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3년 넘게 이어진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다툼, 2일 내 판가름 난다
조 회장, 조양래 명예회장 및 효성지지 이끌어내 우호 지분 확대 박차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 노조, MBK파트너스 지분 매입에 부정적 반응
사모펀드 기업 인수로 대량 해고·제조기업 경쟁력 약화 등 문제점 많아
"조 회장 지분 매입 늘려 기업 존속 가능성 근로자 일자리 지키기 본격화"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국내 최대 타이어 제조업체 한국타이어를 계열사로 둔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이르면 이틀 내에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 지지를 등에 업은 조현범 회장과 이에 맞서 한국앤컴퍼니 적대적 M&A(기업 인수합병)를 추진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조 명예회장 장남 조현식 고문·조 명예회장 차녀 조희원 씨·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이 두차례에 걸쳐 사재를 투입해 지분을 매입해 조 회장 지분 강화에 힘을 보태면서 'MBK파트너스-조현식 고문-조희원-조희경 이사장' 전선도 지분 확보 경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그동안 경영권 다툼에 침묵을 유지했던 장녀 조희경 이사장이 조 고문 손을 들어줘 양측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 3년만에 재점화된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 2라운드'
이번 지분 확보 경쟁은 지난 2020년 6월 조 회장이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발생한 형제 간 갈등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오는 24일까지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확보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23, 24일은 주말이기 때문에 공개매수가 진행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까지 MBK파트너스 매수 계획이 마무리 돼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MBK파트너스가 공격적 M&A를 진행하고 있고 조 회장 측이 지분 방어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MBK파트너스 행보에 따라 이번 지분 확보 경쟁이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MBK파트너스와 조 고문 등이 현재 확보한 지분율은 30.38%다.
MBK파트너스가 추진하는 지분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조 고문, 조희원씨는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고 지분만 보유하는 형태가 된다. 즉 MBK파트너스는 철저히 전문 경영인 체제를 확립해 효율적인 기업경영을 이행하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MBK파트너스 공세에 맞서 조 명예회장은 자신이 수 십 년간 일궈온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사모펀드사에 넘기지 않기 위해 사재를 투입해서라도 조 현 회장을 지지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조 명예회장은 사모펀드에 대한 회사 구성원의 반발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사가 기업 최대주주가 되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른다. 이에 따라 한국앤컴퍼니 계열사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노조는 MBK파트너스 지분 매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 성년후견제도 적법성 놓고 양측간 논란 불거져
조 회장은 지난 2020년 6월 한앤컴퍼니 총 지분 42.9%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입지를 굳혔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조 회장과 조 고문 지분은 각각 19.31%, 19.32%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 23.59%가 조 회장 측으로 매각돼 두 형제 간 지분율이 크게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조 회장과 조 고문은 법정에서 성년후견 관련 심판을 놓고 대립했다.
성년후견제도는 노령, 질병, 장애 등 정신능력의 부족함으로 일상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결여된 성년자에 대해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신상보호와 자산관리를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를 뜻한다.
이후 양측 갈등은 꾸준히 이어졌지만 조 회장이 2021년 12월 한국앤컴퍼니 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고 조현식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양측 갈등은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조 회장이 2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되고 지난달 28일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양측의 갈등이 다시 촉발됐다.
이에 따라 조 고문과 부재훈 MBK 부회장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기반으로 MBK 파트너스는 연합체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MBK파트너스는 오너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MBK파트너스는 조 고문과 조희원씨를 모두 협력 파트너로 끌어들였으며 지분(0.81%)이 다소 적은 조 이사장도 지난 17일 끌어들여 조 회장·조 명예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조 이사장은 과거 진행된 성년후견제도가 정당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며 “조 명예회장 스스로 판단력에 따라 (지분 이전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고 발언했다.
이러한 조 이사장 발언에 조 회장은 “매일 출근하면서 아버지를 뵙고 있고 건강도 이상이 없다”며 “조 이사장이 청구한 성년후견심판 청구는 명백히 부당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조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며 법원은 1심에서 심판을 기각했지만 조 이사장이 항고했다.
■ 조 회장, 조 명예회장·조현상 효성첨단소재 지지로 지분 47.15%까지 늘려
MBK파트너스 공세에 맞서 조 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42.03%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조 명예회장 측은 지난 12일 개인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 자료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 측은 지난 14일 회사 지분 2.72%를 장내 매수했으며, 15일 0.32%, 18일에도 0.74%를 추가 매수했다. 또 19일 0.21%, 20일에는 0.42%의 지분을 추가매수 했다. 이에 조 명예회장은 총 4.41%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어 조 회장 사촌 형인 조현상 효성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효성첨단소재는 한국앤컴퍼니 지분 0.39%를 18일 매수하고 0.11%의 지분을 19일 매수, 0.21% 지분을 20일 매수해 총 지분 0.71%로 조 회장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기존에 보유하던 지분 42.03%에 조 명예회장의 지분 4.41% 그리고 효성첨단소재가 보유한 0.71%가 더해져 총 47.15%를 확보한 상황이다.
특히 조 회장 측은 효성첨단소재와 의결권 공동 행사를 목적으로 한 합의서도 체결해 이들의 경영권 방어는 더욱 탄탄한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게다가 한국앤컴퍼니 계열사 한국타이어 노조가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매입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외국계 자본의 한국타이어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를 결사반대한다”며 “사모펀드는 자신들 이익을 위해 회사 자산을 약탈하고 안정적인 운영보다 단기 수익에 급급해 정리해고로 노동자 권리를 파괴하고 무시하는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타이어는 1941년 설립된 이후 국내 노동자들이 열정을 바쳐온 회사로 단기성 외국 투기자본이 약탈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사의 경영 전략 단면을 살펴보면 지난해 투자목적특수회사 NB홀딩스 컨소시엄은 외식업체 놀부를 인수한 후 정리해고, 희망퇴직 등을 여러차례 진행했다.
투자목적특수회사는 상법에 따라 주식회사 또는 유한회사 형태로 법이 정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며 그 주주 또는 사원 전부가 경영 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로 구성된 기업을 뜻한다.
대량 감원을 통해 인력 관련 비용 감소로 기업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이는 제조기업 경쟁력을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기업 경영에 개입하면 단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할 수 있지만 기업 경쟁력 및 장기 존속 가능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결국 조 회장이 적극적으로 지분 매입을 통한 경영권 방어에 나서고 있는 것은 기업의 존속가능성을 높이고 근로자 일자리 보존을 위한 행보"라고 덧붙였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