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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 사례분석

4대 금융지주 회장의 ‘상생금융’은 도전에 대한 '응전'...실적 둔화 변수는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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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1.23 17:20 ㅣ 수정 : 2024.01.23 18:35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민생금융 총액'은 1조3천억원 규모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권 비판은 '도전', 4대금융지주 회장의 신년사는 '응전'
민생금융비용 부담으로 지난 해 4분기 은행권 순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돼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경영 및 투자는 글로벌 경제의 가장 뜨거운 화두이지만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다. 하지만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ESG경영 주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뉴스투데이가 ESG 경영 '사례분석'을 통해 실체적 평가를 시도한다. 이 기사는 뉴스투데이와 ESG센터 공동기획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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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각사 / 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올해 공통적으로 제시한 경영 가치는 ‘상생’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금융사에 주어진 공적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4대 금융지주는 상생금융 확대로 ESG 경영 동력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상생금융 전담 부서 신설·확대와 민생금융 프로그램 가동으로 실행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사회적 눈높이에 부합한 결과물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다만 4대 금융지주가 상생금융을 확대해 나가면 이익 둔화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더 큰 가치에 투자하는 목적이지만, 당장의 대규모 비용 지출로 순이익이 줄어드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 양종희·진옥동·함영주·임종룡 회장 ‘상생’ 역점 둔 신년사 발표...'주주자본주의'아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지향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이달 초 발표한 ‘2024년 신년사’에서 역점을 둔 건 상생의 가치관과 그 중요성이다. 불확실한 금융시장 환경 속 고객·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전(全) 구성원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주주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도전'에 대한 '응전'의 성격도 강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을 지속해왔고, 다수 국민여론도 윤 대통령의 지적에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4대 금융지주로서는 이윤 극대화를 넘어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금융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하는 게 당면과제이다.  즉 예대금리차를 중심으로 한 은행권의 높은 수익성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도전'이고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상생금융' 경영전략은 '응전'이 된다. 

 

먼저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ESG를 금융 비즈니스 자체에 구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상생모델’을 구체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역시 “어떠한 환경에서도 혼자만의 생존은 불가능하고 자신을 둘러싼 모두의 가치를 높이고자 힘쓰는 기업만이 오랫동안 지속가능할 수 있다”며 “우리 사회와 이웃, 함께하는 모두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상생의 가치를 지켜나가자”고 당부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손님, 직원,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신뢰받는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경우 “고객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상생금융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그룹의 브랜드 위상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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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민생금융 지원 프로그램. [표=뉴스투데이]

 

■ 조직 내 중요도 커진 ‘상생금융’ 부서...1.3조원대 민생금융 프로그램도 가동

 

주요 금융지주들은 본격적인 상생금융 확대를 위해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최고경영자(CEO)가 제시한 경영 지향점인 상생금융 전담 인력·부서를 대폭 확대하는 등 실행력을 끌어올리는데 분주하다. 기존 ESG 경영 중 S(사회) 분야에 상생의 가치를 확대 적용하려는 움직임이다. 

 

KB금융은 기존 ‘ESG본부’를 ‘ESG상생본부’로 확대해 그룹의 상생금융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계열사인 KB국민은행 역시 ‘ESG본부’와 ‘ESG기획부’를 각각 ‘ESG상생본부’, ‘ESG상생금융부’로 재편했다. 

 

신한금융도 계열사인 신한은행에 ‘상생금융기획실’과 ‘사회공헌부’를 통합한 ‘상생금융부’를 새로 만들었다. 하나금융은 그룹사 내 ‘상생금융지원전담팀’을 신설하고, 그룹ESG부문 산하에 편재했다. 우리금융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지난해 3월 상생금융부를 신설한 바 있다. 

 

이와 함께 4대 시중은행은 1조3000억원대의 민생금융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출 이자를 캐시백(환급)하는 ‘공통 프로그램’과 각 은행이 전기료·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자율 프로그램’ 등 투-트랙(Two-Track)으로 진행된다. 

 

은행별로 민생금융 프로그램에 투입하는 비용은 △국민은행 3721억원 △하나은행 3557억원 △신한은행 3067억원 △우리은행 2758억원 등이다. 이는 은행권 전체 민생금융 프로그램인 2조원의 약 65%를 차지하는 규모다. 

 

■ 대규모 비용에 실적 전망치 급감...‘이익 둔화-지속가능성 제고’ 고민 

 

다만 시중은행들의 민생금융 정책은 4대 금융지주 실적 감소 우려로 직결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자산 건전성 악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에 민생금융 비용까지 겹치면서 4대 금융지주 실적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1조8314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컨센서스(시장 전망치)인 2조1430억원 대비 14.5% 줄어든 수준이다. 주요 원인은 민생금융 편성에 따른 비용 부담이다. 

 

4대 금융지주는 최대 3000억원대에 달하는 민생금융 비용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상당 규모 반영할 방침이다. 자연스럽게 4분기를 포함한 지난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컨센서스를 측정하는 증권가의 눈높이가 민생금융 지원액 확정 이후 낮아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딜레마에 빠진 분위기다. 상생금융은 금융사의 ESG 경영과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지만, 당장 이익 지표상으로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민생금융 분담액은 각 은행 당기순이익의 10%로 정해졌는데, 일각에선 거의 한 달 치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내놓은 꼴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특히 시장에선 이 같은 ‘현금성 민생금융’ 정책이 정례화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정기적인 환원 요구가 잇따를 경우 이익 예측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등 떠밀리는 상생 행보보다는, 선제적인 ESG 경영 확대로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사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상생은 올해 경영 방향의 가장 큰 가치이고, CEO들이 요구하는 지속가능성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매번 수천억원대 비용이 들어가는 게 잦아지면 주주환원 제한이나 질서 훼손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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