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논란…개혁·정비 필요 vs 코리아디스카운트 심화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공매도 전면 금지를 둘러싼 논쟁이 뜨껍다.
특히 증권업계는 공매도 전면 금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나선 당국의 행보와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섣부른 공매도 금지 조치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들은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에 대해 한번은 손봐야 했던 만큼, 공매도 금지 기간 중 제대로 된 개선과 개혁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 공매도 전면 금지 배경은
10일 정부와 여당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6일부터 내년 6월말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HSBC와 BNP파리바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면서 재발 방지 방안을 완비한 뒤 재개하도록 한다는 것이 배경으로 꼽혔다.
즉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반복됨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공정한 가격형성에 대한 우려와 시장 불안이 가중되자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공매도는 뜨겁도록 등장했다. 윤창현 의원을 비롯해 윤주경, 윤한홍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달 27일 정무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공매도를 3~6개월 정도 금지하고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금융위원회를 압박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 5만명 이상이 국회 청원을 통해 제도개선을 요구한 데 이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뒤 근본적 대책을 세워달라는 요구가 제시됐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기간을 불법 공매도 근절의 원점으로 삼고 '기울어진 운동장'의 근본적인 해소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외국인·기관과 개인 간 대주 상환기간 연장, 담보 비율 인하 등을 해소할 방안도 검토한다.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도 모색한다. 이를 위해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불법 공매도 실태를 분석하고 시장전문가로부터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필요하면 국회와 협의해 입법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와 관련해 해외에서 한국 증시의 신뢰도 하락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빠르게 제도개선을 이뤄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까지 하는 게 대외 신뢰도를 회복시키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총선 앞두고 ‘공매도 전면 금지’…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공매도 전면 금지의 부작용 등을 고려해 신중론을 유지해 왔던 금융당국이 돌연 태도를 바꾼 데 대해 공매도 순기능을 무시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올해 MSCI 위치리스트(관찰대상국) 등재는 불발됐으나 유의미한 성과도 있었던 만큼, 머지않아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요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은 현재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두 차례 연장을 거쳐 대형종목에만 제한적으로 공매도 금지가 적용되고 있다.
공(空)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는 뜻으로 주식을 들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같은 종목을 싼값에 되사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의 명분은 시장 신뢰 회복이지만 심중엔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표심에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가 녹록치는 않지만 현재를 국가적인 경제위기로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형 글로벌 위기가 아닌 시점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란 시각도 많다.
이번 금지는 그간 있던 세 차례의 공매도 전면 금지와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 공매도 금지는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8월 유럽 재정위기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등 세 차례 거시경제 변수로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할 때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향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헤지(위험 회피) 수단, MSCI 선진국 편입 시 평가 불이익 등 논란을 제도 개선을 통해 잠재울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사실 공매도에서 논란이 팽창되는 것은 불법 공매도 부분인데 이번 조치는 이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을 위해 표면적으로 시간을 벌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앞선 공매도 전면 금지했던 위기때와 달리 금융당국이 태도를 바꾼 것은 총선을 위한 ‘포플리즘’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어차피 한번은 바꿔야하는 데 금지 기간 확실한 제도 정비를 통해 공매도의 순기능이 원활히 작동되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 공매도 금지 기간, 투자 전략은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로 개인투자자 수급 의존도는 향후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 대비 주식시장 상대 기대수익률과 유동성 환경을 고려하면 개인 수급 유입 강도는 과거에 비해 약할 수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숏커버 영향력은 2주를 정점으로 약화할 수 있다“며 ”공매도 잔고는 큰 반면 수익률 상승 폭이 비교적 작았던 종목 중심 대응 전략이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과거 공매도 금지 조치가 일종의 안전핀 역할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증시에 대한 안전핀 역할로 보기보다는 오로지 수급에 의해 움직이는 숏커버 테마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는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이미 결정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시행에 따른 변동성을 두고 불안해하기보단 이번 조치를 역으로 투자전략을 활용할 수 있을지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하락장세로 전환된 9월 중순부터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직전 11월 3일까지 수익률(낙폭과대)과 현재 차입 공매도 잔고 금액, 차입 공매도 잔고 비율을 포함해 3가지 요인을 고려한 숏커버 테마 수혜 예상 우선순위를 둔 투자전략이 단기적으로 유효할 것이란 이유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IT가전, 철강, 화학 등 이차전지 밸류체인 종목들이 다수 포진한 업종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바라봐야 하며 그 뒤를 이어 기계, 호텔·레저, 디스플레이가 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