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매각 결국 불발…건전성 불안에 발목 잡혀
하나금융, KCV PEF에 KDB생명 인수 포기 의사 전달
인수 후 정상화 자금 1조원 투입 필요에 부담 느낀 듯
동양생명‧롯데손보 등 우량한 잠재 매물로 눈길 돌리나
KDB생명 "CSM 확대‧리스크 관리 등 방안 실행 중"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KDB생명 인수를 검토하던 하나금융지주가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KDB산업은행이 다섯 번째 매각 실패를 겪게 됐다. 매각 성사를 위해서는 재무건전성 제고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이달 18일 KDB생명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구체적인 사유는 공시되지 않았으나 하나금융은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공식입장을 냈다.
산은도 같은 날 "KDB칸서스밸류PEF(KCV PEF)가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으로부터 KDB생명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받고, 하나금융지주와의 매각 절차를 중단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KCV PEF는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2010년 공동 설립한 사모펀드로 KDB생명 지분의 92.73%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올해 7월 KDB생명 매각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KDB생명에 대한 실사에 나서 인수 여부를 검토해 왔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포기한 배경으로 KDB생명의 열악한 재무건전성을 지적하고 있다. KDB생명의 매각가는 부담이 되지 않으나 인수 이후 낮은 지급여력비율(K-ICS) 등 건전성을 정상화하기 위해 1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자금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산은은 이번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매각가를 기존 2000억원에서 1000억원 수준으로 낮추고 유상증자 등 자금을 투입해 인수자 부담을 줄이려 노력해왔다. 올해 5월 KDB생명이 발행한 216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전량 인수한 것이다. 이 밖에 6월 후순위채 900억원, 8월 유상증자 1425억원, 9월 후순위채 1200억원 발행에도 모두 참여해 자금을 수혈했다.
KDB생명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산은의 다섯 번째 KDB생명 매각 시도는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산은이 KDB생명 매각 6수에 도전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하나금융이 KDB생명의 건전성을 문제로 인수를 포기한 만큼 재도전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말 기준 KDB생명의 부채는 16조2846억원이다. K-ICS 비율은 67.53%로 보험업법 상 규제 기준인 100%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경과조치를 적용하면 140.69%로 법정 기준을 넘어서지만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에는 미달한다. 정상화를 위한 자금 투입에 한계가 있는 만큼 매각을 서두르기보다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건전성 제고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현재 매물로 나오거나 나올 것으로 여겨지는 보험사가 많은 만큼 매각을 서둘러서 좋을 것이 없는 상황이다. ABL생명, 동양생명 등 우량 매물이 이미 매물로 나왔거나 곧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보험사 가운데 MG손해보험은 예비 입찰에서 유찰됐으나 재입찰 가능성이 남아있으며, 우량 매물인 롯데손해보험 역시 매물로 거론된다.
때문에 하나금융이 정상화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KDB생명을 인수하기보다는 다른 매물로 눈을 돌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보유하고 있으나 존재감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KDB생명에 거금을 들이기보다 우량한 보험사를 사들이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KDB생명 인수해 1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정상화할 바에는 우량한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판단했을 거라고 본다"면서 "결국 건전성이 매각의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향후 처리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KDB생명은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대 전략과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CSM 확보를 위한 상품개발 및 판매 전략을 지속적으로 개진하고, 보장성 상품판매 중심의 전략과 보험대리점(GA) 영업조직을 강화해 시장 공략을 위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 중"이라며 "전속 영업조직은 효율성을 기반으로 설계사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에 기반한 자산운용 등 다각도로 K-ICS 비율 개선 방안을 실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