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3.12.22 07:34 ㅣ 수정 : 2023.12.22 07:34
비바리퍼블리카, RFP 배포…예상 몸값 ‘10조’ 국내외 주요 IPO 하우스 대부분 제안받은 듯 공식화 이후 비상장주·관련주 일제히 급등세 ‘적자 상장’ 지적…“파두 등 실패 사례 많아” 펀딩 위한 포석일수도…“투자금 유치 유리해”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 중인 비바리퍼블리카가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해 주요 증권사들과 접촉하면서 국내 증시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올해 하반기 이후 공모주 투자심리가 지속적으로 뜨거운 가운데, ‘초대어급’ 매물인 비바리퍼블리카가 등장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비바리퍼블리카는 아직 연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데다가,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변화로 내년 공모주 투심이 꺾일 수도 있어 IPO를 완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제기되는 등 상장을 둘러싸고 시장의 의견이 분분히 갈리고 있다.
■ 비바리퍼블리카, 국내외 IB에 RFP 배포…예상 몸값 ‘10조’
22일 IB(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주중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IPO를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RFP란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담당할 업체를 선정하기 전 요구사항을 정리해 후보 업체들에게 전달하는 문서다.
일반적으로 IPO 기업이 RFP를 전달한 이후 주관사단 선정까지 약 한 달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여 주관사단은 내달 중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사 중에선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 IPO 하우스들이 일제히 제안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비바리퍼블리카의 프리IPO를 해외 증권사들이 주관했던 만큼 외국계 IB들도 RFP를 받았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2013년 4월 설립된 비바리퍼블리카는 국내 대표 핀테크사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 서비스인 토스를 기반으로 은행업과 증권업, 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토스는 비대면 기술을 통해 출시 당시 전통 금융사 대비 간편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젊은 층의 고객을 다수 유입했으며, 현재는 기존 금융업계에서 제공하던 사업을 영위하면서 지난달 말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약 1500만명을 확보했다.
이처럼 다수의 이용자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한 비바리퍼블리카를 두고, 시장에서는 8조~10조원의 몸값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기준 토스의 누적 투자액은 약 1조6000억원 수준이며, 기업가치는 9조1000억원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10조원대의 기업가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장에서 이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인정받는다면 지난해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 이후 IPO 최대어가 된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RFP를 전달한 것은 맞으나, 정확히 어느 증권사에 보냈는지는 언급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상장 시기는 미정이지만 최적의 타이밍을 고려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비상장 주식·지분 투자 기업 일제히 상승…“뱅크·증권 실적 성장세”
비바리퍼블리카의 IPO 추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자본시장에선 비상장 주식과 지분 투자에 참여한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는 등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 비상장주는 IPO 추진 보도가 이뤄진 지난 20일 21.76% 급등한 4만9800원을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상승장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날 코스피 상장사 이월드(084680)는 상한가에 장을 마쳤다. 이월드는 계열사 이랜드월드를 통해 토스뱅크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토스뱅크 지분을 보유한 한화투자증권(003530)과 코스닥시장의 한국전자인증(041460)도 강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인 토스뱅크와 토스증권이 최근 분기나 월 단위로 흑자를 기록하면서 실적에 대한 성장성도 있는 상황”이라며 “IPO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긍정적인 것도 비바리퍼블리카 상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적자 상장 지양해야" 지적…“BM 영속성 증명하고 추진해야”
다만 비바리퍼블리카가 적자 상태에서 상장을 추진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적자 기업의 경우 유니콘 특례상장이나 기술특례상장 등의 방식을 택해야 하는데, 금융 서비스 기반 기업이 해당 절차를 밟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특례 상장 기업 다수의 주가가 우하향하고 있으며, 파두(440110) 등 좋지 않은 사례도 나타나면서 비바리퍼블리카가 흑자 전환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1~3분기 연결기준 토스의 누적실적은 △매출액 1조490억원 △영업손실 1847억원 △순손실 1825억원이다. 또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액 1조1887억원 △영업손실 2472억원 △순손실 3708억원 등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단 두고 봐야 하겠지만, 쏘카(403550)나 카카오페이(377300), 파두의 사례가 시사하듯 적자 기업을 상장시키는 것은 벤처캐피털(VC)이 책임질 손실을 개인투자자에게 떠넘기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게다가 비바리퍼블리카 상장이 허용된다면 마켓컬리 등 적자지만 규모가 큰 다른 기업들도 상장을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일정 몸값 이상의 기업이 상장하려면 추진 이전 최소한 2~3년간 흑자를 기록하면서 기업의 비즈니스모델(BM)이 영속할 수 있다는 것을 시장에 보일 필요가 있다”며 “적자 기업 상장이 이미 증시의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이를 반복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몇몇 기업이 펀딩을 수월히 받기 위해 IPO 카드를 활용하는 사례가 언급되기도 했다. 앞서 비바리퍼블리카를 비롯해 야놀자나 무신사 등 다수 유니콘 기업들이 IPO를 발표한 이후 계획을 연기한 바 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니콘 기업 입장에선 상장 계획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펀딩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프리IPO나 투자 유치가 용이해지고, 상장을 연기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정확한 상장 목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년 하반기나 2025년 초까지는 자금 조달 시장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공모주 과열이 냉각되면 대어급 IPO들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