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박희준 기자] 호주에 장갑차 '레드백, K9 자주포 '헌츠맨'을 수출한 한화그룹이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Austal)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이 업체가 방산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업체는 인디펜던스급으로 알려진 미 해군 연안전투함(LCS)를 건조하는 조선사다.
3일 방산업 전문 매체 브레이킹디펜스 등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이 인수를 추진하는 호주 기업 오스탈은 2일(현지시각) 한화로부터 '원치 않는', '조건부의', '구속력없는' 참조 인수( Indicative Proposal) 제안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한화그룹은 오스탈에 8억9500만 호주달러(약 80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한화오션 측은 오스탈 주주들에게 주당 2.825호주달러를 지급할 예정이었다.
오스탈은 1988년 설립된 호주의 방산업체이자 상용선을 건조하는 기업이다. 주로 미국과 호주 해군용 군함을 설계하고 건조하고 있다. 오스탈은 호주에 본사를 두고 미국 앨라배마주 등에도 조선소를 보유한 조선업체다. 미해군이 운용하는 인디펜던스급 연안전투함(LCS) 중 삼동선 형태의 전함과 고속지원함을 만든다.
인데펜던스급은 길이 127.10m에 최고속력 시속 40노트를 내는 군함이다. H-53헬기 1대, SH-60 해상작전 헬기 2대를 탑재할 수 있는 넓은 비행갑판을 가진 게 특징이다. 주포가 구경 57mm 1문이어서 공격력이 빈약하다는 흠을 안고 있다.
오스탈 측은 호주에 적을 두고 미국 군함을 만드는 기업인 만큼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IUS)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제안에 퇴짜를 놨다.
오스탈은 "오스탈 이사회와 자문사들은 참조 제안을 자세하게 검토하고 한화 측과는 인수 절차를 진행시킬 수 있는 호주와 미국의 관련 규제승인을 받을 것인지를 논의했다"면서 "오스탈은 그러나 의무 승인을 받을 것인 지 만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스탈은 그러나 추가 논의의 문은 열어놨다. 오스탈은 한화 측이 이번 거래를 승인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한 확실성을 제공한다면 추가 협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성사됐다면 세계 방산업계에서 획을 그을 인수합병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방산업 전문업체 디펜스뉴스가 매기는 방산업 랭킹순위 74위가 26위 업체를 인수해 단번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호주 정부가 한화의 레드백 장갑차 약 70억 달러어치를 구매한 이후 한국 방산업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호주 정부간 방산협력을 확대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한화그룹이 오스탈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특수선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는 물론, 미국 등지의 군함·함정 수주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오스탈 인수로 한화오션 함정의 국제 상품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화 측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오스탈 인수 추진은 사실이다"면서 "정부와 호주 정부 간 돈독한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호주 규제 당국의 승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글로벌 로펌으로부터 CFIUS가 이번 거래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문을 받았다면서 FIRB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조건을 기꺼이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오스탈은 호주 국가 자산이어서 미국과 영국, 호주의 동맹인 오커스(AUKUS) 국가에만 팔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은 미국과 호주와 연합훈련을 포함해 두 나라와 밀접한 군사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오션은 "오스탈 경영진과 이사진과 이번 딜을 계속 논의할 것"이라면서 "현재 논의하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