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이혼 소송 2라운드...현대차·기아 '수출 효자' 등극
[뉴스투데이=산업부] 산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高)'에 그치지 않고 고유가까지 겹치는 이른바 '4고' 시대가 열려 가계는 물론 기업 채산성이 악화돼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모습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전세 사기와 ‘검단 주차장 붕괴사고’ 등 각종 악재까지 겹쳐 업계를 뒤덮은 침체 먹구름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총수 일가를 둘러싼 이슈도 많은 한 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불법 경영 승계’ 1심 결심공판에서 징역형을 구형받고 선고를 기다리고 있으며 최태원 SK회장은 11개월 만에 이혼 소송 2심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KT는 약 반년간 이어진 경영공백을 깨고 김영섭 대표이사를 새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일부 산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서 벗어나 반등의 방아쇠를 당겼다. 조선 3개 업체는 11년 만에 흑자를 달성했으며 현대차·기아는 나란히 수출의 탑 수상 1, 2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산업계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가운데 뉴스투데이가 2023년 올해의 10대 산업 뉴스를 선정했다.
■ 현대차·기아, 수출 효자 기업으로 자리매김
현대차·기아는 올해 수출로 국가에 보답하는 최우수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달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60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현대자동차는 300억 달러 수출의 탑, 기아는 200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해 나란히 올해 수출의 탑 수상 1, 2위 기업에 올랐다.
현대차·기아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판매 믹스 개선 △경쟁력 있는 전기차 모델 출시 △글로벌 판매 확대 노력으로 전세계 완성차 업계를 이끌고 있다.
게다가 올해 3분기까지 누계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현대차는 11조6524억원, 기아는 9조1421억원으로 삼성전자 누계 영업이익 3조7422억원을 크게 앞지르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 포스코그룹,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구축의 해
포스코그룹은 올해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제조 뿐만 아니라 원재료인 리튬 공급 시설 구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 구축 등 총체적인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2018년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인수하고 지난해부터 아르헨티나 현지에 2만5000t 규모 염수 리튬 1단계 상·하공정을 건설 중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이어 올해 2만5000t 규모 2단계 상·하공정도 잇따라 착공해 아르헨티나 염호 기반으로 전기차 12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튬 연산 5만t 생산체제를 갖춰나가고 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해 한국 대표 소재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을 비롯해 니켈, 코발트, 망간까지 리사이클링한다. 이 업체는 포스코케미칼을 비롯해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 등과 협력해 올해부터 리사이클링된 원재료를 판매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을 더욱 강화해 배터리 소재 전문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 조선 3사, 11년 만에 흑자 달성... 신조선가 지수 꾸준히 상승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712억원, 영업이익 589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 영업이익 741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조선 3사가 모두 흑자를 달성한 것은 지난 2012년 4분기 이후 약 11년만이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전세계에 해운·물류난이 발생해 많은 선사들은 한국 조선사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컨테이너선을 대거 발주했고 이에 제작 주문이 쏟아지면서 신(新)조선 가격이 계속 올랐다. 이를 토대로 조선 3사 실적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조선·해운 리서치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9포인트 △2020년 127포인트에 불과했던 신조선가 지수는 △2021년 153포인트 △2022년 161포인트 △2023년 9월 174포인트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 3사는 모두 수주잔고가 3년이 넘었으며 앞으로 신조선 계약을 체결할 때 선사와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이는 조선 3사의 실적이 더 개선될 수 있는 대목이다.
■ 경영공백 마침표 찍은 KT…김영섭 號(호) 전략 방향은
KT는 대표이사 선임이 난항을 거듭해 경영공백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6개월여 만에 김영섭 전(前) LG CNS 사장을 새 사령탑으로 발탁했다.
김영섭 신임 대표는 LG유플러스, LG CNS에서 닦은 풍부한 경륜과 통신 및 정보통신(IT) 분야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T는 회사의 새로운 경영 비전을 토대로 지속 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임직원 변화와 혁신을 이끌며 대내외 이해관계자들과 협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최고 적임자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섭 대표는 ICT(정보통신기술) 역량 강화에 굳은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테크와 ICT까지 융합하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무한하게 열려있다”며 “새로운 영역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 우리가 선도하고 주도적으로 나갈 구심점이 필요하다. 임기 동안 IT(정보기술)와 CT(통신기술) 융합 수준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 이재용 회장 ‘사법 리스크’ 또 불거져…반도체 등 기업경쟁력 약화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경영 승계’ 의혹 재판 방향이 삼성 기대와 다르게 전개돼 삼성전자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검찰은 지난 17일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총수의 사법 리스크는 기업 경영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번 재판은 이 회장 개인이 아닌 삼성 전체 문제로 인지되고 있다.
