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악재 털고 업황 나아지나…브로커리지 반영 '쑥쑥'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대와 해외 부동산 평가손실 등으로 지난해 실적 체력이 약해진 가운데, 올해 1분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이 실적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투자 열기로 증권사 브로커리지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 이는 곧 증권사들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시로 유입되는 투자자금이 늘고 거래가 증가하면 증권사들은 그만큼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등을 고려하면 리테일 사업 환경은 개선 흐름이 예상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2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8월 이후 처음 20조원대를 회복했다.
코스피 거래대금 역시 연초 증시조정으로 1월에 감소했다가 2월 들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크게 올랐다. 실제 지난달 하루 평균 코스피 거래대금은 10조7676억원으로, 1월(8조4890억원) 대비 26.84% 증가했다. 코스닥 역시 1~2월 중 거래대금이 지속 불어났다.
투자자예탁금도 늘고 있다. 한때 50조원선이 무너졌던 투자자예탁금 잔고가 가파르게 늘면서 1년 20개월만에 58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지난달 5일 50조8406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한달 새 7조446억원이 증가한 셈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 매매를 위해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예치한 대기성 자금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증시가 활황일 때 증가하고 부진할 땐 감소하는 추이를 보인다.
투자자예탁금 증가 요인 역시 밸류업으로 증시의 레벨업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강하게 작용했다. 증권가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효과가 더 뚜렷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주요 증권사는 거래대금 감소와 부동산 PF 충당금, 해외부동산 평가손실 인식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정책적 요소 외에도 완만한 업황개선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증권업계는 리테일에 강점을 지녔고 사업 다각화가 가능한 대형사를 중심으로 거래대금 활성화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봤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대형 증권사 중 연간 실적 1위에 해당하는 순이익을 달성했는데,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년 대비 11.9% 늘어난 2868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삼성증권도 같은 기간 브로커리지 수익이 20.7% 늘어났으며, NH투자증권은 22.7% 증가해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성 개선을 도왔다.
증권가에서는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1위이자, 영풍제지 미수금에 따른 손실 인식도 끝낸 키움증권을 주목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6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8%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4407억원으로 13.27% 줄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영풍제지 사태로 4000억원대의 미수금을 반영하면서 실적이 부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올해 키움증권의 상황은 다를 수 있다. 올 상반기 중에서도 특히 1분기는 브로커리지가 실적을 견인한다고 볼 때 리테일 강자인 키움증권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키움증권의 리테일 시장점유율(MS)은 지난해 4분기 기준 29.9%를 기록했으며, 해외주식 MS는 31.9%로 전분기 대비 3.1%포인트 개선됐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지난해 4분기는 영풍제지 미수금, 부동산 PF 충당금 등 예상된 비용들을 인식하면서 순손실을 기록했다"며 "올해는 최근 거래대금 회복에 따른 빠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 전망에는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도 적잖게 나온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간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자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는 올해 증권산업에 대해 "증권업은 경제성장률 개선,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위탁매매, 투자은행, 자산관리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증권업계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PF 및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가 증권업종에 지속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성 제고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뚜렷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평가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해외부동산펀드 관련 손상차손 인식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지만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부담은 여전히 증권사 실적의 잠재 리스크로 비경상 비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