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통 10대 뉴스] 업계 위기감, ‘인력감축·세대교체’ 안간힘…기업 간 갈등 심화까지

서예림 기자 입력 : 2023.12.07 10:29 ㅣ 수정 : 2023.12.10 02:22

홀로 질주하는 쿠팡…유통업계 인력감축, 세대교체 나서
쿠팡-CJ, 홈쇼핑-유료방송사업자 등 일각에선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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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유통업계에 불황이 이어졌다. 경영 위기 속 인력은 감축하고, 어느 때보다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는 한 해였다. 신상필벌 인사를 통해 쇄신에 속도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또 ‘쿠팡-CJ’‘TV홈쇼핑-유료방송사업자’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음은 <뉴스투데이>가 선정한 2023년 유통채널 10대 뉴스들이다.

 


 

■ 뒤바뀐 ‘유통 1위’…질주하는 쿠팡과 뒤처지는 이마트

 

유통업계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쿠팡이 전통 유통 강자 이마트·롯데쇼핑을 넘어 ‘유통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올해 1~3분기 쿠팡의 누적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82% 늘어난 178억2197만달러(약 23조3467억원)를 기록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4448억원으로 첫 연간흑자를 향한 청신호도 켜졌다. 반면 이마트의 누적 매출액은 22조1161억원으로 집계됐다. 누적 영업이익은 386억원에 그쳤다.

 

롯데쇼핑은 누적 매출액 10조9230억원, 누적 영업이익 3060억원을 기록하며 3위 자리에 안착했다.

 

아직 4분기 실적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쿠팡이 올해를 기점으로 완전한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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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쿠팡]

 


 

■ 유통업계 ‘희망퇴직’ 칼바람…인건비 줄인다

 

유통업계가 희망퇴직 카드를 꺼냈다. 업황 악화로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 인건비를 줄이려는 분위기다. 

 

강제 매각 위기에 놓인 11번가는 지난달 27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대상은 만 35세 중 근속연수가 5년 이상인 직원들로, 신청 기간은 8일까지다. 희망퇴직 확정자는 4개월분 급여를 받게 된다. 11번가가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롯데컬처웍스 또한 지난달 29일부터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지속해서 악화하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3년 이상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근속 연수에 따라 위로금과 재취업 지원금을 제공한다. 

 

이밖에도 롯데마트와 롯데홈쇼핑, GS리테일, 위메프 등이 올해 줄줄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 유통업계에 ‘세대 교체’ 시동…3·4세 경영시대 본격화 

 

유통업계에 세대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오너 3·4세대가 경영 전면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10월 단행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론칭을 진두지휘하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점이 이번 임원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BGF리테일도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장남 홍정국 BGF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BGF리테일 부회장도 겸임한다. 홍 부회장은 그간 그룹 전반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데 주력해왔다. 편의점 CU 해외진출을 통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한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GS그룹은 허서홍 GS미래사업팀장을 GS리테일 경영전략SU(서비스유닛)장으로 전입시켰다. 직급은 현재와 동일한 부사장이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이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인 허 부사장은 핵심 계열사 GS리테일 구원투수로 나선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상무는 전무로 승진하고, 롯데지주로 자리를 옮겨 미래성장실 실장이라는 중책을 맡는다. 

 

경영 위기감이 지속됨에 따라 유통업계가 ‘세대 교체’ 카드를 꺼내들고 이미지 쇄신에 나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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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홍정국 BGF리테일 부회장, 신유열 롯데그룹 전무, 허서홍 GS리테일 경영전략SU 부사장. [사진=각사/사진편집=뉴스투데이]

 


 

■ 이커머스 업계 IPO 계획 ‘안갯속’으로

 

이커머스 업계의 IPO(기업공개)가 줄줄이 중단된 이후 재개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곳은 11번가다. 11번가 자회사 SK스퀘어는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받으며 ‘5년 내 기업공개(2023년 9월까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증시 한파와 이커머스 업계 성장 둔화에 따라 몸값이 떨어지면서 상장에 실패했다. 

 

이후 큐텐과 지분 매각 협상을 추진해 투자금을 상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틀었으나, 이마저도 물거품이 됐다.

 

결국 투자금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SK스퀘어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FI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방식의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FI는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까지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다.

 

SSG닷컴, 컬리, 오아시스 또한 IPO 추진을 무기한 연기했다. 우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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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1번가]

 


 

■ 2024 정기임원인사, 신세계·현대 ‘변화’ vs 롯데 ‘안정’ 중점

 

올해 ‘2024 정기임원인사’에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그룹은 ‘대규모 물갈이’ 카드를 꺼내들었다. 

 

특히 신세계 임원 인사는 ‘파격’ 그 자체였다. 그룹 계열사 수장 9명, 전체의 40%가 교체됐다. ‘정용진의 남자’라고 불린 강희석 전 이마트·SSG닷컴 대표를 비롯해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임했던 임원들이 떠났다. 경영전략실도 개편하고 8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현대백화점그룹 또한 주요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변화’를 택했다.

