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침체 터널' 지나 올해 ‘고부가 D램’으로 승부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가 2023년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대를 밑돌아 또 다시 어닝쇼크(실적충격)를 맞았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6조319억원) 이후 15년만에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소비 침체와 메모리반도체 불황이라는 이중고를 야기시켰다.
삼성전자는 2022년 사상 첫 매출액 30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 가량 줄어드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실적이 2년 연속 부진하고 특히 올해 영업이익 축소 폭이 예년에 비해 큰 편이지만 분위기가 침울하지만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D램 흑자전환에 성공해 길고 길었던 메모리 반도체 불황 터널을 지나 마침내 수익성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D램 반등 조짐 두드러져… 재고 수준 대폭 개선해 흑자전환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2023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연간 매출액이 67조7800억원, 영업이익이 2조82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34.4% 급락했다.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디바이스 솔루션·Device Solutions)부문 실적은 △매출 21조6900억원 △영업손실 2조1800억원이다. 영업손실이 지난해 3분기(3조7500억원)보다 1조5700억원 줄어든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이는 고객사 반도체 재고가 정상화되면서 △PC 및 모바일 제품 메모리 탑재량 증가 △생성형 AI(인공지능) 서버 수요 증가 등이 맞물려 반도체 수요 회복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DS부분 실적에서 주목할 점은 ‘D램 흑자전환’이다.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기조를 토대로 △고(高)대역폭메모리(HBM)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저전력DDR5X(LPDDR5X) △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 4.0(UFS4.0) 등 첨단공정 제품 판매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이에 따라 시장 전망을 웃도는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를 기록했고 D램은 재고 수준이 크게 개선돼 4분기에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2023년 4분기 메모리 시장은 3분기 대비 회복세를 보였다”며 “PC와 모바일은 고객사 완제품 재고 정상화와 함께 탑재량이 늘어났으며 특히 모바일은 중화권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져 메모리 수요를 늘리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2023년 연간 기준 실적은 매출 258조9400억원, 영업이익 6조5700억원이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14.3%, 영업이익은 84.9%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에서만 15조원이라는 누적적자를 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적자보다는 D램 흑자전환 등 회복 조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리는 데 집중해 HBM, DDR5, LPDDR5X, UFS4.0 등 선단 인터페이스 제품 판매를 크게 늘렸다”며 “이에 따라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도는 비트그로스를 기록해 D램과 낸드 소진이 속도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D램은 재고 수준이 더욱 큰 폭으로 개선된 데다 ASP(평균판매단가)도 상승해 4분기 흑자전환을 일궈냈다”고 강조했다.
■ D램 가격 상승-공급 감산 맞물려 메모리 시장 본격적인 회복세
지난해를 뒤로하고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회복세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선 주요 반도체 공급업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감산 정책을 유지한다. 감산 효과는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보다 앞서 실적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SK하이닉스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에 발맞춰 감산 규모를 점차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도 재고 정상화 목표와 이를 위한 생산량 조정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23년 4분기 출하량 증가와 생산 하향 조정 영향으로 반도체 재고 수준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 시황 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D램을 중심으로 재고 수준이 상당 부분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D램, 낸드는 제품별 재고 수준에 차이가 있어 미래 수요와 재고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상반기 중에 선별적인 생산조정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D램 가격이 꾸준히 상승 곡선을 타는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 ‘DDR4 8Gb’의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1월보다 6.45% 오른 1.65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해 10월 가격은 1.50달러로 9월 대비 15.38% 대폭 올라 2021년 7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반등했다. 가격은 11월에도 전월 대비 3.33% 오른 1.55달러다.
반도체 공급업체의 감산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고객사 수요 회복이 맞물려 가격 인상이라는 시너지를 낸 셈이다.
■ AI 성장세에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경쟁 치열할 듯
올해 반도체 시장의 키워드는 AI(인공지능) 확대에 따른 ‘고부가 D램’이다.
그 가운데 특히 HBM의 급속 성장이 주목받는다. 이는 D램 전체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9%에서 2024년 18%로 2배 가량 뛸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점차 고도화되는 고객사의 HBM 성능과 용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HBM3E의 적기 양산 사업화와 하반기 HBM3E 12H로 전환 가속화를 통해 HBM 선도업체로 발돋움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HBM 비트 판매량은 매 분기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HBM 비트 판매량은 2023년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40% 이상, 2022년 4분기 대비 3.5배로 크게 늘어났다.
3분기 첫 양산을 시작한 HBM3는 4분기 주요 GPU(그래픽처리장치)업체들을 고객사로 추가해 제품 판로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차세대 제품인 HBM3E 제품 사업화도 문제 없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대 초당 1280기가바이트(GB) 대역폭을 기반으로 8단 제품을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할 준비가 갖춰졌다”며 “올해 상반기안에 양산 준비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AI용 메모리 성능과 용량 요구가 갈수록 커져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12단 적층 기술 기반 36GB의 고용량 제품도 올해 1분기 안에 샘플을 공급할 예정”이라며 “그 다음 세대 HBM4는 2025년 샘플링,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HBM 사업 강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선점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는 수년간 축적한 프리미엄 제품 포트폴리오와 첨단기술력을 기반으로 올해 HBM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차질 없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수요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HBM3E은 고객사 일정에 맞춰 준비해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공급을 시작한다"며 "차세대 제품인 HBM4 개발도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AI 시장은 올해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에 HBM이나 DDR5 등 고용량·고성능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는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HBM이 아직까지 초기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 판도는 언제든지 뒤집힐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예고한대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HBM 투자를 늘려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고 SK하이닉스를 추월할 방침"이라며 "이에 맞서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축적한 역량을 토대로 기술력을 확대해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를 벌리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