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단기납종신' 경쟁 점검…종신보험 불완전판매 비율은 오히려 하락세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생명보험업계에서 단기납종신보험 판매가 크게 증가하면서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점검에 나섰다. 불완전판매와 대량해지에 따른 보험사의 건전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생보업계의 종신보험 불완전판매 비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어 당국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7년납 종신보험 '교보실속가입종신보험Plus'의 계약 후 10년 시점의 해약환급률을 131.1%로 정했다. 이는 기존 120%에 비해 10%포인트(p) 이상 상승한 수치다. 삼성생명 130%, 한화생명 120%와 비교하면 업계 '빅3' 가운데 가장 높은 환급률이다.
단기납종신 상품 점유율 3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신한라이프는 올해 15일 '신한모아더드림종신보험'의 환급률을 135%로 상향했다. 7년간 보험료를 내고 10년까지 거치하면 납입금의 135%를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환급률을 끌어올린 배경으로는 CSM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납종신보험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하에서 수익지표로 여겨지는 CSM 확보에 유리한 상품이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보험료 수입을 올릴 수 있어 미래이익 확보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단기납종신보험이 CSM 확보에 유리하지만 납입종료 시점 이후에는 보험사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저해지 상품인 만큼 납입기간(5~7년) 내에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보험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적게 돌려줘도 되지만 환급률이 100%가 넘어가는 납입종료 시점부터는 보험사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특히 10년까지 보험금을 거치하면 130% 이상을 돌려주는 보험사가 많은 만큼 10년 후 대량 해지가 발생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건전성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우선 금융감독원은 교보생명과 신한라이프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며 다른 보험사들에 대해서도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 점검은 생보업계 전반에 대해 실시되는 것"이라며 "'검사'가 아니라 '점검' 차원으로 불완전판매, 보험사 건전성 등을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각 사별로 경험률이나 계리적 가정을 통해 환급률을 설정하고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어 건전성에는 대량해지가 발생해도 건전성에는 무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 생보사들은 5년 단기납종신보험의 5년 환급률을 100% 이상으로 내놓으면서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 "단기 환급률만을 강조하면서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처럼 판매하고 있다"면서 "납입기간 종료 시까지 해지를 유보한 뒤 납입종료 직후 해지가 급증하면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대해서도 꼬집은 바 있다. 환급률이 높은 데다 판매 과정에서 10년 시점의 높은 환급률을 강조해 소비자가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이 적다는 점을 알리지 않아 불완전판매가 이뤄질 가능성도 당국은 살피고 있다.
생보업계가 단기납종신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당국이 불완전판매를 우려하고 나섰으나 생명보험협회 소비자정보통합공시에 따르면 오히려 종신보험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낮아졌다.
단기납종신보험 경쟁이 시작된 지난해 상반기 생보업계의 종신보험 불완전판매 비율은 0.18%로 전년도 하반기 0.21%에 비해 0.03%포인트(p) 하락했다. 전년 동기 0.22%와 비교하면 0.04%p 낮아졌다.
민원건수도 감소 추세다. 2023년 3분기 기준 생보업계의 평균 종신보험 민원 건수는 93.81건으로 전분기 105.52건에 비해 11.1%(11.71건)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119.5건과 비교하면 21.50%(25.69건) 감소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금감원이 불완전판매 위험을 강조한 바 있어 설계사들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불완전판매 방지에 신경쓰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