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속 '실거주 의무제도 폐지 법안' 해법 찾기 '골몰'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정부가 연초부터 밀어붙인 '실거주의무제 폐지'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반대 속에 좌초될 처지에 놓였다.
6일 정치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던 실거주 의무 폐지를 포함한 '주택법 개정안'이 논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실거주의무제도 폐지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이 21대 국회 마지막 법안심사소위이기 때문이다.
◆실거주의무제 알고보니...
실거주의무제는 지난 2021년 2월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에 청약 당첨되면 주택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2~3년간 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말 그대로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이 직접 거주하는 것을 뜻한다.
2021년 2월 19일 이후 분양된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일반분양 청약에 당첨되면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간 의무적으로 실제 거주를 해야 한다.
전세를 통해 잔금을 치르거나 판매 때 최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입주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해당 주택을 매도해야 한다.
이는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이들은 보호하고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방식 '갭 투자'를 차단하는 취지가 담겨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가격 급등을 막는 등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정부·여당 실거주의무제 추진하는데 야당 반대 왜
정부는 지난 1월 전매제한과 실거주의무를 모두 완화 혹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 뜻대로 전매제한은 완화됐지만 실거주의무제는 아직까지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야당이 크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거주의무제가 폐지되면 투기세력이 전세를 통해 잔금을 치르는 '갭투자'로 실수요자 이익을 침해할 것이라는 이유다.
야당 관계자는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데 갭투자를 통해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분양받으면 전세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야당은 실거주 의무기간을 '주택 양도 전‘에 채우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여당과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국민의 주거이동 자유는 보장돼야 하며 민간주택 분양까지 규제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매한 이들이 모두 시세차익을 노리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30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실거주의무 참고자료’를 통해 정부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는 “사회초년생, 서민 무주택자들은 거주할 주택을 분양 받아도 목돈이 부족해 우선 임대하고 나중에 입주할 수밖에 없다"며 "실거주 규제로 최초 입주부터 거주해야 해 주거상향이 제약된다”며 현행법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실제로 정부의 실거주의무제 폐지 공언만 믿고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를 계획이던 이들은 대출 등 해법 마련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전세 끼고 아파트 구매하는 모든 이들이 투기꾼인가”
실거주 의무제도 논란과 관련해 건설업계도 폐지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온전히 자기 돈으로 주택을 사들이는 이들에게는 실거주 의무제도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며 "내집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를 끼고 구매한 이들이 투기 세력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실거주 목적으로 구매하는 이들에게는 허수가 줄어 좋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실거주자들도 당장 자금의 여유가 없어 전세를 주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의무제도 폐지가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