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와 블랙록 래리 핑크,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정년 혁명'에 공감
직업세계가 격변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고도화에 따른 직업 대체와 새직업의 부상이 빈번하다. 한국경제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도 새직업의 출현한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 '직업 혁명'의 현재와 미래를 취재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최근 기자는 경기도청 관계자를 만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정년이 다 돼 퇴직한 능력있는 공무원들을 임기제로 다시 채용해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생산적인 일자리를 창출해 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김동연 지사께서 류인권 전(前) 기획조정실장과 유영철 보건복지국장을 임기제로 다시 채용을 했다"며 "류 전 기획조정실장 같은 경우 정책기획관실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영철 보건복지국장 같은 경우 원래 자리를 일반 임기제로 돌려서 다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두 분 모두 부서에서나 능력있고 일 잘하기로 소문난 분들이신데 단지 정년이 다 됐다는 이유만으로 퇴직을 해야 되는 상황이어서 아쉬웠다."면서 "김동연 지사가 다시 한번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채용을 하셔서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기술 격변을 본질로 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업무능력과 학습능력이 있으면 물리적 나이는 중요치 않다는 게 김 지사의 가치판단인 셈이다. 이는 경직된 공직사회에서 정년을 사실상 폐지하는 '정년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지사는 1957년생이므로 올해 67세이다. 하지만 외모로 보면 동안일뿐만 아니라 업무 처리 및 학습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만 60세인 현행 정년 연령을 만 62세 혹은 만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많다.
하지만 김 지사는 스스로 정년이라는 물리적 나이가 업무능력을 결정짓는 본질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의 다른 부서에서도 이처럼 정년퇴직한 공무원들이 순전히 실력과 역량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재고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지사는 소리없이 '정년 혁명'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김 지사의 행보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71) 회장의 '정년 폐지론'을 떠올리게 만든다. 정년이라는 제도 자체가 폐기돼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점에 대해 김 지사와 래리 핑크는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래리 핑크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적정 은퇴 연령이 65세라고 여겨지는 기준은 오스만 제국 시절 유래한 것으로 전 세계가 이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며 "21세기 중반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가장 큰 경제적 과제는 은퇴 대란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핑크 회장은 "오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이 될 것"이라며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 수명이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의 사회보장 시스템은 은퇴인구의 증가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핑크 회장이 65세 정년 제도조차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세 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의학 발전으로 인간 수명이 획기적으로 연장됐기 때문에 60∼70대는 더 이상 과거의 노인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둘째, 고령자의 급증이 현재의 정년제도와 맞물릴 경우, 연금 시스템이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셋째, 고령자의 대다수가 노후 자금을 저축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핑크는 "미국인 10명 중 4명은 적절한 퇴직 자금은 커녕 통장에 비상금 400달러(약 54만원)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년 혁명의 당위성은 60대 김동연과 70대 래리 핑크의 열정과 리더십을 통해 강력하게 뒷받침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