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상황에서 숨어있는 승자는 중국
아랍권 국가들의 입장 지지하면서 중동지역에서 점차 중국의 역할과 영향력 강화되는 추세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 새벽 이스라엘에 로켓탄 약 5,000발을 발사하면서 가자 지구의 경계선을 넘어 이스라엘 영내로 진입해 민간인을 대량 살상하고 인질 약 200여명을 가자 지구로 끌고 갔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도 로켓탄과 공군 전투기 폭격 등 보복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약 2,000여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공격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다음 두 가지 의도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첫째, 미국 주도로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국교 정상화 저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국교를 정상화하면, 하마스는 다른 아랍 국가들도 후속해 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하면서 팔레스타인의 권익과 독립 국가 건국 의지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하마스의 의도대로 양국의 국교 정상화 회담은 중단됐다.
둘째, 이스라엘의 극우 정권이 최근 유대교와 이슬람의 성지 알아크사(아랍어로 ‘최고’) 사원에서 이슬람 신자들을 자극하고 서원을 훼손한 행위에 대한 보복이다. 알아크사 사원은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동예루살렘에 있으나 사원은 요르단이 관리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1994년 ‘유대교도와 기독교도들은 이 사원을 방문할 수 있어도 기도와 예배는 금지한다’는 합의를 했다.
이스라엘 극우 인사들이 지난 1월 합의를 위반해 사원의 개방을 추진하자 이슬람교도들이 반발해 항의 시위를 했고, 이스라엘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사원 경내로 진입했다. 이 사건은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주변 아랍국들의 반발을 초래했고, 아랍에미리트는 이스라엘과 정상회담을 중단해 하마스가 이번 작전을 ‘알아크사 홍수’라고 명명한 배경이기도 하다.
■ 아랍권은 이스라엘 비난하고 중국은 아랍권 지지하면서 존재감 나타내
아랍권은 하마스의 만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을 비난하면서 전쟁의 원인이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들의 팔레스타인 탄압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란 등 강경 아랍국들은 물론이고, 친서방 아랍국들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도 “팔레스타인 국민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침해한 이스라엘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라고 말한다.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가 9일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난하면서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민족에 '아파르트헤이트(인종 격리)' 정책을 써 온 이스라엘에 대해선 오히려 편을 들고 있다”리고 비판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서방의 주요 국가 지도자들은 신속하게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강조하면서 '연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알자지라는 이를 두고 '이중잣대'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중국은 8일 외교부 브리핑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두 국가 해법을 이행해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점은 아랍권과 같은 입장이다. 그리고 중국 관영매체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9일 “미국이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것이나 여론 조작으로는 이 지역에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해법을 두고 중국은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5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 이란 외교장관, 튀르키예 외교장관과 각각 전화통화를 하면서 확전을 막으려는 중재 노력을 기울였고 중국 중동문제 특사도 곧 관련 국가들을 방문해 평화를 중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중동지역에 급파된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순방 중 왕이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확전을 막아달라”라고 요청했다. 미국도 중동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한 상태이다. 왕이 부장은 이에 대해 “민간인을 해치는 모든 행위에는 반대한다”라고 화답했다. 중동지역에서 중국의 존재감과 역할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증대되고 있다.
■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존재 하락하는 반면 중국의 입지와 영향력 강화돼
전문가들은 중동지역에서 아랍권이 ‘아랍 형제의 이슬람 대의’를 주장하며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미국이 중동지역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추진했던 주요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전망한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국교 정상화가 중단됐고, 아랍국들과 관계를 증진하려던 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의 ‘아브라함 협정’ 대상국 확장이 보류됐다.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제동을 걸기 위해 올해 G20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인도-중동-유럽 간 경제회랑’ 프로그램이 아랍국들의 비협조로 지장을 받을 것이 예상되며, 미국과 인도가 중동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창설한 I2U2(이스라엘, 인도, 미국, 아랍에미리트 4개국 경제협력 포럼)도 최초 계획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한 아랍국들의 협조는 원활하지 못해 중동에서 미국의 존재는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원 윤석준 박사는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로 인해 중동 국가들의 재래식 무기 소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는데, 이들은 러시아를 대체해 중국산 무기를 도입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번 사태로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을 포함해 이를 우려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온건한 이슬람 국가들의 무기 소요도 동시에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은 아랍권과 불편한 관계가 되어 이 지역에서 과거에 누렸던 강대국의 지위는 후퇴하고, 상대적으로 중국은 중동에서 아랍국들과 관점을 공유하고 협력을 증진함으로 중국의 입지는 강화되고 있다. 범세계적으로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중동지역에서 한발 앞서가는 모습이다. 더욱이 아랍국들이 중국제 무기를 도입한다면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 외교정책의 기준은 국익이므로 중국과 협력은 중국 이익과 일치해야 가능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중국은 계속해서 평화의 편, 정의의 편, 국제법의 편, 다수 국가의 공통된 염원의 편, 인류 양심의 편에 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외교적인 발언에 불과하다. 중국은 정의와 관계없이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아랍 편에 선 것이고, 이것이 중국의 국가이익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자국에 구금 중인 탈북민 2,000명 중 600여 명을 북송했다고 한다. 중국은 결코 정의의 편이 아니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경쟁 시대에 우리보다는 북한과 관계가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북한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중국과 안보와 경제 그리고 북한 핵문제 등 협력해야 할 사항이 많이 있다. 중국을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중국과 이해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지 판단이 요구된다. 중국은 북한 편도 아니고 더욱이 우리 편도 아니다. 중국은 자기의 국익을 우선하는 중국 편이기 때문이다.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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