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제약 기업 인증 제도 이대로 좋을까
[뉴스투데이=최정호 산업2부 부장 대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약바이오는 미래 유망 핵심 산업으로 지정돼 왔다. 이에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썼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신약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혁신형 제약 기업 인증’은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지난 2012년 내놓은 방안이다. 정부 주도 하에 유관기관(협회)과 민간 전문가들이 이 제도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11년간 유지되고 있지만 실효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제약사 입장에서 볼 때 인증 기업을 유지하기는 어려운데,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지정되면 정부로부터 국가 R&D 사업 우선 참여와 세제 지원, 약가 결정 시 우대, 정책자금 우선 융자, 해외 제약 전문 인력 채용 지원, 연구시설 입지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의 혜택 중 가장 실효성 있는 것은 국가 R&D 사업 우선 참여다. 국가 신약 개발 사업 기업으로 선정되면 연간 10~20억원의 지원을 받지만, 프로젝트가 많지 않아 이 혜택을 누리는 제약사는 손에 꼽힐 정도다.
또 혁신형 제약 기업 인증 제도가 형식적인 것은 연구개발비 집행에서 보면 알 수 있다. 혁신형 제약 기업 인증 기업이 되면 매출액이 1000억원 미만일 경우 연간 50억원 이상 또는 매출액의 7%를 연구개발비로 집행해야 된다.
현재 중소제약사든 대형제약사든 신약 개발에 뛰어들면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집행하고 있는 수준이다. 연구개발비 때문에 제약사가 휘청거리기도 한다.
최근 일동제약이 연구개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R&D전문(신약 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설립해 따로 관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이 혁신형 제약 기업 인증을 유지하는 것은 신약 개발 시 약가 우대를 해주기 때문이다.
약가라는 게 제약사가 그간 개발 비용 등을 반영해 책정하는 것인데 정부가 이를 낮춰버린다면 제약사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신약 판매로 개발 비용을 회수하는데 5년이 걸릴 것이 10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약가 우대가 그나마 현실적인 혜택이다.
여하튼, 신약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정치권이 바라는대로 5년 안에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정부가 지원해 주는 것은 제약사 입장에선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들뿐이다.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청사진이 정권 바뀔 때마다 나오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혁신형 제약 기업 인증 제도부터 실효성 있게 바꾸는 작업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