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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시즌 왔나…밸류업 타고 '행동주의 펀드'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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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분 기자
입력 : 2024.02.20 07:31 ㅣ 수정 : 2024.02.20 07:31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 활약 주목
행동주의 트렌드, 자사주 매입·소각 요구 강도·증가 추세
삼성물산·금호석유화학 등 기업들에 행동주의 펀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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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과 함께 이러한 추세가 유지되거나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정기 주주총회(주총) 시즌 본격화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펼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으로 명분이 더해지면서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이에 기업을 상대로 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대상이 된 기업은 2018년~2020년 10곳 내외였다가 2021년엔 20곳, 2022년에는 50곳에 육박하는 등 증가 추세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국내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중심이었지만 2018년 7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국내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도 늘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은 삼성물산·KT&G·삼양그룹·현대엘리베이터·7대 금융지주 등이다.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의 최근 트렌드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대한 요구 강도가 커진다는 점, 이미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 역시 꾸준히 증가한단 점이다. 

 

실제 해당 프로그램 발표 후 JYP엔터·현대차·기아·하나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삼성물산·DL이앤씨 등 여러 국내 기업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하거나 관련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또한 행동주의 펀드 지시대로 지난 6일 이사회를 열어 8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2011년 창사 이래 첫 자사주 소각 결정이다. 

 

최근 진행 중인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을 살펴보면 지난 1월 얼라인파트너스는 금융지주사 7곳(KB·신한·하나·우리·JB·BNK·DGB)의 주주환원율이 저조하다고 지적하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책을 요구했다. 

 

싱가포르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도 지난 1월 KT&G를 상대로 1조원 규모의 소송을 예고했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에 지배구조 개선과 우리사주 소각 등을 요구했고, VIP자산운용 역시 삼양그룹 계열사인 삼양패키징에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계획을 요구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 여러 곳이 연대해 한 기업을 공격하는 울프팩(wolfpack·늑대 무리) 전략도 전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향후 울프팩 전략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 등 강화된 주주환원 확대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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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투자증권]

 

특히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가 가장 이슈가 된 곳은 삼성물산이다. 최근 여러 행동주의 펀드가 힘을 합쳐 삼성물산의 배당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서다. 

 

삼성물산은 내달 15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시티오브런던과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미국계), 안다자산운용(한국계) 등 5개 행동주의 펀드 연합으로 참여해 제시하는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 안건을 의안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펀드 연합 측 주요 안건은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 배당안 등이다. 이는 삼성물산이 제시한 △보통주 2550원 △우선주 2600원 배당안의 75% 이상 많은 수준이다. 

 

만약 주주제안대로 배당금이 오르면 총 주주환원 규모는 1조236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와 올해 잉여현금흐름(삼성바이오로직스 제외)의 100%를 초과하는 금액이다. 

 

이들은 삼성물산이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제시한 자사주 소각 방침(보통주 780만7563주·우선주 15만9835주) 대신 올해 5000억원 규모 자사주 장내 매입도 요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례적으로 공시를 통해 주주제안에 반대하는 의결권 위임을 권유한다고 호소했다. 삼성물산과 행동주의 펀드연합은 정기 주총에서 표 대결을 통해 주주환원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투자자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 이사회안으로 자사주 소각 내용을 발표한 상태다"며 "행동주의 펀드 요구도 고려할 수 있으나 그대로 단기간에 배당금을 올리는 것은 기업으로선 어려울 수 있다"고 봈다. 

 

금호석유화학도 박철완 전 상무가 지난 15일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주주 권한을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위임했다. 

 

차파트너스는 내달 개최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자사주 소각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제안했다.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 전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로, 이날 기준으로 금호석유화학 주식 9.1%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차파트너스(0.03%)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더한 지분율은 10.8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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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는 주주로서 권한을 가지며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미지=freepik]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로서 권한을 가지며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자사주를 매입·소각해 주가를 부양하도록 주문하거나, 주주 배당 확대를 요구하기도 하며, 경영진 교체 제안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들을 공략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주들의 권익을 수호하는 순기능을 발휘한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주장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해당 기업의 중장기적인 미래보다 단기 차익에만 관심을 쏟은 나머지 기업의 투자 여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종목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동주의 투자 전략은 기업가치를 향상시킬 여지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주 관여 활동 등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기본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과 함께 이러한 추세가 유지되거나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주주들의 환원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주주총회·이사회에서 나오는 기업들의 대응이 2~3월 중에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도 기업 밸류업 기대와 함께 행동주의에 대한 상황을 발 빠르게 점검에 나섰다. 신한투자증권이 국내 기업 주주환원 현황 및 거버넌스 점수와 2024년 행동주의에 대해 전망하는 리포트를 발간해 주목받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행동주의가 주주환원과 배당 관점에서 활발히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수석연구원은 “한국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시발점이다”며 “앞으로 주주환원과 소액주주들을 위한 제도 개선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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