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겨냥한 바이든의 반도체 추가규제에 엔비디아 곡소리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엔비디아가 이틀 연속 하락하며 42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사양이 낮은 AI 칩에 대해서도 대중국 수출을 금지한 여파로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장보다 3.15% 하락한 425.52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 4.68% 하락한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하며 주가는 460달러에서 425달러로 주저앉았다.
엔비디아의 약세는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추가규제를 발표하면서 예견된 일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지난번 규제에서 제외되었던 저사양 AI 반도체칩에 대해서도 중국으로의 수출을 금지했다. 또 중국의 제재 우회를 막기 위해 중국은 물론 미국의 무기 수출이 금지된 21개국 등에 대한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수출도 통제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으로 전달될 위험이 있는 국가 40여개국에 대한 수출에 추가적인 라이선스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작년 10월 발표된 잠정 규정에 대한 최종 규제의 성격이 강하다. 작년 10월 발표에서 제외되었던 AI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제재를 피한 우회 수출가능성까지 차단시키며 사실상 중국으로 향하는 반도체의 수출 길을 완전히 봉쇄했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미국 정부의 규제를 피해 저사양 AI 칩인 A800과 H800을 수출했다. 이 칩은 기존 A100의 성능을 낮춘 것으로, 엔비디아가 미 정부의 수출통제를 피하는 꼼수로 활용했던 것이다.
미 상무부는 이런 꼼수마저 원천봉쇄한데 이어 AI 칩 제재 기준 바로 아래 단계인 일부 특정 칩에 대한 수출까지 사전에 미국 정부에 통지할 것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상무부는 사전 설명에서 “최고급 칩이 AI 모델 구동에 가장 적합하지만 이보다 다소 성능이 떨어지는 칩도 AI와 슈퍼컴퓨팅에 사용될 수 있다”며 추가규제 배경을 전했다.
이번 조치에서 주목할 점은 규제를 우회해서 중국으로 미국 반도체 제품이 흘러들어가는 우회로까지 통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마카오는 물론 미국의 무기 금수 대상 국가에 위치한 기업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기로 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모기업이 중국, 마카오, 미국의 무기 금수 대상 국가에 위치한 기업일 경우 별도의 라이선스를 요구하기로 한 것은 우회수출 길을 완전히 차단하려는 초강수로 해석된다.
바이든 정부의 추가규제는 엔비디아의 실적전망에 물음표를 던졌다. 현재는 AI 관련 수요가 매우 강력해서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씨티는 “기존에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네트워크 관련 조정만을 거쳤지만, 이번 제재에서 집적도 관련 조항이 추가되면서 중국 수출용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씨티는 엔비디아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는 기존 630달러에서 57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3분기(8~10월) 예상매출을 월가 전망을 뛰어넘는 160억달러로 내놨지만, 이번 추가조치 여파로 오는 11월21일로 예정된 3분기 실적발표에서 과연 그 정도의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