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등 빅7 호황인데, 투자할 곳 없다? 버크셔 헤서웨이 현금만 223조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세계 최고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현금자산이 1676억달러(223조30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버핏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마땅히 투자할 곳이 별로 없다”고 밝혀 최근 엔비디아 등 빅7의 호황과는 결이 다른 입장을 드러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버크셔 헤서웨이가 발표한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8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의 66억3000만 달러보다 28% 증가했다.
이날 실적발표에서는 늘어난 영업이익보다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한 현금보유에 더 관심이 쏠렸다. 버크셔 헤서웨이어의 보유현금은 1676억달러로 전분기보다 104억달러나 증가한 것이다.
버핏은 이날 주주 서한에서 “진실로 버크셔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은 이 나라(미국)에서 소수만 남아 있다”며 “그것들은 우리와 다른 곳에서 끊임없이 살펴봐왔다”고 말했다.
버핏은 이어 “미국 밖에선 버크셔에서 자본 배정을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옵션의 후보가 없다”면서 “대체로 우리가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낼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목할 것은 버핏이 2022년 하락장과 같은 투자기회가 올 수 있음을 시사한 점이다. 그는 “패닉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며 “버크셔 헤서웨이는 막대한 자금과 확실한 성과로 시장급락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버핏이 현금보유를 늘린 것은 작년 2분기때도 그렇고, 작년 3분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버크셔 헤서웨이는 3분기 현금보유가 1572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4분기에는 현금보유가 더 늘어나 버핏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당시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미국 경기 둔화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데, 상황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버핏은 이 와중에도 보험과 철도, 유틸리티 등에 투자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이 증가하면 영업 이익은 약 40% 늘었다. 한정된 자금만 투자하고도 영업이익이 40%나 증가하면서 버핏의 투자 능력을 새삼 부각시키고 있다.
버핏은 작년 2분기부터 투자규모를 급격히 줄여왔다. 오히려 보유중인 미국과 해외주식을 매각해 매각차익을 크게 늘렸던 것이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3분기에만 50억 달러 이상의 미국 및 해외주식을 매각하는 등 지난 1년 동안 상장 주식 매각규모는 약 4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버크셔 헤서웨이의 현금보유는 2분기 1474억달러, 3분기 1572억달러, 4분기 1676억달러 등 거의 분기마다 100억달러 이상씩 늘어났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보유 현금에는 단기 국채 투자금액도 대거 포함되어 있는데, 채권 금리가 크게 뛰자 만기 3개월 미만 미 단기 국채에 투자했다. 단기 국채 투자 금액은 작년 말 약 930억 달러에서 지난 3분기 말에는 1264억 달러로 증가했다.
앞서 버핏은 2022년 보험회사인 알레가니를 116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60억 달러를 투입해 석유 회사인 옥시덴털의 지분 14%를 매입한 바 있다.
버핏은 또한 지난해에 수익이 급증한 일본 상사 5곳의 지분을 늘렸고, 이로 인해 이들 회사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이들 투자로 인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실현 수익은 80억달러였고, 투자 수익은 61%에 달했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한 버핏은 대신 자사주 매입에 눈을 돌리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0~12월에 22억달러어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지난 1년간 92억달러를 투자해 자사주를 사들였다.
한편 빅7의 대표주로 떠오르고 있는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지난해 주가상승률이 250%에 달한데 이어 올들어서도 주가가 59%나 오르면서 미국 기술주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