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칼럼] K-방산수출, 주요 무기 계약 대수 기준 세계 2위로 글로벌 4강 진입 청신호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03.18 16:00 ㅣ 수정 : 2024.03.18 17:05
전투기, 공격헬기, 전투함, 유도무기, 전차, 자주포 등 7개 완제품 기준으로 SIPRI 순위 발표 미국 1위(5631대)에 이어 한국(2972대), 이태리(1946대), 독일(1648대), 프랑스(885대) 순
[뉴스투데이=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달 말 천신만고 끝에 ‘수출입은행법(이하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폴란드 새 정부가 요구한 한국 정부의 수출금융지원이 가능해져 향후 300억 달러 규모의 폴란드 잔여 물량 계약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15일 폴란드 신임 외교부 장관은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양국 간 방산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난 폴란드 정부의 계약을 존중하고 이를 계속 이행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수은법 개정은 폴란드뿐만 아니라 K-방산에 관심이 큰 타 국가들에게도 한국 정부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동유럽의 루마니아, 발트 3국과 함께 후티 반군으로 골머리를 앓는 중동, 아시아, 중남미 주요국들로부터 K-방산에 대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에 미 해군성 장관이 국내 함정업체들을 직접 방문해 함정 MRO 역량과 건조시설을 점검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런 기세라면 올해 정부가 제시한 방산수출 200억 달러 달성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 주요 무기 7개 완제품 기준 세계 2위 기록은 K-방산 50년 역사상 유례없어
이렇듯, 최근 우리나라 K-방산은 파죽지세로 글로벌 방산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21년 73억 달러를 시작으로 22년 173억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려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오히려, 작년 135억 달러의 세 자리 숫자 무기수출 계약이 대단치 않아 보이는 모양새다. 최근 3년(2021~23)간 우리나라 무기수출(수주기준)은 무려 38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글로벌 10대 국가들의 무기수출 계약 대수 현황을 발표했다. 전투기, 공격헬기, 전투함, 유도무기, 전차, 자주포 및 기타 기동장비의 7개 완제품 기준으로 미국은 5,631대 이상의 계약을 체결해 1위를 차지했다. 이 중 전투기는 F-35 785대를 포함해 총 1,071대를 인도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5년(2019~23) 기준 미국이 세계 1위(42%)임은 물론, 가까운 미래에도 선두를 지킬 것이라는 선행지표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놀라운 사실은 같은 기준으로 한국이 세계 2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최근 5년(2019~23) 기준 글로벌 무기시장 점유율 2.0%로 10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3년 말 무기수출 계약 대수 기준은 K-9 자주포 1,233대, K-2 전차 972대, 기동장비 609대, 경공격기 142대 등을 포함, 2,972대 이상으로 세계 2위에 올랐다. 이어서 이태리(3위, 1,946대), 독일(4위, 1,648대 이상), 프랑스 (5위, 885대), 중국(6위, 797대 이상) 순이며, 최근 러-우 전쟁에서 무기 신뢰도가 떨어진 러시아는 7위(571대)에 그쳤다.
물론 무기수출 계약 대수(order quantity)와 실질적인 무기계약 금액(order amount)과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무기 완제품(7종) 계약 대수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 자체는 K-방산 50여년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정부가 지향하는‘글로벌 방산수출 4대 강국’ 진입에 매우 중요한 청신호로 해석된다.
