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한 주 앞으로 다가온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17년 만에 직선제로 치러진다. 260만여명의 조합원을 대표해 '농민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중앙회장이 직선제로 선출되는 만큼 이번 중앙회장은 그 대표성이 더욱 크다.

18일 농협중앙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는 황성보 동창원농협조합장,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 조덕현 동천안농협조합장, 최성환 부경원예농협조합장, 임명택 전 NH농협은행 언주로지점장, 송영조 부산금정농협조합장, 이찬진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정병두 고양시을 선거구 국회의원 예비후보(이상 기호순) 등 8명의 후보자가 출마했다.

이번 선거는 2021년 농협법이 개정되면서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직선제로 치러진다. 그간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전국 조합장 가운데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만 투표하는 간선제 방식이었다. 

당초 농협중앙회장은 정부가 임명했으나 1988년 회원 조합장들이 선출하는 직선제로 변경됐다. 당시에는 중앙회장의 연임에도 제한이 없었다.

그러나 민선으로 선출된 한호선 14대 회장과 원철희 16대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되고 정대근 18대 회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2009년 간선제로 선출 방식이 전환됐다. 이 시기 연임제도 단임제로 바뀌었다. 권한이 집중된 중앙회장을 통제할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연임을 제한한 것이다.

하지만 간선제 방식을 두고 그간 '체육관 선거'라거나 대의원인 소수 조합장의 표를 관리하기 위해 금품을 동원하는 등 선거가 혼탁해진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다시 중앙회장 선출방식을 직선제로 전환했다.

■ 직선제 전환에도 혼탁선거 조짐

하지만 여전히 혼탁 선거가 이뤄질 가능성은 큰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후보가 여론조사를 악용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보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의 전현직 임직원이 허위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 제31조에 따르면 선관위에 선거를 위탁한 단체의 임직원은 후보자에 대한 선거권자의 지지도를 조사하거나 이를 발표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제보자는 "증거인멸을 위해 문자나 SNS 대신 입소문을 내고 있다"면서 "선거에서 사표를 극히 꺼리는 유권자인 조합장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결선투표제를 염두에 둔 꼼수"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관계당국의 철저한 관리와 단속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불법선거와 관련해 선관위에 접수된 내용을 외부에 알릴 수는 없다"면서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면 시일이 걸릴 수 있어 선거 전까지 처리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지역 표심'이 미칠 변수는

올해 선거부터는 '부가 의결권' 제도도 새롭게 도입된다. 이에 따라 조합원 수 3000명 미만인 조합의 조합장은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고 3000명 이상인 조합의 조합장은 두 표를 행사할 수 있다. 1111명의 조합장이 선거에 참여하지만 전체 표수는 1252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 수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 161개 △경북 151개 △전남 144개 △충남 143개 △경남 137개 △전북 92개 △강원 79개 △충북 65개 △제주 23개 △대구 22개 △서울 19개 △울산 17개 △인천 16개 △부산 14개 △광주 14개 △대전 14개 순이다. 농촌 지역의 경우 부가 의결권을 가진 조합이 많은 만큼 경상도 표심과 전라도 표심이 중앙회장 당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북 지역은 부가 의결권을 가진 조합이 많은 데다 지역 내 유력 후보였던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지역 표심이 어디로 향할 지 주목된다. 또 전남과 경북에서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이들이 출마하지 않아 선거 결과에 지역 표심이 어느 후보로 향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선거인명부가 확정되지 않아 부가 의결권을 합한 투표수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앙회장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자가 있는 경우 당선이 확정되고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최다 득표자와 차순위 득표자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최다 득표자가 2명인 경우에는 2명이 결선투표를 치르고, 최다 득표자 1명과 차순위 득표자 2명(동률)인 경우에는 3명이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이번 선거에서 선출된 새 중앙회장의 임기는 3월 정기총회 이후 시작되며 임기는 4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