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공시족'은 '인턴체험'에 목마르다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요즘 공공기관 취업준비생(이하 '공시족')들은 일경험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공기관 인턴 기회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인턴채용 규모가 더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공공기관 입사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기 때문에 일 경험이 없는 대학졸업생은 원천적으로 합격 가능성이 낮아지게 됨을 의미한다. 좋은 일자리 중의 하나로 꼽히는 대학교 교직원이 금융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동분서주할 정도이다.
■대학교 교직원과 공기업 재직자까지 '공시족'에 합류... "일경험 부족이 공공기관 취업의 최대 걸림돌"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24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기자가 발견한 흥미로운 현상들이다. 이날 기자가 만난 공시족들은 '생생한 정보'에 대한 갈증을 호소했다. 이날 박람회에서는 현직자와 멘토링기회 등을 제공해 참석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로 14회차를 맞이한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는 기획재정부가 주최하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주관하며 고용노동부가 후원한다. 올해 행사는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마사회 △한국전력공사 △기업은행 △건강보험공단 등 역대 최대 규모인 151개 기관이 참여했다.
이번 박람회는 △현직자 상담 △공개모의면접 △신입사원 토크콘서트 △취업성공 전략특강 △온라인 생중계 서비스 △채용설명회 △NCS전공‧필기 검사 체험 등 풍성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수요자 요구를 반영해 올해부터 ‘고졸채용 컨설팅 세미나’와 ‘합격자 자소서 공개 게시판’도 신설했다.
이날 박람회에 참가한 취업준비생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공공기관 채용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만족했다. 특히, 채용을 담당하는 현직자와 직접 만나서 상담하는 코너가 인기가 좋았다. 보수도 괜찮고 안정적인 곳에서 일하고 싶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방문이 끓이질 않았다.
인천공항공사에 취업하려는 K씨(여, 24세)는 “공공기관은 다른 곳보다 안정성이 높아서 관심이 많다. 사무 직렬에 지원을 희망한다”며 “박람회에서 실제로 취업 준비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일지 상담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인터넷으로만 공공기관 취업 정보를 구하면 원하는 것을 얻기도 어렵고 막막한 경우도 많았다”며 “오전에 참여한 인천공항공사 채용설명회에서 기업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수 있었고,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궁금한 것을 해결할 수 있어서 만족했다”고 했다.
L씨(여, 28세)는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대학교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다가 금융공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박람회를 찾았다. 그는 “공공기업은 무엇보다도 꾸준한 채용을 진행하고, 연봉이 높다”며 “경영지원분야에서 근무하고 싶은데 역량 중심의 취업 지원을 받고 싶다”고 말하며 불안정하고 연봉이 낮아서 이직이 많아지는 MZ세대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 같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올해 공공기관들은 청년인턴 채용을 확대해 일경험이 부족한 대졸 청년들의 고용률을 높이고, 최근 5년간 최대 규모인 2만4000여명의 신입 채용을 통해 공공기관 인력에 대한 긴축 정책을 완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재정기획부는 신규 채용을 늘리기 위해 신입 사원 채용 기관에 경영평가 인센티브와 예산지원을 할 계획이다.
■ 한국마사회 관계자, "말 산업에 대해 고민한 지원자가 합격할 확률 높아"...장애인 채용 등 사회적 가치 실현 노력 눈길 끌어
한국마사회는 이번 채용박람회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된다. 취준생의 눈높이에서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멘토로 예비후보들을 위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한편, 현장에 오지 못한 구직자들을 위해 박람회 기간 동안 온라인 질의응답 채팅방도 운영했다. 부츠를 방문한 취준생에게는 한국마사회 캐릭터인 말마(malma) 관련 굿즈을 증정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장애인 채용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한 것도 주목된다. 17일에는 장애인 구직자 대상 채용상담을 통해 사회형평 채용 홍보에도 나섰다. 대부분 공공기관들이 장애인 채용 의무 비율을 맞추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좋은 기업 이미지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재성 한국마사회 인재경영부 대리는 “지난해 43명 규모로 채용을 진행했다. 올 3월에서 4월 사이에 비슷한 규모로 채용 전형을 시작할 예정이다”며 “정년퇴직 인원과 정부일자리 정책에 맞춰서 채용 인원을 정할 계획이고, 직렬별 비율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어 “한국마사회의 미션과 비전, 사업계획, 인재상 등을 미리 파악하고 입사서류를 작성해야 한다”며 “경마 사업이 확장되는 측면을 고려하고, 말 산업 특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지원자가 합격할 확률이 높다”고 말해서 지원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했는지가 마사회 합격의 열쇠라는 것을 알렸다.
이에 더해 “직무에 대한 총분한 이해가 중요하다”며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직무소개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보고 전형을 준비하면 된다”고 했다. 또 “체험형 인턴이 35명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직접 말 산업과 관련한 일을 배우며 경험을 쌓은 것도 좋은 방법이다”며 직무 경험을 통해 관련 산업 이해를 높이는 과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마사회에 취업을 하려는 지원자들에게는 “마사회에는 경마와 관련한 많은 분야의 일이 있다. 말 산업에서 꿈을 펼쳐보겠다는 뜻이 있다면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사회는 열린 채용을 하고 있으니 많은 지원을 바란다”고 격려했다.