 

이에 따라 롯데 역시 파격 인사에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었으나, 롯데는 변화 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뒀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등 롯데 유통사업군 수장들이 신동빈 회장의 재신임을 받았다. 

 


 

■ 쿠팡-CJ 간 갈등 장기화…사실상 ‘완전한 결별’

 

쿠팡과 CJ제일제당 간 ‘햇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그룹 전면전’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쿠팡은 햇반과 비비고 등 CJ제일제당의 상품 발주를 중단했다. 당시 쿠팡은 발주 중단에 대해 “CJ제일제당이 먼저 납품가를 올리고, 약속된 발주 물량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쿠팡이 무리하게 낮은 마진율을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올해는 CJ올리브영과 CJ대한통운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지난 7월에는 쿠팡이 CJ올리브영을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CJ올리브영이 쿠팡의 성장을 견제해 중소업체 화장품 납품·거래를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8월에는 ‘택배없는 날(8월 14일)’을 두고 쿠팡과 CJ 대한통운이 신경전을 벌였다. 택배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쿠팡이 “쿠팡 택배기사는 언제든 휴가를 쓸 수 있다”고 도발하자, CJ대한통운이 “택배 업계의 자발적 노력을 폄훼하는 형태”라며 쿠팡 공개 저격에 나섰다.

 

이를 두고 쿠팡과 CJ그룹이 사실상 ‘완전한 결별’을 택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방 뺀 롯데면세점, 1위 ‘흔들’

 

‘1위 사업자’ 롯데면세점이 지난 6월을 끝으로 22년 만에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했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 인천공항 제4기 대기업 면세 사업권 입찰에서 탈락했다. 롯데면세점은 경쟁사 대비 20% 낮은 입찰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이 향후 10년간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을 맡게 된다. 

 

롯데면세점이 이탈하면서, 신라면세점이 1위를 탈환한 가능성도 높아졌다. 롯데면세점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7404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의 매출액은 8451억원이다. 신라면세점이 롯데면세점 매출액을 1047억원 앞섰다.

 

롯데면세점은 ‘시내면세점’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인천공항 공백 메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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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일회용품 사용규제 철회…유통업계는 ‘친환경’ 지속

 

환경부가 지난달 7일 플라스틱 빨대 등에 대한 ‘일회용품 사용규제 정책’의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카페와 식당 등 식품적객업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일회용품 사용규제 정책을 발표하고,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1년 간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그러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 가중을 우려해 정책을 해제한 것이다. 

 

유통업계는 친환경 경영 기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편의점 CU와 GS25는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종이 빨대 사용을 유지한다. 동시에 규제 변경으로 어려움에 처한 종이 빨대 생산 업체와 상생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종이 쇼핑백 사용도 이어간다. 

 

영화관을 운영하는 CJ CGV도 지난 1일부터 등촌점과 홍대점에 종이 빨대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매점에서 음료를 구매할 경우, 종이 빨대와 플리스틱 빨대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시범 도입 이후 고객 반응을 확인해 지속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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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GF리테일]

 


 

■ 생존기로 놓인 TV홈쇼핑, ‘송출 수수료’ 분쟁 격화

 

TV홈쇼핑 업계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송출 수수료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송출 수수료는 TV홈쇼핑이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을 배정받고 지불하는 비용이다. 송출 수수료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8%씩 인상돼 왔다. 한국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송출 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방송 매출액 비중에서 65.7%에 달한다.

 

홈쇼핑 업계는 “TV 시청 인구 감소세로 실적이 악화 중”이라며 “현재 송출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올해는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 등을 주축으로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방송 송출 중단(블랙아웃)을 고지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며 갈등이 격화됐다. 

 

결국 홈쇼핑 업계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 본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하는 분위기다. 

 


 

■ 배달앱 이용자수 급감…‘배달료 부담 줄여라’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리던 배달앱이 1년 사이 침체기를 맞이했다. 이른바 ‘탈배달앱’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500만명의 이용자가 배달앱을 떠났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배달앱 3사(배민·쿠팡이츠·요기요)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2949만6304명으로 집계됐다. 전월과 비교해도 0.6%(18만2332명) 줄어든 수치다. 

 

배달앱은 생존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배달앱 이탈 원인으로 꼽혔던 ‘배달료 부담’을 낮추기에 돌입했다.

 

배민은 비슷한 동선의 주문 건을 묶어 배달하는 대신 배달료를 낮춘 ‘알뜰배달’을 출시했다. 요기요는 무료 배달 멤버십 ‘요기패스X’를 도입했다. 구독료 지불 후 일정 금액 이상 주문 시 배달료를 면제해준다. 쿠팡이츠는 쿠팡 유료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10% 할인을 제공한다. 

 

이용자 이탈을 막고 배달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배달앱 업계 ‘생존 경쟁’은 점차 심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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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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