만일 이 회장이 구속되면 경영공백이 발생하는데 이는 삼성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통한 미래 준비에도 악영향을 준다.
특히 삼성전자는 역대급 반도체 위기로 최악의 실적 악화를 겪고 있으며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해 총수의 부재는 삼성전자에 치명적이다.
1심 선고는 내년 1월 26일로 예정돼 연말연초 삼성 내부에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 큰 고비 넘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해결 과제 여전히 ‘수두룩’
‘대한민국 메가캐리어’라는 기대감을 키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인수합병(M&A)이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경쟁당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답보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가 가기 전 큰 능선 하나를 넘었다.
당초 지난 8월 3일까지 합병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던 EU집행위는 글로벌 항공시장의 경쟁제한 우려를 이유로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 분리 매각 계획과 함께 EU 4개 중복노선인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대한 국내 다른 항공사 진입 지원안을 마련했다.
이번 시정조치안의 핵심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다. 대한항공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은 국제 화물기 운송량을 기록하는 알짜 사업부인 만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승인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사회는 격론 끝에 중도 퇴장한 1명을 제외한 표결 참여 이사 4명 중 3명이 찬성표를 던져 양사 합병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다만 EU 이외에 미국과 일본 등 경쟁당국 2곳의 심사를 비롯해 화물사업 매수 이행, 직원 고용승계 문제 등 합병까지 넘어야할 산이 남아있다.
■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전 2라운드…시작부터 격화된 감정다툼
34년 간 결혼 생활 종지부를 찍고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라운드 서막이 열렸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이혼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연 5%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지연이자로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당초 노 관장이 요구한 재산 규모와 비교해 재판부가 인용한 금액은 크게 적은 편이다. 또한 SK㈜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돼 노 관장 측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리고 지난달 9일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리며 본격적으로 2심 재판이 시작됐다.
노 관장은 출석 의무가 없는 2심 첫 변론준비기일에 모습을 드러내고 통신사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남의 가정을 깬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 사회 이정표가 되기 위해, 돈의 힘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히는 등 자신 입장을 가감 없이 노출하고 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아직 진행 중인 소송인 만큼 노 관장 주장에 대한 대응 외에 소송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첫 변론준비기일부터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 감정 다툼이 격화되는 모습을 보여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수원 ‘전세사기 의혹’...전세사기 특별법
올 한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명 ‘수원 전세사기 의혹’은 임대인 부부와 그 일가족을 통해 이뤄졌다.
경찰에 9월 5일 최초로 접수된 이 사건은 부부가 부동산 임대업 관련 법인 등 18개 법인을 만들고 아들은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해 사기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일 기준 478건의 고소장이 접수됐으며 피해 액수는 709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아직까지 접수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세사기 논란이 커지면서 국회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6월 시행된 전세사기 특별법은 피해자들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가 공·경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전세사기 특별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전세임대' 지원 제도를 신설하고 △기존 주택 매입임대 △전세임대 △대체 공공임대 지원으로 이어지는 맞춤형 3단계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 인천 검단 신도시 주차장 붕괴 사고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는 조사를 통해 지하 주차장 하중을 견디는 데 필요한 철근 기둥 중 60%가 빠진 채 시공된 것으로 확인했다.
2023년 12년 입주 예정이었던 이 단지는 이 사고로 전면 재시공이 결정되며 입주에 약 3~5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와 GS건설, 입주자예정협의회는 지난 28일 인천 서구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현금 1억4000만원 무이자 대여와 입주 지연 보상금 9100만원, 이사비 500만원을 지원하는 보상안에 합의했다. 아파트 명칭도 기존 ‘안단테’에서 ‘자이’로 변경된다.
한편 경찰은 이 사고와 관련된 LH 간부 등에 대해 주택법 및 건축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 실거주의무제 폐지 ‘사실상 무산’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대상으로 지난 2021년 2월 처음 적용된 실거주의무제는 아파트 청약 당첨 때 2~3년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전매제한과 실거주의무를 모두 완화 혹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장의 자금 여력이 부족한 이들도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며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사실상 이번 국회의 마지막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실거주 의무제 폐지를 포함한 ‘주택법 개정안’이 논의되지 않아 이 법안은 폐기 위기에 놓였다.
야당은 ‘갭투자’를 통한 실수요자 이익 침해를 우려하며 줄곧 폐지에 반대의 뜻을 내비췄다. 이번 국회를 통한 통과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목돈이 부족한 사회초년생을 비롯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은 다시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