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올해 두번째 열린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는 시장에 깔린 복합 위기에 대응하고자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시장 전망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조기 금리인하에 대해 연이어 경계 발언을 내놔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 물가와 경제성장을 고려해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움직이기에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유지하기로 정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과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 지난해 1월에 이어 9회 연속으로 동결됐다. 이번에도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3.5%)로, 미국(5.25∼5.50%)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은 2.0%포인트다. 

 

업계는 금리 동결을 정한 주된 요인으로 물가 불확실성을 꼽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2.3%대로 내려왔으나, 8월 3.4%를 기록한 후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이어가다가 지난 1월(2.8%)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식료품·에너지 가격 등 변수가 많아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특히 가계부채가 늘고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개발 공약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까지 다시 들썩이는 점은 한은의 조기 금리인하를 막았다고 봤다. 

 

경기 부진과 태영건설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금융리스크 경계심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선뜻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경기 부진이 우선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오는 6월께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한은은 하반기에나 통화정책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 시기로는 7월이 가장 많이 거론됐으나, 4분기까지 늦춰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웅 한은 부총재는 최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 압력 약화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 불확실성이 커지고 농산물 등 생활물가도 여전히 높다"며 "당분간 물가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며 일시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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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통위 결과 증시에 ‘제한적’…엔비디아 실적 눈길, 반도체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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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은 장이 열린 뒤 금통위 기준금리가 결정됐지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선반영된 데다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빅 이벤트로 주목받으며, 시선이 더 쏠리고 있어서다. 

 

다행히 간밤 뉴욕증시에서 장 마감 뒤 엔비디아는 게이밍과 데이터센터 부문 호조에 힘입어 시장 전망치를 웃돈 매출을 기록했다. 1분기 실적 전망(가이던스)도 시장 전망치보다 높게 잡으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로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훈풍이 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힘을 받을 전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가이던스 상향 이후 인공지능(AI) 시장은 초기단계로,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시각이 우세해졌다”며 “미국발 반도체 관련 모멘텀이 이어지면서 코스피 대비 코스닥 가격 매력도, 수급환경 고려 시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증시는 업종간 빠른 순환매 지속, 업종 내 종목들간 수급 변동성 확대 등 매크로 이슈뿐 아니라 수급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들의 수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AI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단기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되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증시에 미칠 파장력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실적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앞두고 선별적 대응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증권가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주주환원 요구에 대한 기업의 대응이 다음달까지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 확대 요구를 받는 기업은 삼성물산·KT&G·삼양그룹·현대엘리베이터·7대 금융지주 등"이라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주주들의 환원 요구, 주총·이사회에서 나오는 기업들의 대응이 2~3월 중에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