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금리 동결 ① 은행권] ‘인하 기대 반영’ 대출금리 하락세...지속성은 ‘글쎄’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1.11 10:26 ㅣ 수정 : 2024.01.11 10:26

한국은행 기준금리 8차례 연속 동결
시장선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 확산
채권금리 하락에 대출금리도 떨어져
추가 하락은 제한적...“하반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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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면서 금융시장에선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조만간 신규 대출 실행을 예정 중인 차주들 사이에선 적용 금리가 언제쯤 내려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은행권에선 이 같은 기대심리가 이미 시장에 선(先)반영돼 있다는 걸 고려할 때 유의미한 금리 하락 체감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기준금리 8차례 연속 연 3.50% 동결...시장선 ‘금리 인하’ 시점 관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개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50%로 0.25포인트(p) 인상한 이후 2·4·5·7·8·10·11월에 이어 이번까지 8차례 연속 동결이다.

 

시장에선 사실상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권가 등에선 올 3분기 중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행이 올 상반기까지는 경기와 물가 등 그동안의 통화정책 효과를 관찰할 것이란 분석이다. 

 

관건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피벗(Pivot·정책 전환) 돌입 시점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연 5.25~5.50%)가 우리보다 높은 수준인 만큼,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선행돼야 한국은행도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권은 국내보다 대외 상황에 좀 더 치우쳐 있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인상 기조가 마무리돼 가는 상황에서 국내 경기가 대외 사정보다 특별하게 쳐지지 않는다면 굳이 인하를 먼저 시행할 이유는 없다”고 평가했다. 

 


■ 기준금리 인하 전인데 은행 대출금리 하락세...주담대 최저금리 3%대로


 

국내 기준금리가 연 3.50%를 유지 중이지만 은행권 대출금리는 이미 하락 전환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지난 8일 기준 연 3.38~5.45%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2일(연 3.66~5.96%)과 비교하면 하단이 0.28%p 떨어지며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연내 긴축 완화 기대감이 커졌고, 은행들이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채권금리도 덩달아 내려갔기 때문이다. 실제 고정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은 지난해 10월 26일 연 4.81%까지 치솟은 뒤 연말 연 3.70%로 하락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작년 말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떨어진 게 관찰됐고, 은행채도 이를 따라 움직였다”며 “은행채에 가산금리를 더하더라도 금리를 우대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최종 적용 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점쳐지면서 고정형 주담대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은행에서 실행된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은 56.7%로 전월(67.2%) 대비 10.5%p 줄었다. 사실상 시장금리가 고점을 통과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만큼, 5년간 적용 금리가 유지되는 고정형 상품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대출금리 계속 떨어질까...“하락폭 제한적, 시차도 생각해야”


 

다만 앞으로 대출금리 향방에 대해선 하락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시장의 기대심리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있는 데다, 실제 기준금리 인하 시점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례로 은행권 변동형 주담대의 경우 코픽스(COFIX)를 준거금리로 삼는다. 지난해 12월 코픽스는 4.00%로 전월(3.97%) 대비 0.03%p 올랐다. 지난해 9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코픽스를 산정할 때 예·적금 금리가 약 70%를 차지하는데, 지난해 연말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이 코픽스 상승으로 직결됐다는 분석이다. 코픽스가 오르면 주담대 변동금리도 상승한다. 

 

코픽스는 한 달에 한 번 발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장 상황을 천천히 반영한다. 은행 예금금리가 점진적 하락세를 보여도 실제 코픽스가 내려가고, 대출금리가 떨어지기까지 시차가 존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준거금리 뿐 아니라 가산금리, 우대금리 항목도 있고 각 은행의 여신 운용 전략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추세적 하락세는 빨라야 하반기 쯤이나 돼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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