은퇴자들이 재고용된다고 해도 업무의 수준과 급여수준이 현저하게 낮다. 경제적 동기와 성취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반면에 현대차의 고령인력 재고용 시스템은 정년퇴직자에게 'DECENT JOB(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고령인력 재고용은 현대차 노조가 요구하는 정년연장의 대안이다. 현대차 노조는 60세인 정년을 64세까지 연장안 방안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인 64세까지 맞춰서 일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득공백'이 없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19년 ‘시니어 촉탁제’를 시행해 매년 기술직 퇴직자의 80%를 재고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궁극적으로는 숙련재고용 제도를 폐지하고 궁극적으로 ‘정년 연장’을 시행해 달라는 입장이다.
사측은 고용부담 때문에 정년연장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에 고령인력 재고용를 확대함으로써 노조 요구를 일정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내연기관 생산라인이 감축될 수밖에 없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노조 측의 정년 연장은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내연기관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정년 퇴직하는 방식으로 인력규모를 감축해나가는 게 시장원리에 부합된다.
업계에서는 엔진과 변속기가 없는 전기차 생산이 늘어나면서 최대 60%까지 인력 감축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있다. 재고용이 엔진과 변속기 파트에서 주로 이뤄지는 데, 전기차에는 엔진과 변속기가 없다는 사실은 현재의 내연기관 생산라인 재고용 시스템이 한시적임을 뜻한다.
또 한국의 유사 업종 근로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개방형 노동시장'이 아니라 현대차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폐쇄형 노동시장'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 청년층과 신중년간의 일자리 조화 가능...'고령인력 재고용'이 지속되려면 '새로운 직무 배당' 및 '재교육'이 필수
일각에서는 퇴직자 재고용으로 청년층 신규 채용이 감소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숙련된 퇴직자 공급이 가능한 내연기관 생산라인에 청년층을 신규채용하는 것은 인력 수급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내연기관 생산라인에 청년층 신규 투입은 최소화하고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방식이 전체적인 인력수급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청년층은 전기자동차와 같은 미래차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내연기관 라인은 '정년퇴직자 계속 고용제도'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내연기관은 현재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미래에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숙련된 퇴직자에게 기회를 주는 게 합리적이다. 대신에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전기자동차 등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늘리는 게 맞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지금은 내연기관 숙련 기술자의 재고용을 지속할 수 있지만, 내연기관 숙련 기술자 재고용이 불필요해지는 시점이 도래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회사측이 무작정 재고용을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대차에서 정년 퇴직한 '신중년'에 대한 재고용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정년퇴직한 고령자에 대한 '새로운 직무'가 배당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재교육'도 필수적이다. 회사 측과 근로자가 서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