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고(故) 구본무 LG 선대회장 상속 재산을 둘러싼 유족 간 2차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 모녀(고 구본무 선대회장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주장과 달리 구 선대회장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 주식을 준다는 녹취록이 공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세 모녀가 제기한 상속 분쟁 관련 두 번째 공판이 16일 진행됐다. 공판은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공판 종료 후 구 선대회장 지분이 구광모 회장에게 이전되는 것은 적법한 것으로 판명됐고 세 모녀가 주장한 ‘구 선대회장이 상속한 주식을 다시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은 합당치 않다는 방향으로 귀결됐다.

세 모녀는 지난 2월 구 선대회장이 상속한 주식을 다시 분할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구광모 회장에 LG 주식 전부를 상속한다는 ‘유언장’이 있던 것으로 속아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한 만큼 재산을 아내와 자녀 3명이 다시 나눠야 한다는 게 3모녀의 주장이다.

변론준비기일 당시 원고 측 변호인은 “원고는 피고가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유언장이 있었다고 속아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라며 원고 측을 속이는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고 측 변호인은 “지난 2018년 합의 분할이 이뤄진 후 4년이 지났고 분할 관련 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며 “그동안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가 이제 소송을 제기한 점이 아이러니하며 명확한 동기, 기망행위, 인과관계도 없다”고 반박했다.

피고측 변호인은 “지난 1차 공판에는 LG그룹 지주사 재무관리팀장으로서 총수일가 재산관리를 도맡은 하범종 씨(현재 경영지원부문장 사장)가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구 선대회장이 장자 구광모 회장에 모든 경영재산을 물려주라는 유지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세 모녀가 근거로 삼고 있는 유언장(메모) 관련해 “당시 유언장이라고 하지 않았고 선대회장 뜻이 담긴 메모라고 표현했다”며 “직계는 대부분 알고 있는 프로세스로 장자승계 관련 김영식 여사, 구연경 사장 등에 여러 차례 상속절차를 보고했다”고 말했다.

모든 재산을 구광모 회장에 상속한다고 동의했는데 향후 일부를 원고가 나눠가진 이유를 묻자 하 사장은 “지난번에도 이야기했지만 김영식 사모님께서 그래도 딸이 주식을 조금이나마 받아가는 게 맞지 않느냐고 하셔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구 선대회장 유지가 담긴 메모를 왜 폐기했냐고 묻자 하 사장은 “재무관리팀이 그동안 문서를 관리했고 선대회장님이 살아 계실 때 국세청 조사 등이 끝나면 모두 갈도록(폐기) 하겠다고 말씀드린 후 포괄적인 허락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피고 측 변호인이 ‘문서 폐기 관련 재무관리팀 업무 관행상 선대회장이 서명한 문서가 현재 하나라도 남아있는 게 있냐’라고 묻자 ‘네’라고 답한 하 사장은 ‘이는 재무관리팀 관행이며 이 사건 메모만 폐기한 게 아니라 모든 문서를 폐기한 게 맞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변했다.

다시 원고 측 변호인이 원고가 눈으로 확인(유언장·메모)한 시점과 폐기한 시점을 묻자 하 사장은 “선대 회장님이 돌아가신 후 상속 과정으로 2018년 6월 정도”라며 “폐기는 정확하지 않으나 폐기를 확인한 시점은 2021년 말, 2022년 초 정도로 당시 원고가 해당 메모를 가져오라 이야기했고 실무자에게 확인한 결과 폐기했기에 그렇게 보고드렸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원고 측 변호인은 고 구자경 명예회장 치매 사실을 끄집어내며 장자승계 부인 주장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갔다.

원고 측 변호인이 ‘언제 구광모 회장에게 전부 지분을 이전하라는 말을 했냐’고 묻자 하 사장은 “내 지분 모두를 구광모 회장에게 이전하라는 식의 말씀보다 구광모 회장이 장차 회장이 되어야 하고 충분한 지분을 가져야 하기에 내 지분은 장자에게 가는 게 맞다고 늘 말씀하셨다”며 “그래서 다른 자녀들도 아무런 이의 없이 구광모 회장에게 넘어가는 것으로 합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9일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