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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군함 도면 탈취·유출 논란 어디까지 왔나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1.29 10:07
ㅣ 수정 : 2024.01.29 13:44
HD현대중공업, “철저히 반성하고 재발 방지 위한 노력 기울이고 있어”
한화오션, “경찰에 협조해 도면 검토 마쳤고 일절 무관한 사항 확인”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군함 도면 탈취·유출 이슈에 휩싸이면서 난처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14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탈취했으며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다만 아직까지 해당 이슈에 대한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의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기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KDDX 기밀 유출 사고에 대해서는 철저히 반성하고 있으며 2월 진행될 방사청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심의 이후 추가적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 개발한 잠수함 설계도면이 대만에 통째로 유출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화오션 관계자는 “유출된 도면과 당사는 일절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구축함, 잠수함 등 군함 사업은 도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 특히 타 기업·기관의 기술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면 탈취·유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국내 해양 방산업계의 도덕성과 보안역량이 글로벌 톱 클래스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2014년부터 이어진 KDDX 도면 탈취 사건... HD현대중공업 2월 추가입장 밝힐 계획
KDDX 도면 탈취 사건은 HD현대중공업 직원 3, 4명이 지난 2014년부터 해군본부 함정 기술처를 수차례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2014년 KDDX 설계 도면을 빼돌렸다. 유출된 문건은 △KDDX 개념설계 1차 검토 자료 △장보고-III 개념설계 중간 추진현황 △장보고-III 사업 추진 기본전략 수정안 △장보고-I 성능개량 선행연구 최종보고서 등이다.
이 같은 탈취 사실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2018년 4월 HD현대중공업을 불시에 보안감사를 진행하던 중 드러났으며, 조사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KDDX에 관한 자료를 기업 내부망에 공유했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KDDX 도면 탈취 사건에 대해 울산지방법원은 2022년 11월 열린 1심에서 9명 전원에 징역 1~2년,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했다.
9명 가운데 1명인 A씨는 이 같은 판결에 대해 항소를 했다. 이에 대해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는 지난해 11월 열린 항소심에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실상 9명 모두 유죄로 판결이 마무리 된 것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9명에 대한 유죄 뿐 아니라 HD현대중공업에 직접적인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표출됐다. 왜냐하면 9명은 임원급이 아닌 직원이기 때문에 사실상 HD현대중공업이 책임지는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사업 입찰 시 업체는 청렴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KDDX 사업과 관련해 청렴서약서를 제출했다. 청렴서약을 위반하면 방산업체 지정이 취소될 수 있다.
다만 방위사업법은 청렴서약서 제출 대상을 ‘대표·임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원급이 아닌 직원이 군사기밀을 탈취했을 경우 회사는 제재를 받지 않는다. 유죄가 확정된 9명 가운데 청렴서약서를 쓴 사람은 없다.
방사청은 최근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에 대한 법원 판결문을 입수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판결문을 참고해 오는 2월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심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KDDX 기밀 유출 사고에 대해서는 철저히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전사적으로 기울이고 있다”며 “다만 당시 사고로 자사는 정부가 발주하는 경쟁입찰에서 1.8점 보안 감점을 받고 있다. 이는 사실상 기술력 등으로 극복하기 힘든 페널티”라고 밝혔다.
■ 한화오션, 경찰이 입수한 잠수함 도면 당사와 연관 없어
올해 초 중국·대만 외신을 통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발한 잠수함 도면이 대만산 잠수함 건조에 사용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또 일각에서는 잠수함의 설계 도면이 통째로 대만에 유출돼 대만 정부의 첫 자체 잠수함 하이쿤 개발에 사용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경남경찰청은 전직 대우조선해양 직원 A씨 등 2명을 내부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경찰의 요청 따라 잠수함과 관련된 도면 체크 등 충분한 협조를 진행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경찰 측과 협조를 하면서 도면을 체크해 보니 해당 도면은 인도네시아가 1978년도 독일로부터 입수한 잠수함 도면이다”며 “1978년에는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가 준공되지 않았으며, 당사가 방산업체로 지정되지도 않았을 시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78년에 설계된 도면이 여러 국가에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할지라도 이는 크게 의미가 없으며 당사와도 관계가 일절 없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업계 관계자는 “현재 경찰 측이 잠수함 도면 유출과 관련해 수사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외부에서 파악할 수 없다”며 “특별히 한화오션과 연관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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