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소주 출고가 내려갔지만, 소비자가 변동 없을 듯...물가대책 실효성 필요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골든블루, 주류 출고가 인하 줄줄이 나서
업계는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도입 전 물가 안정에 협조하고자 선제적 인하 공급
제조사 출고가 인하에도 도매상과 외식업주가 유통 마진 챙길 것이란 우려 확산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주류 업체들이 소주의 출고가 인하를 단행했지만 소비자가는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가를 결정하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또는 도매상과 외식업주들이 가격 인하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소주의 출고가 인하로 중간 유통 이윤만 커져 물가 안정 실효성에는 미진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 22일부터 소주 제품인 '참이슬'과 '진로'의 출고 가격을 기존보다 10.6% 인하해 출고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27일부터 연말 주류 가격을 조기 안정시키고자 '처음처럼'과 '새로' 출고 가격을 4.5%와 2.7% 각각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당초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따라 내년 1월 1일 출고분부터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인하하려고 했으나, 연말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하고자 법 시행 전인 연내 출고분부터 선제적으로 나서 인하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라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0월 말 소주 원료인 주정 값 폭등과 유리병 등 부자재 단가의 영향으로 '참이슬' 출고가를 6.95% 인상한 바 있다. 이에 정부가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보내자 연내보다 앞서 조치를 취한 것이다. 하이트진로의 소주류 출고가는 10월 인상 전 1166원보다 51원가량 더 저렴해졌다.
이처럼 소주의 출고가가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주류세 부담을 경감시켰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난 17일 기준판매비율심의회를 열고 국산 증류주에 대한 기준판매비율을 위스키 23.9%와 소주 22%, 브랜디 8%, 일반 증류주 19.7%, 리큐르는 20.9%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내년 1월부터 22%의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되면 참이슬 한 병의 출고가는 현행 1247원서 1115원으로 줄어든다.
정부가 서둘러 기준판매비율 도입을 한 것은 소비자물가 상승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의 기준판매비율을 담은 주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은 12월 1일부터 4일까지 였다. 입법예고가 금요일에서 월요일까지 였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입법예고를 건너뛴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주류 업계 한 전문가는 "통상 법안 입법예고는 21일에서 40일의 기간을 두고 업계의 목소리를 심층적으로 들어보기 위해 진행하는데 본 법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주말 포함 사흘"이라며 "국가적 중차대한 사안도 아닌데 예외적으로 빠르게 진행된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주류세 인하로 출고가가 내려갔지만 소매점이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가격을 낮출지는 미지수다. 식당이나 주점 등 외식 업소에서 유통상 마진을 남기려 출고가 100원에도 통상 소비자가 1000원가량 올리기만 할 뿐 가격 인하에 동참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주류 업계 전문가는 "제조사가 제품의 납품과 출고가를 낮춰도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에도 반영이 되지 않다는 건 이미 다양한 상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렇다고 유통 과정상 가격을 마땅히 강제할 수단도 없다"고 말했다.
결국, '서민 술' 소주의 물가 안정을 잡기 위해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했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가 정부 방침에 따르더라도 도매상과 요식업주들의 마진만 올려주는 형국이다. 소비자가 정책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출고가 인하가 아닌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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