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가업 승계 진단 ① 한독] 김영진 회장의 '편법 승계' 논란 해소돼야…장남이 페이퍼컴퍼니 통해 최대주주 역할
편법승계 쟁점 1=매출 없는 페이퍼 컴퍼니 통한 한독의 최대주주 권리 획득
편법승계 쟁점2=17.76%의 지분가치 상속세를 전혀 내지 않는 방식으로 거버넌스 구축
한독제석재단, 김동한 상무 승계를 위한 지분 확대 우회로로 사용될 가능성 관측돼
“신약개발 위해 제약사 오너 2‧3세 상속세 폐지해야” 하는 주장도 제기돼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김영진 한독 회장은 67세(연 나이)로 경영 일선에서 활약하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다. 3세 경영으로 전환을 시도해야 할 시기로 보여진다. 이미 승계 작업이 대부분 이루어졌기 때문에 장남 김동환(미국명 김다니엘동한·39) 상무의 대관식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김 상무의 승계 작업에 대해선 뒷말이 무성하다.
가업승계를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을 할 수 있다면, 정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다. 합법적인 상속세를 내고 기업을 승계해야 뒷탈이 없고, 사회적 평판도 올라간다. 우리나라의 기업 상속세가 과도하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실정법을 준수하는 게 기업의 정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독의 경우는 아쉬움이 크다. 향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영진 회장은 '편법 승계 논란'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쟁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김동환 상무가 매출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한독의 최대주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가 짜여져 있다는 점이다. 둘째, 김 상무가 최대주주 권한을 수행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주식가치에 상응하는 상속세를 내지 않는 '이례적 경로'를 밟았다는 점이다.
13일 공시 등에 따르면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한독의 최대주주로 지분 17.76%를 보유하고 있다.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김 회장과 동생 김석진 씨가 지난 2001년 설립한 회사로 현재는 상품 종합 도매업 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등록돼 있다.
■ 페이퍼컴퍼니 대주주 자격으로는 한독 지배 못해, 김영진 회장 지분 향방이 관건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매출은 없고 판매관리비 지출만 1억3119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임금 지급 등에 쓰였다. 이 같은 이유로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페이퍼컴퍼니’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을 소유한 사람이 한독의 실제 주인에 가깝다. 김 상무가 지분 31.65%로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의 최대주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 김 상무가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 대표자로 한독 경영에 관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한독에 대한 적극 경영을 위해서는 김 상무가 등기이사(대표자)로 등재돼야 가능해진다. 김 회장은 한독 지분 13.65%를 보유하고 있다. 누나 김금희 씨가 3.25%를 동생 김석진 씨가 5.13%, 매형 채영세 씨 1.18%, 부인 장유훈 씨 0.8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가족 지분을 합하면 와이앤에스인터내셔널의 지분률을 넘어서기 때문에 한독에 대한 경영권은 김 상무가 아닌 김 회장이 갖고 있는 것이다. 김 상무는 한독 지분 0.02% 보유하는데 그쳤다.
승계에 있어 김 회장의 한독 지분 13.65%의 향방이 중요하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한독은 주당 1만2600원(10월 12일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이를 계산하면 김 회장의 한독 지분 평가액은 236억원이다. 현재 증여세율이 50%(+4억6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1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김 상무에게 지분을 물려주는 것은 김 회장 입장에선 좋은 방법이 아니다.
타 제약사들의 경우 창업주가 설립한 사회공헌 재단에 주식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2세의 지분율을 낮춰 3세의 경영 입성을 유도했다. 한독의 경우 고(故) 김신권 회장이 설립한 ‘한독제석재단’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재단의 한독 지분율은 0.94%다.
한독제석재단에 김 회장이 지분을 일부 기부하고 김 상무가 재단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신약개발 위해선 ‘오너 리더십’ 필수…업계에서 제약사 상속세 면제론 등도 제기돼
제약사의 경우 3년간 매출액이 5000억원 미만일 경우 가업 승계로 상속세가 면제된다. 한독의 경우도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되면 좋겠지만 매출액이 5000억원이 넘는다. 한독은 이미 3개의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덩치가 커질 때로 커져 있는 상황이다.
국내 상위 기업들은 편법 승계보다는 적법한 절차를 밟아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법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한독처럼 상장사(제약사)를 비상장사가 지배하게 하고 오너 3세를 최대주주로 만드는 방식으로 승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제약사의 경우 2세 승계 때 이 방법을 활용하고 3세 승계를 위해 비상장사 위에 또 다른 비상장사를 만드는 이른 바 ‘옥상옥 구조’ 설계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제약사의 특성상 오너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속세 면제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라는 주장도 있다.
혁신 신약을 하나 개발을 하기 위해선 10년 이상, 매년 매출액의 10% 미만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해야 성과를 볼 수 있을 정도다. 전문경영인은 기업의 주인이 아니며 주기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장기간 공격적 투자가 수반되는 신약 개발에 적합하지 않다. 때문에 오너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정부가 신약개발 지원을 명분으로 제약기업에 대한 상속세만을 면제하거나 감축해 제약사 오너 2·3세 경영승계를 쉽게 만들 경우, 특혜 논란을 피해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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