■ 한국철도공사 관계자, "올 상반기 채용부터 최종합격자 선정 방식 변경돼...꼼꼼히 챙겨봐야 불이익 피해"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올해 신입 정규직 1000명 이상을 채용하는 한국철도공사는 △일반정규직 1240명 △고졸 정규직 160명 △체험형 인턴 600명을 모집한다.
한국철도공사 인사운영처 관계자는 이날 박람회에서 뉴스투데이와 인터뷰를 통해 “공사 내 필요 인력과 청년 일자리를 늘리자는 요구를 모두 반영해 1000명 이상의 정규직 사원을 신입으로 채용하고, 청년 인턴도 600명 규모로 모집하기로 했다”며 “채용수가 많은 만큼 지원자도 많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올해 변경되는 채용 제도를 이해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채용부터는 최종합격자 선정 방식이 변경된다. 기존에 면접시험 점수와 가점의 합산점수를 보던 것과 달리 올해부터는 필기와 실기, 면접 시험 점수, 가점의 합산 점수를 모두 본다”며 “올 상반기부터 안전관련 직렬은 안전관련 자격증을 내면 가점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 하반기 변경 사항에 대해서는 "그동안 자기소개서 적부 평가를 하고 특이사항이 없으면 서류전형에 전원 합격할 수 있었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서류전형에서 채용 인원의 10배수만 통과시킨다"고 했다.
이어 “NCS 변경사항과 직렬별 전공 확인이 꼭 필요하다”며 "NCS는 시험문항이 기존보다 20문항 늘어나 70문항으로 구성되고, 제한경쟁채용 필기시험이 신설됐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실기시험이 없는 차량과 건축, 전기통신 직렬 채용 시 하반기부터 체력검사를 봐야 한다"며 "앞으로 운전직렬은 철도차량 운전면허 소지자만 응시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공사 홈페이지에서 반드시 직렬별 전공을 확인해야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상황 면접이 중요하다. 면접관이 여러 가지 충돌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며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충돌 상황을 풀어가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올해 6개월 인턴 제도 첫 시행...우수 인턴은 정규직 전형 필기전형에서 2% 가산점 줘"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해와 같은 규모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단 올해부터 6개월 기간의 청년인턴 제도를 처음으로 시행해 주목된다. 그동안에는 3개월 기간의 청년인턴 제도만 운영했었다. 공시족들의 일경험에 대한 요청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지원 한국도로공사 인사팀 대리는 “올해 도로공사 채용은 지난해와 전공 과목과 채용 절차에 변경사항은 없다”며 “대졸과 고졸을 합쳐서 총 180명 규모로 채용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일경험 지원을 위해서 인턴도 250명 규모로 채용한다”며 “올해 6개월 인턴 제도를 첫 적용하고 우수 인턴은 정규직 전형에 지원할 때 필기전형에 2% 가산점을 준다”고 강조했다.
정 대리는 도로공사에서 취업하려는 지원자들을 위한 취업 준비 꿀팁도 전했다. 그는 “한국도로공사와 관련한 새로운 소식과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역량을 키워나간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며 입사지원서와 역량기술서, 면접 등 모든 과정에 기업 분석을 통한 직무 능력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도로공사는 안전하고 편리한 미래교통 플랫폼 기업이라는 비전 아래 빅데이터 기반 MasS, 복합 환승 모빌리티 서비스를 미래 중점 사업으로 선정하고 미래 고속도로를 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정보를 총망라하고 철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공공기관 채용 박람회에 참여하면서 청년들의 취업에 대한 열정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길어 보일지라도 터널을 지나면 반드시 밝은 길이 나온다. 힘들더라도 끝까지 걸어가길 바라며 한국도로공사에서 만나기를 기대하겠다”고 취업준비생들을 격려했다.
■ 무역보험공사 청년인턴 C씨, "1년째 취업 준비 중, 실무경험 쌓은 뒤 안정적 공기업 취업하고 싶어"/공기업 재직자 K씨, "2년간 공기업 근무, 더 높은 연봉 위해 다른 공기업 이직 준비"
채용 담당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상담을 받으러 방문하는 취업준비생들을 보면 일경험이 부족해서 경력자와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대졸 취준생과 이직을 희망하는 사회초년생들이 특히 많았다.
무역보험공사에서 청년인턴으로 근무하는 C씨(여, 25세)씨는 “일경험을 쌓고 무역보험공사나 수출입은행 등 금융 공기업에 취업할 계획이다”며 “우수 청년 인턴에게 가점을 주는 혜택이 있어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 안정적인 기업에 취업하겠다는 꿈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이어 “공공기관 취업 준비를 1년 정도하고 있는데, 충분한 실무 경험과 조직 경험을 하고 싶다”며 “취업박람회에서 채용 절차 등 궁금했던 부분을 물어보고 완벽한 준비를 하려고 한다”고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K씨(27세) 는 영상을 전공하고 전파‧통신 분야 공기업에서 2년간 근무를 했다. 높은 연봉과 규모가 큰 기업에서 일하기를 선호하는 김씨는 관광공사 등에서 다른 직렬로 일하기를 원했다. 그는 “다른 지원자보다 새로운 직무에 대해서 아는 것이 부족하고, 서류 작성에도 어려움이 있어서 도움이 필요하다”며 “일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인턴 경험을 하고 싶다는 청년층의 수요 증가와 입사 후 직무‧적성 불일치 등으로 이직이 많아지는 채용 시장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서 청년 고용률 증가를 돕는 사업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