■ 진정한 ‘방산협력 동반자’ 역할 중요…맞춤형 방산수출 전략 고도화 필요
하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올해 미국과 유럽은 각각 방위산업전략서(NDIS, EDIS)를 발표하고 침체한 방위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은 2030년까지 유럽 권역 내에서의 무기거래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 상황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시급한 무기 지원 필요성으로 한국 등 비유럽권 국가들로부터의 무기공급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유럽 권역 내 무기 자급도를 크게 끌어올리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단지 유럽뿐만이 아니다. 중동이나 호주, 인도 등 우리나라 무기수출 주요대상국들은 단순한 무기완제품 구매방식이 아닌 기술이전, 현지생산, 공동개발 등 매우 다양한 무기거래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단지 무기완제품 수출국이 아니라 러-우 전쟁을 통해 직면한 안보위협이 큰 주요국들이 갈망하는 ‘자주국방’ 목표 달성에 대한 진정한 ‘방산협력 동반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이러한 글로벌 방산시장의 변화 추세에 K-방산이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관점에서의 노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권역별·국가별 맞춤형 방산수출 전략을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방산수출은 권역별, 국가별로 구매국 획득예산 규모와 산업성숙도 등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방산수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북·동유럽 권역은 가성비 높은 수출제품 중심의 신속 공급과 함께 수출금융, 현지생산 등의 적극 지원이 요구된다. 중동·서아시아 권역은 K-방산의 우수한 품질을 기술이전과 공동개발 등 구매국 방산육성 정책에 부합하는 수출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중남미·아프리카 권역은 높은 가성비와 함께 구매국이 요구하는 정부 간 거래(GtoG)와 수출절충교역(산업협력), 수출금융 등 국가별 맞춤형 전략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북미·서유럽 권역은 탄약, 미사일, MRO 등 공급망 취약분야에 대한 틈새시장 공략과 함께 우주, 사이버, 레이저 등 첨단 무기체계 및 신기술 분야 중심의 공동 소요 발굴과 개발, 생산, 제3국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할 전망이다. 향후 정부의 K-방산 수출전략 고도화를 위한 관·산·학·연·군 간 긴밀한 협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방산 거버넌스 고도화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 주력제품 성능개량 방식 개선하고 MRO·PBL 연계한 패키지 수출 늘려야
둘째, 기존 무기체계 성능개량 방식의 획기적 전환이 요구된다. 현재와 같은 일부 주력 완제품 수출방식만으로는 K-방산의 지속성장을 담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등 기존 주력 수출제품들에 대한 성능개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구매국들의 성능개량 요구와 국내 군 수요를 최대한 매칭시켜 최신의 성능을 갖출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해 나가야 한다.
지난해 도입한 신속소요 방식과 연계해 단기간(2~5년) 내 성능개량을 완료하거나 수출용 개조개발 사업의 전면적 확대, 현존전력 극대화 사업의 수출용 무기체계 포함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내수 및 수출용 무기체계를 포함하는 ‘글로벌 무기체계 성능개량 사업(가칭)’ 신설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무기 완제품 수출과 유지보수정비(MRO, 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성과기반군수(PBL, Performance Based Logistics)를 연계한 패키지 수출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무기(완제품) 수출과 MRO, PBL을 연계한 수출을 확대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방산수출의 ‘락인(Lock-In)’ 효과를 고려해 기수출된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함정 등을 중심으로 별도의 MRO, PBL 사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무기수출 시 완제품과 MRO, PBL을 패키지화한 수출 상품도 개발하고 이를 구매국들에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미국 등 우방국들의 함정 MRO 시장 진입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 무기수출국과 국제 방산군수 협력 강화하고 중소기업 수출도 확대 필요
넷째, 주요 무기수출국들과의 국제 방산군수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주요국들의 최종목표가 ‘자주국방’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무기수출에서 벗어나 주요국과의 무기 운용 및 정비 교육, 군수훈련, 기술지원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해 폴란드, 호주, 일본, 필리핀 등 주요 우방국들과 수출 무기체계에 대한 상호 군수지원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주요국과의 ‘방산군수 공동위원회’를 활용해 ‘상호 군수협력 MOU’ 체결을 통한 공동 군수지원 훈련과 교육지원 확대, 고위급 상호 방문과 함께 유사시 상호 무기체계 및 우주, 드론, 탄약, 미사일 등의 우선 지원 협력 등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기업 중심의 수출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수출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방위산업진흥회와 산업연구원의 방위산업 실태조사(2023)에 따르면, 2022년 지정 방산업체(84개) 기준으로 총 무기수출(통관 기준) 2.3조원 중 방산 중소기업은 7.8%인 1,800억원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방산 중소기업의 매출액(2.7조원) 대비 수출 비중도 6.9%에 그치고 있어 향후 방산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 방안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방산수출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매국이 요구하는 현지생산, 기술이전, 글로벌 부품 아웃소싱 등의 영향 등으로 풀이된다. 차제에 우수 방산 중소기업 부품과 구성품들의 수출 창구 마련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상업공사(CCC), 프랑스 무기수출공사(ODAS) 등을 벤치마킹해 방산 중소기업을 포함한 GtoG 수출을 전담하는 ‘GtoG 수출공사(가칭)’기관 신설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수입에 의존하는 엔진, 항전, 드론 핵심부품, 첨단소재 등의 국산화 확대를 통해 기존 수출완제품 내 주요 수입부품에 대한 대체를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체결된 한미 공급안보약정(SoSA)과 금년도 체결 예정인 한미 RDP-A 등을 통해 공급망 취약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위한 구체방안 마련도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