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우유 업계 지각변동 예고 ‘수입 우유 관세 無’…경쟁력 제고 ‘살아남아야’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오는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수입산 우유가 무관세로 국내 시장에 들어 올 수 있다. 국산 우유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관세가 있는 현재도 국내 우유 업계는 흰우유 소비 감소세와 더불어 스토어브랜드에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어 우유 업계 안팎에서는 오는 2026년 위기론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흰우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사업 다각화는 물론 수입산과의 경쟁에서도 뒤쳐지지 않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우유 소매 가격은 지역 평균 2793원(L)에서 3079원(L)으로 약 10.2%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원유 공급 가격이 오르면 국내산 흰우유와 유제품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원유 가격이 오르는데 반해 흰우유 주 소비층인 영유아 인구수가 저출산 기조로 하락하면서 유제품을 향한 소비자들의 제품 선호 동향에도 변화가 생겼다.
흰우유 대신 유가공제품 소비 증가로 지난 2022년도 1인당 백색시유(일반 흰우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0.4kg 감소했으나,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2019년 81.8kg에서 2022년 85.7kg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즉, 기존의 경우 서울우유협동조합,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국내산 유업계 대기업이 제조한 흰우유를 섭취했으나 최근 가공 유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백색시유 사용량은 감소했다는 의미다. 가공 유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수록 국내산 흰우유 소비는 감소하면서 원유를 활용한 치즈·크림빵 등 전체 유제품 소비는 증가하는 트렌드가 지속되는 중이다.
한편 업계는 유제품 선호도가 높아지며 우유 시장 내 흰우유의 입지가 좁아지는 마당에 국내 원유 가격이 오르며 수입 멸균유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값싼 외국산 우유를 찾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적용 기준, 미국의 관세율은 7.2%이며 유럽연합은 9.0%인데 오는 2026년 관세가 폐지될 예정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우 각각 18∼19.8%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나 오는 2033년과 2034년에 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
오는 2026년에는 수입산 우유에 붙는 관세가 사라져 국내 소비자들은 국내산 우유보다 가격 부담이 적은 해외 제조 우유를 선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증명하듯 이미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급증세다.
농식품수출정보는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원유 국내 생산량이 205만3000톤에서 197만5000톤으로 감소했으나, 동기간 수입량은 28만5090톤에서 39만5087톤으로 약 38.5% 증가했다. 동기간 국내 가격은 1075원(L)에서 1115원(L)을 기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유 업계를 둘러싼 대외적 위기에 대해 "우유 가격은 생산비에 따라 결정되는데 해마다 오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값싼 수입산 가공 멸균 우유를 선호하는 것"이라면서 "경쟁력을 제고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멸균 우유 등 가공 우유는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하고 유통기한이 긴데 국산 우유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소비자들이 찾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전문가들은 국산 우유가 수입산에 비해 품질마저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값싼 해외 제조 우유에 시장을 뺏길 위기에 놓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도 국내 유업계를 향해 유기농 우유와 동물복지 우유 등 차별화된 제품 수요에 대응하며 원유 품질 고급화 및 다양한 유제품 개발을 통해 우유 소비 확대를 넓혀가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내 유업계는 흰우유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고품질 우유를 생산하고, 흰우유를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새로운 유제품을 육성하며 생존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