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행동 길어지더니 '생계형 일자리' 찾아 나서?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발표하면서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사표를 내거나 출근을 거부하는 의사 수가 늘어나고 있다. 집단행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밥벌이를 위해 일자리를 찾는 의사수도 증가하고 있다. 병원과 의사가 밀집해 있는 서울에서는 홈페이지 게시판을 새로 만들어 사직한 의사의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8일 서울특별시의사회 홈페이지에 구인‧구직 게시판에서 단체 행동으로 일자리를 잃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구인‧구직을 하는 건수를 분석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구인‧구직 게시판은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일자리가 필요한 의사를 위해 지난 6일 문을 열였다. 전공의는 수련병원이나 수련기관에서 전문의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하여 수련을 받는 인턴‧레지던트를 말한다.
이날 <뉴스투데이>가 분석한 결과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3일간 총 160건의 의사 구인‧구직 공고를 냈다. 전공의가 구직을 하는 건이 대부분이었고, 의사를 뽑으려고 글을 올리는 경우도 열에 한두 번꼴로 있었다.
일자리를 찾는 전공의들의 구직 분야는 흉부외과와 정형외과, 피부과, 내과, 마치과, 안과 등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게 나타났다. 밥 벌어먹고 살기 힘든 시기에 모든 분야 의사들이 너도나도 일자리를 찾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구직을 위한 절실함도 게시판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전공의는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선처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을 올려 인사 담당자들의 관심을 한눈에 모았고, 마취과 통증 시술 교육‧참관을 희망하는 전공의는 '고진선처 부탁드립니다'로 글을 시작해 단체 파업에 동참했음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전공의들의 아픈 현실을 읽을 수 있었다.
당장 대학교 실습이 필요한데 자리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1일 참관 구합니다’부터 참관을 원하는 학생들의 글도 많았다. 우수한 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안정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을 위한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의료 파업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면서 서울특별시의사회 홈페이지임에도 지방에서 구인 공고를 내는 병원이 눈에 띄었다. 김해장유 의료법인 영진의료재단 소속의 한 병원은 경남에서 필요한 의료 인력을 구하기 위해서 구인 공고를 올렸고, 부산 지역 전공의를 모집하는 글도 있었다.
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전공의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사직한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부산‧양산지역 구인구직 원합니다’라고 제목을 올린 전공의는 서울까지 손을 내밀어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다.
의료계 분열에 후배 의사를 돕기 위한 마음 따뜻한 선배의 방문도 계속됐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의사는 ‘매달 후원합니다’로 시작하는 게시글을 남겨 의사 집단행동에 비상이 걸린 시국에 후배 양성을 위해 도움을 자청하고 나섰다.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의사도 상당수다. 한 정형외과 의원에서는 ‘현 정권으로부터 핍박받는 의사 선생님을 초빙한다’는 글을 올려 의료 공동체에서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의사 구인‧공고 게시판을 열고 서울 지역의 전공의 취업을 도와주고 있지만 문을 닫은 병원에서 일자리를 찾기는 쉽지가 않다. 이에 아르바이트나 행정직 일을 하며 시간을 벌고자 하는 의대생 수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는 ‘강남구 내과 의원입니다. 접수‧행정 직원으로 전공의 선생님 모십니다'라는 공지를 냈다. 고졸이나 대학교를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비교적으로 낮은 임금을 제공하는 접수 직원 자리까지 손을 내밀고 있는 양상이다. 전공의 A씨는 ’미용 배우고 싶습니다. 전공의 4년차‘라는 글을 남겨서 진로 변경을 희망하거나 학업을 단념하고 장기간 휴학도 고려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현실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