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오너 경영승계 가속화…2세 넘어 3세 승계 준비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국내 주요 보험사의 3세 경영승계가 빨라지고 있다. 3세가 경영 일선에 합류한 지 10년이 된 곳도 있어 승계가 이뤄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해 12월 15일 정몽윤 회장의 장남 정경선 씨를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전무)로 선임했다. 현대해상은 지속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방안으로 CSO 조직을 신설했다. 장기적 관점으로 미래를 예측해 경영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총괄‧통합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1986년생인 정 전무는 2012년 ESG 경영과 지속가능성장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비영리 법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해 최고상상책임자(CIO)로 일한 바 있다.
정 전무는 CSO로 합류해 현대해상의 시장 경쟁력 유지를 위한 장기적 비전을 수립하는 한편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선도적인 디지털‧AI로의 전환, ESG 경영 내재화, 고객 및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해 브랜드 가치와 위상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정 전무는 수 십년 간 현대해상을 이끌어 온 정몽윤 회장 밑에서 보험산업 등 금융 관련 경영수업을 직‧간접적으로 받아왔다"면서 "다른 지속가능경영 전문가보다 현대해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CSO로 적임이라 판단했다"고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의 장남 신중하 팀장이 경력을 다지는 중이다. 1981년생인 신 팀장은 외국계 투자은행(IB) 크레딧스위스 서울지점에서 근무한 뒤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에 입사했다. 이후 교보정보통신에서 디지털혁신신사업팀장, 디플래닉스 디지털 전략 총괄 등을 거쳐 2022년 5월 교보생명에 차장 직급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신 팀장은 같은 해 12월 그룹 데이터전략팀장으로 승진해 디지털 부문에서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다.
신 팀장은 2023년 3월 교보생명과 교보증권, 교보문고,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교보정보통신, 디플래닉스 등 5개 자회사의 '데이터 체계 및 인프라 구축 협약' 체결을 주도했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인프라를 강조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도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주문했다. 신 회장이 수년째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면서 디지털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 온 신 팀장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가장 빠르게 3세 경영에 시동을 건 보험사는 한화생명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최고글로벌책임자(CGO)는 지난해 2월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1985년생인 김 사장은 2014년 한화생명 디지털 팀장으로 입사한 이후 전사혁신실 부사장, 디지털혁신실 상무, 해외총괄 겸 미래혁신총괄, 최고디지털책임 겸 전략본부장, 최고디지털책임자(CDSO) 등을 거쳤다.
또 김 사장은 지난해 디지털 영업지원 플랫폼 '오렌지트리' 출시를 주도하며 성공적인 제판분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DB손해보험의 경우 50년간 DB그룹을 이끌던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2020년 7월 물러나면서 장남인 김남호 회장이 취임해 2세 경영을 시작했다.
김 회장은 동부제철에 아산만관리팀 차장으로 입사해 동부제철 인사팀 부장, 동부팜한농 부장을 지냈다. 이후 동부금융연구소 금융전략실장,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을 거쳐 DB그룹 회장에 올랐다. 김 회장의 경우 1975년생으로 48세에 불과해 아직 3세 경영을 논하기에는 이르다.
국내 유일의 전업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창업주인 고(故) 원혁희 코리안리 회장의 삼남 원종규 사장이 2013년부터 이끌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화생명에 이어 교보생명, 현대해상 등 1980년대생 3세들이 경영 일선에 합류하면서 3세 경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라며 "승계 여부보다 승계방식과 시점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한화생명의 경우 김 사장이 합류한 지 10년이 다 돼가는 만큼 3세 승계가 가장 빠르지 않을까"라면서 "현대해상의 경우 정 전무가 올해 합류한 만큼 경력을 쌓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